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거리감 이해하기: 가정법 과거 시제와 완료 부정사의 숨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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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네이버 백과사전 / 사전) : 가정법과거, 과거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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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법, 암기 대신 원리로 이해하기
“If I got an A-grade, I would buy a new phone.” (만약 A등급을 받는다면, 새 폰을 살 텐데.)
많은 영어 학습자들이 위와 같은 가정법 문장을 보며 의문을 가집니다. ‘미래에 있을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왜 동사는 과거형 ‘got’을 쓰고, 조동사도 과거형 ‘would’를 쓰는 걸까요? 단순히 “가정법 과거 규칙이라서”라고 외우기엔 어딘가 찜찜합니다.
이러한 궁금증의 핵심에는 영문법을 관통하는 하나의 중요한 개념, 바로 ‘영문법 거리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어는 특정 문법적 장치를 사용해 ‘현실과의 거리’ 혹은 ‘시간과의 거리’를 표현합니다. 오늘은 이 영문법 거리감이라는 렌즈를 통해 가정법 과거와 완료형 준동사(to have p.p., having p.p.)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현실과의 거리, 가정법 과거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문장은 ‘직설법(Indicative Mood)’입니다. 즉,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충분한 일을 말할 때 사용합니다.
- If it rains tomorrow, I will stay home. (내일 비가 오면, 집에 있을 거야.)
위 문장에서 ‘내일 비가 오는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현재 시제 rains
와 미래 시제 will
을 사용하여 사실의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가정법은 다릅니다. 가정법은 ‘상상, 비현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일’을 말하는 ‘가정법(Subjunctive Mood)’의 세계입니다. 영어는 이 현실의 세계(직설법)에서 상상의 세계(가정법)로 넘어가기 위한 신호로 동사의 시제를 한 단계 과거로 물리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것이 바로 영문법 거리감의 첫 번째 예시입니다.
과거 시제 형태가 단순히 ‘과거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심리적으로 멀어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장치로 쓰이는 것입니다.
구분 | 직설법 (Indicative Mood) | 가정법 (Subjunctive Mood) |
의미 | 현실적, 실현 가능성 높음 | 비현실적, 실현 가능성 낮거나 없음 |
거리감 | 현실과 가까움 (거리감 X) | 현실과의 심리적 거리감 O |
형태 | If + 주어 + 현재 동사…, 주어 + will/can… | If + 주어 + 과거 동사…, 주어 + would/could… |
예시 | If I have enough money… (돈이 충분히 있다면…) | If I had enough money… (돈이 충분히 있다면…) |
뉘앙스 | (돈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 | (지금 돈이 없어서 불가능하지만, 상상해보면) |
“If I got an A-grade…”라는 문장에서 got을 쓰는 이유는 과거에 A를 받았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A를 받기는 어렵겠지만, 만약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상상해보면”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 영문법 거리감 개념을 이해하면 왜 미래 이야기임에도 과거 시제를 쓰는지 납득할 수 있습니다. If I were you…에서 be 동사의 과거형 were를 쓰는 것 또한 같은 원리입니다.
시간과의 거리, 완료형 준동사 (to have p.p. / having p.p.)
이러한 영문법 거리감의 원리는 가정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시간의 차이’를 나타낼 때도 매우 논리적으로 적용됩니다. 바로 to부정사와 동명사 같은 준동사에서 have p.p. 형태를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준동사는 문장 내에서 동사의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명확한 시제를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준동사의 시점은 문장 전체의 동사, 즉 주절 동사의 시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런데 만약 준동사의 행위가 주절 동사의 행위보다 ‘더 과거’에 일어났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바로 영문법 거리감의 두 번째 장치인 have p.p.가 등장합니다. 이는 주절의 시점보다 ‘한 시제 앞선다’는 시간적 거리를 만들어주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1. 완료 부정사 (to have p.p.)
단순 부정사와 완료 부정사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해집니다.
- He seems to be happy. (그는 행복해 보인다.)
- seems (보이는 시점) = 현재
- to be happy (행복한 시점) = 현재
- 두 시점이 일치하며, 시간적 거리감이 없습니다.
- He seems to have been happy. (그는 행복했던 것처럼 보인다.)
- seems (보이는 시점) = 현재
- to have been happy (행복했던 시점) = 과거
- have been을 통해 ‘보이는 현재’보다 ‘행복했던 과거’ 사이에 명확한 시간적 거리를 만들어줍니다.
이 원리는 주절의 시제가 과거일 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형태 | 예문 | 주절 동사 시점 | 부정사 시점 | 시간적 거리감 |
단순 부정사 | He seemed to be happy. | 과거 (seemed) | 과거 (주절과 동일) | 없음 (같은 과거) |
완료 부정사 | He seemed to have been happy. | 과거 (seemed) | 대과거 (주절보다 더 이전) | 존재함 |
이처럼 to have p.p.는 주절 시제로부터 한 걸음 더 과거로 멀어지는 영문법 거리감을 표현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2. 완료 동명사 (having p.p.)
동명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 동명사는 주절과 시점이 같거나, 일반적인 사실을 나타냅니다. 반면, 완료 동명사는 주절보다 앞선 시제를 명확히 나타냅니다.
- She is proud of being a lawyer. (그녀는 변호사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 is proud (자랑스러운 시점) = 현재
- being a lawyer (변호사인 시점) = 현재
- 두 시점이 일치합니다.
- She is proud of having been a lawyer. (그녀는 변호사였던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 is proud (자랑스러운 시점) = 현재
- having been a lawyer (변호사였던 시점) = 과거
- having been을 통해 ‘자랑스러운 현재’와 ‘변호사였던 과거’ 사이의 시간적 거리를 표현합니다.
형태 | 예문 | 주절 동사 시점 | 동명사 시점 | 시간적 거리감 |
단순 동명사 | He denied breaking the window. | 과거 (denied) | 과거 (주절과 비슷) | 거의 없음 |
완료 동명사 | He admitted having broken the window. | 과거 (admitted) | 대과거 (주절보다 더 이전) | 존재함 |
결국 완료형 준동사는 복잡한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절 동사와의 시간 차이를 명시하기 위한 논리적인 영문법 거리감 표현법인 것입니다.
‘거리감’으로 통합하는 영문법
이제 우리는 두 가지 다른 문법 현상을 ‘거리감’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영문법을 무작정 외우기보다 이 영문법 거리감이라는 개념을 장착하고 나면, 겉보기에 달라 보이는 규칙들이 사실은 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구분 | 현실과의 거리감 | 시간과의 거리감 |
문법 현상 | 가정법 과거 (Subjunctive Mood) | 완료형 준동사 (Perfect Non-finites) |
사용 장치 | 동사의 과거형 (got, were, had…) | have + p.p. 형태 (to have been, having been…) |
만드는 거리 | 현실 세계 → 상상/비현실 세계 | 주절 시제 → 더 이전의 과거 시제 |
핵심 원리 | 현재 사실과 반대되는 상황을 가정 | 주절의 행위보다 먼저 일어난 행위를 표현 |
이처럼 영문법 거리감은 복잡한 규칙들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앞으로 영문법을 공부할 때, “왜 이런 형태를 쓸까?”라는 질문이 생긴다면 혹시 ‘현실’이나 ‘시간’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장치는 아닐까 생각해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