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명언 4가지

“인생은 고통이다.” 이 한 마디로 유명한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염세주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합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그의 철학은 때로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현대인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쇼펜하우어는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가감 없이 파헤치며,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히 ‘세상은 고통뿐이야’라고 말하는 염세주의자로만 쇼펜하우어를 이해한다면, 그의 철학이 가진 깊이와 넓이를 놓치게 됩니다.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에는 ‘의지'(Will)와 ‘표상'(Representation)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네이버 백과사전 / 사전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 맹목적인 ‘의지’와 우리가 보는 세상 ‘표상’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합니다. 바로 ‘의지로서의 세계’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입니다.

  • 의지 (Will, Wille):쇼펜하우어 철학에서 ‘의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유의지’나 ‘결단’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의지’는 눈먼, 비합리적이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삶의 근원적인 힘, 즉 ‘맹목적인 생존 욕구’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심지어 무기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의 배후에서 작용하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 예시: 배가 고파 음식을 찾는 것,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 것, 더 나아가 명예나 권력을 갈망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얻고 싶어 하는 욕망 등 이 모든 것이 ‘의지’의 다양한 발현입니다. 식물이 빛을 향해 자라는 것, 물이 아래로 흐르는 자연 현상까지도 쇼펜하우어는 이 ‘의지’의 작용으로 설명합니다. 문제는 이 ‘의지’는 결코 만족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것을 원하고, 끊임없이 갈망하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동시에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인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 표상 (Representation, Vorstellung): ‘표상’은 우리가 감각기관과 지성을 통해 인식하는 세계, 즉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현상 세계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사실 이 ‘표상’의 세계에 속합니다. 책상, 나무, 하늘, 다른 사람들 –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주관적인 인식 틀 안에서 재구성된 ‘표상’입니다.
    • 예시: 우리가 빨간색 사과를 볼 때, ‘빨갛다’, ‘둥글다’, ‘과일이다’라고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눈과 뇌가 외부 정보를 해석하여 만들어낸 ‘표상’입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 ‘표상’의 세계는 근원적인 ‘의지’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즉,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맹목적인 ‘의지’가 우리의 인식 틀을 통해 나타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자가 된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본질은 끊임없이 갈망하는 ‘의지’이며, 이 의지는 영원히 만족될 수 없기 때문에 삶은 필연적으로 ‘고통’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고통스럽고, 설령 충족된다 하더라도 그 만족감은 잠시뿐, 곧 권태로움이 찾아오고 새로운 욕망이 생겨나 다시 고통의 순환이 시작된다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진단입니다.

쇼펜하우어의 통찰이 담긴 4가지 명언

이제 그의 철학적 사유가 응축된 네 가지 명언을 통해 그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이해해 보겠습니다.

1.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Life swings like a pendulum backward and forward between pain and boredom.)

  • 해설: 이 명언은 그의 철학의 핵심인 ‘의지’의 속성과 그로 인한 인간 삶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고통’은 우리가 무언가를 강렬하게 원하지만 얻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는 ‘의지’의 좌절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승진을 간절히 원하지만 실패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했을 때 우리는 고통을 느낍니다.
  • 반대로, 우리가 원하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었을 때, 그 만족감은 얼마나 지속될까요? 쇼펜하우어는 그 기쁨은 잠시뿐이며, 이내 ‘권태’가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삶의 원동력이 사라진 듯한 공허함, 즉 ‘의지’가 잠시 충족되어 더 이상 갈망할 대상이 없는 상태가 바로 권태입니다. 마치 주말만 기다리다 막상 주말이 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지루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인간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해 고통받거나, 원하는 것을 갖고 난 뒤의 권태 속에서 새로운 고통(욕망)을 찾아 헤매는 운명이라는 그의 냉철한 진단입니다.

2. “인간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자신이 된다.” (A man can be himself only so long as he is alone.)

  • 해설: 쇼펜하우어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간은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타인의 시선, 사회적 기대,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 등은 우리를 끊임없이 제약하며 본래의 모습과는 다른 가면을 쓰게 만듭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숨기거나 왜곡하기도 합니다.
  • 쇼펜하우어에게 ‘고독’은 이러한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혼자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자아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쇼펜하우어가 모든 사회적 관계를 부정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독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내면이 충만한 사람은 고독을 즐기지만, 내면이 빈곤한 사람은 고독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외부의 자극이나 타인에게 의존하려 한다는 의 지적은 곱씹어볼 만합니다.

3. “우리는 건강의 가치는 병들었을 때, 재산의 가치는 잃었을 때 비로소 안다.” (Mostly it is loss which teaches us about the worth of things.)

  • 해설: 이 명언은 인간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상실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보편적인 경험을 지적합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의지’의 속성과도 연결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의지’ 때문에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망각하기 쉽습니다.
  • 예를 들어, 건강할 때는 건강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려 몸져눕거나, 큰 병을 앓게 되면 건강했던 시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매일 보던 가족이나 친구도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상실을 겪고 나서야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사무치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고통)뿐만 아니라, ‘이미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인식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4. “동정심이야말로 모든 도덕성의 기초이다.” (Compassion is the basis of morality.)

  • 해설: 세상을 고통으로 가득 찬 곳으로 본 쇼펜하우어에게 윤리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동정심’ 또는 ‘연민'(Compassion)입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근원적으로 동일한 ‘의지’의 표현이며, 따라서 우리 모두는 같은 고통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보고 우리가 연민을 느끼는 것은,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 쇼펜하우어는 이성적인 규칙이나 의무감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공감 능력, 즉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느끼는 동정심이야말로 진정한 도덕적 행동의 동기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길가에서 고통받는 동물을 보고 안쓰러움을 느끼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가 말하는 도덕성의 발현입니다. 이는 모든 존재가 ‘의지’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그의 형이상학적 통찰과 연결되는 중요한 윤리적 결론입니다. 의 관점에서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염세주의를 넘어 삶의 지혜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분명 어둡고 비관적인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철학을 단순히 ‘부정적인 생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통찰이 너무나 날카롭고 현실적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 삶의 본질적인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헛된 욕망과 기대로부터 벗어나 현실을 더 명료하게 인식하도록 돕습니다.

그는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술을 통한 ‘의지’로부터의 잠시의 해방,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연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금욕적인 삶을 통한 ‘의지’의 부정 등을 통해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우리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냉철한 분석과 통찰은 우리가 삶의 어려움과 고통에 더 현명하게 대처하고, 진정한 가치와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의 명언들을 되새기며, 오늘 당신의 삶을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그의 ‘염세주의’ 속에서 역설적인 위안과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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