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녹스-가스토 증후군(LGS)의 모든 것: 원인, 증상, 최신 치료법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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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네이버 백과사전 / 사전) :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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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녹스-가스토 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 LGS)은 주로 소아기에 시작되는 매우 드물고 심각한 형태의 뇌전증입니다. 전체 소아 뇌전증 환자의 약 1~4%를 차지하며, 치료가 매우 어려운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됩니다. 이 질환은 환아의 삶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핵심적인 특징부터 원인, 진단, 그리고 최신 치료법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단순히 하나의 증상이 아닌, 여러 특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입니다. 진단은 주로 세 가지 핵심적인 특징(Classic Triad)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 다양한 형태의 발작: 여러 종류의 발작이 복합적으로 발생합니다.
- 특징적인 뇌파(EEG) 소견: 검사 시 미만성 느린 극서파(slow spike-and-wave) 패턴이 관찰됩니다.
- 인지 및 발달 지연: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학습, 행동, 지적 장애가 동반됩니다.
이 세 가지 특징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다른 뇌전증과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주요 발작 형태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들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유형의 발작을 경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로 인해 진단이 복잡해지고 치료가 더욱 까다로워집니다. 주요 발작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긴장성 발작 (Tonic seizures): 가장 흔한 형태로,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합니다. 몸 전체 또는 특정 부위의 근육이 갑자기 뻣뻣하게 굳는 증상을 보입니다. 눈을 위로 치켜뜨거나, 숨을 잠시 멈추고, 동공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은 보통 수 초에서 1분 미만입니다.
- 무긴장성 발작 (Atonic seizures): ‘탈력 발작’ 또는 ‘드롭 어택(Drop attacks)’으로도 불립니다. 순간적으로 온몸의 근육 긴장도가 완전히 소실되면서 갑자기 쓰러지는 형태입니다. 넘어지면서 머리나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위험이 커 헬멧 착용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 비정형 결신 발작 (Atypical absence seizures): 일반적인 소아 결신 발작(멍하게 응시하는)과 달리, 발작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고 더 길게 지속됩니다. 의식이 완전히 소실되기보다는 주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고, 눈꺼풀이나 입 주변에 미세한 경련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근간대성 발작(Myoclonic seizures), 전신 강직-간대성 발작(Generalized tonic-clonic seizures) 등 다른 형태의 발작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발작 양상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발작 유형 | 주요 특징 | 위험 요소 |
긴장성 발작 | 수면 중 근육의 급격한 경직, 뻣뻣해짐 | 호흡 문제, 수면의 질 저하 |
무긴장성 발작 | 순간적인 근육 긴장 소실로 인한 갑작스러운 쓰러짐 | 낙상으로 인한 심각한 두부 및 안면 외상 |
비정형 결신 발작 | 불분명한 의식 저하, 느린 반응, 미세한 경련 동반 | 학습 장애,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
원인: 왜 발생하나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약 20~30%의 환자에서는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뇌의 구조적 이상 (Structural Abnormality):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출생 전후의 뇌 손상(주산기 가사로 인한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뇌 피질 형성 이상, 뇌염이나 뇌수막염과 같은 중추신경계 감염 후유증, 심각한 두부 외상, 결절성 경화증과 같은 신경피부증후군 등이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유전적 원인 (Genetic Factors):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특정 유전자 변이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GABRB3, SCN1A, ALG13 등 여러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 원인 불명 (Cryptogenic/Unknown): 정밀한 검사에도 불구하고 뇌의 구조적 문제나 유전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세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단 과정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진단은 한 번의 검사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임상 증상, 뇌파 검사, 뇌 영상 검사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내려집니다.
-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 의사는 환자의 발달 과정, 발작의 시작 시기, 발작의 종류와 빈도 등을 자세히 문진합니다. 이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의심하는 첫 단계입니다.
- 뇌파 검사 (EEG): 진단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각성 상태에서는 배경파가 전반적으로 느려져 있고, 발작파 간기(발작이 없을 때)에 1.5~2.5Hz의 특징적인 **미만성 느린 극서파 복합체(slow spike-and-wave complexes)**가 관찰됩니다. 특히 수면 중에는 전반적인 빠른 율동파(generalized paroxysmal fast activity, GPFA)라는 독특한 뇌파 소견이 나타나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뇌 영상 검사 (Neuroimaging): 뇌의 구조적 원인을 찾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필수적입니다. MRI를 통해 뇌 피질 이형성증, 뇌 위축, 과거 뇌 손상의 흔적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유전자 검사: 가족력이나 특정 임상 양상이 의심될 경우,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해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진단 방법 | 목적 | 주요 확인 사항 |
뇌파 검사(EEG) | 뇌의 전기적 활동 분석 | 미만성 느린 극서파, 수면 중 GPFA 패턴 |
뇌 MRI | 뇌의 구조적 이상 확인 | 뇌 손상, 뇌 기형, 종양 등 원인 질환 감별 |
유전자 검사 | 유전적 원인 규명 | 알려진 LGS 관련 유전자 변이 확인 |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치료 전략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이므로 치료 목표는 발작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심각한 발작(특히 쓰러지는 발작)의 빈도를 줄이고 인지 기능 저하를 최소화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치료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1. 약물 치료 (Pharmacotherapy)
여러 종류의 항경련제를 시도하게 되며, 종종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합니다.
- 주요 사용 약물: 발프로산(Valproate), 클로바잠(Clobazam), 라모트리진(Lamotrigine), 루피나미드(Rufinamide),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등이 1차적으로 고려됩니다.
- 최신 치료제: 최근에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입증된 새로운 약물들이 도입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칸나비디올(Cannabidiol, 상품명: 에피디올렉스)은 특정 발작 조절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 주의사항: 일부 항경련제(예: 카르바마제핀, 옥스카르바제핀, 페니토인)는 오히려 긴장성 또는 무긴장성 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2. 식이 요법 (Dietary Therapy)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에게 식이요법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케톤 생성 식이요법 (Ketogenic Diet): 고지방, 저탄수화물, 적정 단백질 식단으로, 우리 몸이 포도당 대신 지방을 분해해 생성되는 ‘케톤체’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만듭니다. 이 케톤체가 뇌에서 항경련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약 30~50%의 환자에게서 발작 감소 효과가 나타납니다.
- 변형 앳킨스 식이요법 (Modified Atkins Diet) 및 저혈당지수 식이요법 (Low Glycemic Index Treatment): 전통적인 케톤 생성 식이요법보다 제한이 덜 엄격하여 순응도가 높은 대안적 식이요법입니다.
3. 수술 및 신경자극장치 (Surgery and Neurostimulation)
약물과 식이요법으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고려할 수 있습니다.
- 미주신경자극술 (Vagus Nerve Stimulation, VNS): 목의 미주신경에 전극을 감아 주기적으로 전기 자극을 보내는 장치를 체내에 삽입하는 시술입니다. 뇌에 직접적인 수술을 가하지 않으면서 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뇌량 절제술 (Corpus Callosotomy):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 섬유 다발인 ‘뇌량’을 절단하는 수술입니다. 특히 무긴장성 발작(드롭 어택)과 같이 갑자기 쓰러지는 발작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 반응성 신경자극술 (Responsive Neurostimulation, RNS): 뇌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발작파)를 감지하면 즉시 전기 자극을 주어 발작을 억제하는 장치를 뇌에 직접 삽입하는 최신 기술입니다.
예후 및 장기적 관리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만성적인 질환으로, 완치가 어렵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예후는 원인 질환의 유무, 발작 조절 정도, 인지 기능 저하 수준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발작을 계속 경험하며, 인지 및 행동 문제로 인해 독립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따라서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에게는 신경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특수교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의 포괄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환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적, 사회적 지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