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총정리: 원인부터 증상, 치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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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네이버 백과사전 / 사전) : 루게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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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세포의 정교한 명령 덕분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 중요한 조종간이 서서히 기능을 잃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다룰 루게릭병은 바로 이러한 운동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되어 전신의 근육이 약해지는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많은 분들이 ‘루게릭병’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의학적인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입니다. 193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루 게릭(Lou Gehrig)’이 이 병으로 갑작스럽게 은퇴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그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루게릭병에 대한 정보를 총정리하여, 원인부터 증상, 진단, 그리고 치료 방법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식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루게릭병이란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우리 몸의 수의근(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세포(Motor Neuron)가 점차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입니다. 운동신경세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상위 운동신경세포: 대뇌 피질에 위치하며, 척수에 있는 하위 운동신경세포로 운동 명령을 전달합니다.
- 하위 운동신경세포: 뇌간과 척수에 위치하며, 뇌의 명령을 받아 실제 근육으로 신호를 보내 근육을 움직이게 합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이 두 종류의 운동신경세포가 모두 손상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신경세포가 파괴되면 뇌의 명령이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됩니다. 하지만 감각신경, 자율신경 등은 거의 침범되지 않아 환자는 의식과 오감이 명료한 상태로 자신의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매우 잔인한 질병이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운동신경과 루게릭병의 운동신경
정상: 뇌의 상위 운동신경세포에서 보낸 신호가 척수의 하위 운동신경세포를 통해 근육에 원활하게 전달되어 근육이 정상적으로 수축합니다.
- [뇌 -> 상위 운동신경세포 -> 척수 -> 하위 운동신경세포 -> 근육 (정상 신호 전달, 근육 수축)]
루게릭병: 상위 및 하위 운동신경세포가 모두 파괴되어 뇌의 신호가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근육은 힘을 잃고 점차 위축됩니다.
- [뇌 -> 파괴된 상위 운동신경세포 -> 척수 -> 파괴된 하위 운동신경세포 -> 근육 (신호 전달 차단, 근육 위축)]
루게릭병은 왜 생기나요? (원인)
안타깝게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통해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으며,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 산발성 루게릭병 (Sporadic ALS): 전체 환자의 90~95%를 차지하며, 특별한 가족력 없이 무작위로 발병합니다. 여러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 글루타메이트 과다설: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과도하게 분비되어 운동신경세포를 파괴한다는 가설입니다.
- 산화 스트레스설: 세포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는 가설입니다.
- 신경영양인자 결핍설: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필수적인 인자가 부족해져 발병한다는 가설입니다.
- 기타: 이 외에도 신경염증, 단백질 응집, 환경적 독소(중금속 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 가족성 루게릭병 (Familial ALS): 전체 환자의 5~10%는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합니다. 현재까지 여러 원인 유전자가 발견되었으며, 그중 SOD1 유전자 변이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루게릭병의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요?
루게릭병 증상은 어떤 부위의 운동신경세포가 먼저 손상되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하여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점차 뚜렷해지며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초기 증상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의 초기 증상은 주로 신체 한 부분에서 비대칭적으로 시작됩니다.
- 사지형 (Limb-onset): 가장 흔한 유형으로, 팔이나 다리에서 먼저 증상이 시작됩니다.
- 손이나 팔의 근력 약화: 젓가락질이 힘들어지거나, 글씨 쓰기가 어려워지고, 물건을 자주 떨어뜨립니다.
- 다리의 근력 약화: 발을 끌게 되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지고, 자주 넘어집니다.
- 근육 연축(fasciculation): 눈꺼풀이 떨리는 것처럼 근육의 일부가 씰룩거리는 증상이 팔, 다리, 어깨 등에서 나타납니다.
- 연수형 (Bulbar-onset): 뇌간(숨뇌) 부위의 운동신경세포가 먼저 손상되어 말하기, 삼킴 기능에 문제가 먼저 발생합니다.
- 구음 장애: 발음이 어눌해지고, 콧소리가 나며, 말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 연하 장애: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져 사레가 자주 들리고, 심하면 침을 삼키기 어려워집니다.
루게릭병의 증상 발현 및 진행
- 초기 증상 발현 부위:
- 팔/손: 근력 약화, 근육 떨림, 물건 놓침
- 다리: 보행 장애, 잦은 넘어짐
- 입/목: 어눌한 발음, 삼킴 곤란
- 증상 진행: 화살표를 이용해 초기 발현 부위에서 전신으로 증상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시각화합니다. [팔/다리 -> 몸통 -> 호흡기] 또는 [입/목 -> 사지 -> 호흡기]
진행 증상
병이 진행됨에 따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증상은 더욱 심해지고 전신으로 확산됩니다.
- 전신 근력 약화 및 근위축: 모든 수의근의 힘이 점차 빠지고 근육이 말라갑니다. 결국 스스로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져 휠체어나 침대에 의존하게 됩니다.
- 호흡 곤란: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횡격막, 늑간근)이 약해지면서 호흡이 어려워집니다. 초기에는 누웠을 때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나며, 점차 심해져 인공호흡기 없이는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호흡부전)에 이르게 됩니다. 대부분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환자는 이 호흡부전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 기타 증상: 감정 조절이 어려워져 이유 없이 웃거나 우는 증상(감정실금)이나, 드물게 전두측두엽 기능 저하로 인한 인지기능 장애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앞서 언급했듯 방광 및 장 기능, 시력, 청력, 미각 등의 감각 기능과 의식은 대부분 말기까지 정상으로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루게릭병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현재 루게릭병을 한번에 확진할 수 있는 단일 검사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진단은 전문의의 임상적 소견과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 신경학적 검사: 의사가 환자의 근력, 근위축, 근육 연축, 반사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상위 및 하위 운동신경세포의 손상 징후를 확인합니다.
- 근전도(EMG) 및 신경전도(NCS) 검사: 근육에 미세한 침을 삽입하거나 피부에 전극을 붙여 신경과 근육의 전기적 활동을 평가합니다. 이 검사를 통해 운동신경세포의 손상 정도와 범위를 확인하고,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과 증상이 유사한 다른 신경근육질환을 감별할 수 있습니다.
- 자기공명영상(MRI): 뇌와 척수의 MRI를 촬영하여,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예: 뇌졸중, 척수 종양, 목 디스크 등)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 혈액 및 소변 검사: 다른 대사성 질환이나 염증성 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 근육 조직검사: 필요한 경우, 근육 조직을 일부 떼어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하기도 합니다.
루게릭병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안타깝게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을 완치하는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치료는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약물 치료
- 릴루졸 (Riluzole): 유일하게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입니다.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글루타메이트의 분비를 억제하여 생존 기간을 수개월 정도 연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에다라본 (Edaravone): 초기 환자에게서 일상생활 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사제입니다.
- 기타 약물: 근육 경직, 통증, 감정실금, 수면 장애 등 각종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요법 약물들이 사용됩니다.
재활 및 보존적 치료
- 재활 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을 통해 근육의 경직을 완화하고 관절이 굳는 것을 방지하며, 남아있는 신체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영양 관리: 삼킴 장애가 발생하면 영양 결핍과 탈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영양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식단을 조절하고, 심한 경우 위에 직접 관을 삽입하여 영양을 공급하는 위루관 시술을 고려합니다.
- 호흡 관리: 정기적인 폐 기능 검사를 통해 호흡 기능을 평가하고, 필요시 비침습적 인공호흡기(마스크 형태)를 사용하여 호흡을 돕습니다. 말기에는 기관을 절개하여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게 될 수 있습니다.
- 의사소통 보조: 말이 어눌해지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글자판이나 특수 컴퓨터 장치 등을 이용하여 소통을 돕습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질병입니다. 따라서 신경과, 재활의학과, 호흡기내과, 영양팀, 사회사업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환자와 가족을 지지하는 통합적인 치료 시스템이 매우 중요합니다.
루게릭병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긴 어려운 질병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하지는 못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고 다양한 증상을 관리함으로써 환자가 최대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