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병(Alexander Disease): 원인부터 최신 연구까지

알렉산더병(Alexander Disease)은 중추신경계(뇌와 척수)의 백색질(White Matter)에 점진적인 손상이 발생하는 매우 드문 희귀 유전 질환입니다. 이는 ‘백색질이영양증(Leukodystrophy)’이라는 질환 그룹에 속하며, 신경세포를 지지하고 절연하는 역할을 하는 별아교세포(astrocyte)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알렉산더병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영유아기에 처음 증상이 나타나며, 이 경우 가장 심각한 경과를 보입니다.


알렉산더병이란 무엇인가?

알렉산더병은 1949년 스튜어트 알렉산더(W. Stewart Alexander) 박사에 의해 처음 보고된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뇌의 별아교세포 내에 ‘로젠탈 섬유(Rosenthal fibers)’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축적된다는 점입니다. 이 로젠탈 섬유는 주로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교질 섬유 산성 단백질)이라는 특정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축적물은 별아교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결국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수초(myelin sheath)의 파괴로 이어져 다양한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킵니다.

항목내용
질환명알렉산더병 (Alexander Disease)
질환 분류백색질이영양증 (Leukodystrophy)
주요 특징별아교세포 내 로젠탈 섬유(Rosenthal fibers) 축적
관련 단백질GFAP (교질 섬유 산성 단백질)

원인: GFAP 유전자 돌연변이

알렉산더병의 원인은 거의 모든 경우에서 GFAP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밝혀졌습니다. GFAP 유전자는 별아교세포의 구조를 형성하고 지지하는 GFAP 단백질의 생산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비정상적인 GFAP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산되거나 잘못된 구조로 만들어집니다. 우리 몸은 이 비정상 단백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세포 내에 로젠탈 섬유 형태로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알렉산더병 환자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닌, 자신에게서 처음 발생한 새로운 돌연변이(de novo mutation)에 의해 발병합니다. 하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우성 유전 방식으로 유전되기도 합니다. 즉,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알렉산더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될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병의 유형 및 증상

Alexander Disease은 발병 연령과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전통적으로 영아형, 연소형, 성인형 세 가지로 분류했으나, 최근에는 증상의 발현 양상에 따라 제1형(Type I)과 제2형(Type II)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습니다.

1. 제1형 알렉산더병 (Type I)

  • 발병 시기: 주로 생후 2년 이내에 발병하며, 가장 흔하고 심각한 형태입니다.
  • 주요 증상:
    • 대두증 (Megalencephaly):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커지는 증상.
    • 발달 지연 및 퇴행: 정상적으로 발달하던 아기가 점차 앉기, 기기, 걷기 등의 운동 능력을 잃고 언어 능력도 상실합니다.
    • 경련 및 발작 (Seizures): 치료가 어려운 심각한 발작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강직 (Spasticity): 팔다리 근육이 뻣뻣해지고 움직임이 어려워집니다.
    • 수두증 (Hydrocephalus): 뇌척수액의 흐름이 막혀 뇌압이 상승하기도 합니다.

제1형 알렉산더병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예후가 좋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들이 10세 이전에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2. 제2형 알렉산더병 (Type II)

  • 발병 시기: 아동기 후반(연소형)부터 성인기까지 넓은 연령대에 걸쳐 발병합니다.
  • 주요 증상:
    • 구음장애 및 연하장애: 뇌간(brainstem)과 소뇌(cerebellum)의 영향을 받아 발음이 어눌해지거나(dysarthria)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는(dysphagia) 증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 운동 실조 (Ataxia): 섬세한 움직임이나 균형 감각에 문제가 생겨 비틀거리며 걷게 됩니다.
    • 근육 강직 및 위축: 주로 다리에 강직이 나타나 보행 장애를 유발합니다.
    • 수면 무호흡증, 자율신경계 문제 등: 기타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제2형 알렉산더병은 제1형에 비해 진행 속도가 훨씬 느리고, 증상의 정도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일부 환자는 수십 년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구분제1형 알렉산더병 (Type I)제2형 알렉산더병 (Type II)
주요 발병 연령생후 2년 이내 (영아기)아동기 후반 ~ 성인기
핵심 증상대두증, 발달 퇴행, 심각한 경련구음/연하장애, 운동 실조, 강직
주요 영향 부위대뇌 (특히 전두엽)뇌간, 소뇌, 척수
진행 속도매우 빠름상대적으로 느리고 다양함
예후일반적으로 좋지 않음개인차가 크지만 수명 단축

진단 방법

과거에는 뇌 조직 생검을 통해 로젠탈 섬유를 직접 확인해야만 확진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Alexander Disease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 임상 증상 평가: 앞서 언급된 특징적인 증상들, 특히 영아의 대두증과 발달 퇴행, 또는 성인의 구음장애와 보행 문제를 바탕으로 질환을 의심합니다.
  • 뇌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에 가장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Alexander Disease 환자의 뇌 MRI에서는 특징적인 이상 소견이 관찰됩니다.
    • 제1형: 주로 뇌의 앞부분(전두엽) 백색질에 광범위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 제2형: 뇌간, 소뇌, 기저핵, 척수 부위에 위축이나 신호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 유전자 검사: 알렉산더병의 확진은 GFAP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GFAP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함으로써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진단 단계검사 방법주요 소견
1단계 (의심)임상 증상 관찰 및 신경학적 검사연령대에 따른 특징적 증상 확인 (대두증, 운동실조 등)
2단계 (영상학적 확인)뇌 MRI전두엽 우세 백색질 변화 또는 뇌간/척수 위축 등 특징적 패턴
3단계 (확진)GFAP 유전자 검사GFAP 유전자 내 병원성 돌연변이 확인

치료 및 관리

안타깝게도 현재 Alexander Disease의 진행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치료는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증 요법(symptomatic care)과 지지 요법(supportive care)으로 이루어집니다.

  • 약물 치료: 경련을 조절하기 위한 항경련제, 근육 강직을 완화하기 위한 근육이완제 등을 사용합니다.
  • 재활 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을 통해 환자의 운동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며, 의사소통 및 삼킴 문제를 관리합니다.
  • 영양 관리: 연하장애가 심한 경우, 비위관(콧줄)이나 위루관(뱃줄)을 통한 영양 공급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정기적인 추적 관찰: 질병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합병증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정기적인 진료가 필수적입니다.

예후 및 최신 연구 동향

Alexander Disease의 예후는 발병 연령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영아기에 발병하는 제1형은 대부분 수년 내에 사망하는 등 매우 치명적입니다. 반면, 늦게 발병하는 제2형은 진행이 느려 수십 년간 생존할 수 있지만, 점차 신경학적 장애가 심해져 삶의 질이 저하됩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습니다. 전 세계 연구진들이 Alexander Disease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유전자 수준에서 질병의 원인을 교정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가장 주목받는 연구 분야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Antisense Oligonucleotide)’ 치료법입니다. ASO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짧은 유전 물질 조각입니다. 알렉산더병의 경우, 문제가 되는 GFAP 유전자가 비정상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ASO를 이용해 GFAP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동물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으며,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어 미래의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알렉산더병은 비록 매우 드물지만 환자와 가족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GFAP 유전자 돌연변이라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MRI와 유전자 검사를 통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고, 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지지 요법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ASO 치료제와 같은 혁신적인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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