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에서 온 영어 단어, 먹방과 한류가 사전에 오른 이유
참조: mukbang (네이버 사전)
항구에 쌓인 수출 컨테이너를 떠올려 보세요. 김, 화장품, 라면이 상자에 담겨 바다를 건너가죠. 그런데 바다를 건너는 것은 물건만이 아닙니다. 드라마와 노래, 음식이 퍼지면 그 이름도 함께 실려 가서 다른 나라 말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오늘은 먹방(mukbang)처럼 한국어에서 온 영어 단어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단어가 영어 사전이라는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는지, 그리고 영어 문장 속에서 원래 한국어 뜻과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함께 정리해 보죠.
mukbang을 eating show로 번역하지 않는 이유
먹방을 영어로 설명하려고 하면 eating show, eating broadcast 같은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뜻은 짐작할 수 있지만, 영어권에서 이 장르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말은 아닙니다.
어색한 문장I watched an eating broadcast last night. (어색함)
I watched a mukbang last night.
첫 문장은 ‘먹는 방송’을 글자 그대로 옮긴 말이라 무엇을 봤는지 한 번 더 설명해야 합니다. 반면 mukbang은 ‘카메라 앞에서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와 이야기하는 영상’이라는 장르 전체를 한 단어로 담고 있죠.
이렇게 한 문화에서 생긴 새로운 현상은 번역어를 새로 만들기보다 원래 이름을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런 단어를 차용어(loanword)라고 부릅니다. sushi, karaoke, croissant가 영어 속에서 그대로 쓰이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에 오른 한국어에서 온 영어 단어
2021년 9월,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한국어와 관련된 표제어 26개를 한꺼번에 새로 실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로 퍼진 흐름이 사전에 반영된 사례로 널리 보도되었죠. 이 목록을 갈래별로 나누어 보면 한국어에서 온 영어 단어가 어떤 길로 건너갔는지 보입니다.
음식: bulgogi, banchan, kimbap
가장 많은 갈래는 음식입니다. bulgogi, galbi, japchae, kimbap, samgyeopsal, banchan, dongchimi에 치킨과 맥주를 합친 chimaek까지 실렸습니다. 한식당 메뉴판에서 먼저 만나고, 그 이름이 그대로 일상어가 된 단어들이죠.
음식 단어The restaurant serves free banchan with every meal.
We grabbed some kimbap for the road trip.
대중문화: hallyu, K-drama, manhwa
두 번째 갈래는 대중문화입니다. hallyu와 그 번역어 Korean wave, K-drama, 한국 만화를 뜻하는 manhwa, 트로트 장르를 가리키는 trot이 실렸습니다. 여기에 K-pop, K-beauty처럼 단어 앞에 붙는 K- 자체가 하나의 표제어로 올라간 점이 눈에 띕니다.
호칭과 감탄: oppa, unni, daebak
세 번째 갈래는 드라마와 팬 문화에서 퍼진 말입니다. oppa, noona, unni 같은 호칭, 귀여운 행동을 뜻하는 aegyo, 놀라움을 나타내는 daebak, 응원의 fighting이 여기에 속하죠. 이 밖에 PC bang, skinship, Konglish, 무술 이름 tang soo do도 함께 실렸습니다.
참고로 kimchi나 taekwondo처럼 2021년보다 훨씬 전부터 영어 사전에 올라 있던 단어도 있습니다. 2021년의 추가는 한국어 차용이 시작된 시점이 아니라, 그 흐름이 크게 넓어진 시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영어 문장 속에서 쓰이는 방식
차용어는 영어에 들어오는 순간 영어 문법을 따릅니다. mukbang은 영어에서 셀 수 있는 명사처럼 쓰여 a mukbang, mukbang videos처럼 관사와 복수형이 붙습니다. 한국어에는 없는 문법 표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죠.
영어 문법을 따르는 차용어She started a mukbang channel last year.
I’ve been binge-watching K-dramas all weekend.
K-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전에 실린 뒤로 K-food, K-fashion처럼 새 단어를 만들어 내는 접두사로 쓰입니다. 한국어에서 온 영어 단어가 그대로 머무르지 않고, 영어 안에서 새 단어를 낳는 재료가 된 셈이죠.
외국인과 대화할 때 조심할 단어
사전에 실렸다고 해서 모든 영어 화자가 그 단어를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전은 단어가 실제로 쓰인 기록을 모은 것이고, 이 단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쓰인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fighting이 대표적입니다. 사전에는 응원하는 감탄사로 실렸지만,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동료에게 시험 전날 Fighting!이라고 하면 ‘싸우자’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Good luck!이나 You’ve got this!가 바로 통하죠.
상대에 따라 고르기Fighting! (한국 문화를 모르는 상대에게는 어색함)
You’ve got this! Good luck tomorrow.
oppa, unni 같은 호칭도 영어 문장 속에서는 K-pop 팬 문화를 이야기할 때 주로 등장합니다. 일상 대화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쓰면 맥락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뜻을 짧게 풀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어 원뜻과 영어 속 쓰임 비교 표
| 구분 | 한국어 원뜻 | 영어 속 쓰임 | 대화에서 쓸 때 |
|---|---|---|---|
| mukbang | 먹는 방송 |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 영상 장르 | a mukbang, mukbang videos |
| hallyu | 한류 |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확산 | Korean wave와 함께 쓰면 이해가 쉬움 |
| K- | 한국의 | 새 단어를 만드는 접두사 | K-pop, K-beauty, K-food |
| banchan | 반찬 | 한식의 곁들이 음식 | 한식당 이야기에서 자연스러움 |
| fighting | 파이팅, 힘내 | 한국식 응원 감탄사 | 모르는 상대에게는 Good luck! |
| oppa, unni | 오빠, 언니 | 팬 문화 속 호칭 | 처음에는 뜻을 풀어서 설명 |
핵심 정리
한국어에서 온 영어 단어는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 업데이트로 한꺼번에 주목받았습니다. 음식, 대중문화, 호칭과 감탄이라는 세 갈래로 나누면 기억하기 쉽고, 영어 속에서는 a mukbang, K-dramas처럼 영어 문법을 따라 쓰인다는 점이 핵심이죠.
도입의 컨테이너처럼, 단어도 바다를 건너면 새 나라의 규칙에 맞게 다시 포장됩니다.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는 상대가 그 단어를 아는지 살피고, 낯설어 보이면 한 문장으로 뜻을 덧붙여 보세요. 그 한 문장이 대화를 한국 문화 이야기로 이어 주는 다리가 됩니다.
실생활 대화문
외국인 동료와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A: My niece keeps watching these videos where people just eat a ton of food.
B: Oh, that’s a mukbang. It’s actually a Korean word. It’s even in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 now.
A: Seriously? What other Korean words are in there?
B: Things like banchan, K-drama, and daebak. You’ll hear a lot of them if you start watching K-dramas.
A: 우리 조카가 사람들이 음식을 엄청 많이 먹기만 하는 영상을 계속 보더라고요. B: 아, 그게 먹방이에요. 사실 한국어 단어인데, 이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실려 있어요. A: 정말요? 또 어떤 한국어 단어가 있어요? B: 반찬, K-드라마, 대박 같은 거요. K-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많이 듣게 될 거예요. mukbang에 관사 a를 붙여 영어 명사처럼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