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내성암호(PQC)란 무엇인가: 양자 컴퓨팅 시대의 새로운 방패


양자 컴퓨팅 시대, 암호의 위기와 새로운 대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뱅킹,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대부분의 디지털 환경은 공개키 암호 기술(RSA, ECC 등)을 통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습니다. 이 암호 체계는 매우 큰 숫자를 소인수분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수학적 원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만 년이 걸릴 계산이지만, 양자 컴퓨팅 기술의 등장은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표현하는 큐비트(Qubit)를 사용하여 병렬 연산을 수행합니다. 이는 특정 유형의 문제에서 기존 컴퓨터를 압도하는 계산 능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특히, 1994년 피터 쇼어(Peter Shor)가 발표한 ‘쇼어 알고리즘’을 양자 컴퓨터에서 실행하면, 현재의 공개키 암호 체계를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해독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대 중반에는 현재의 암호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성능의 양자 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 국방, 통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보안 위협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구분기존 컴퓨터 (Classical Computer)양자 컴퓨터 (Quantum Computer)
기본 단위비트(Bit): 0 또는 1큐비트(Qubit): 0과 1의 중첩 상태
연산 방식순차적 처리병렬 처리 (중첩, 얽힘 활용)
주요 해결 문제일반적인 컴퓨팅 작업최적화, 시뮬레이션, 암호 해독 등
현재 암호체계 위협없음 (소인수분해에 매우 오랜 시간 소요)쇼어 알고리즘으로 빠른 해독 가능

이러한 전례 없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바로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PQC)입니다.

양자 컴퓨터 공격에 저항하는 새로운 암호, PQC

양자내성암호(PQC)는 양자 컴퓨터로도 효율적으로 풀기 어려운 새로운 수학적 문제에 기반한 암호 기술입니다. 중요한 점은 양자내성암호가 양자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양자 암호 통신(QKD)’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PQC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IT 인프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 기반의 암호 알고리즘으로, 미래의 양자 컴퓨터 공격을 방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금 당장 수집하고, 나중에 해독한다(Harvest Now, Decrypt Later)”는 공격 시나리오는 PQC의 시급성을 잘 보여줍니다. 공격자는 현재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한 뒤, 미래에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이를 해독하여 민감한 정보를 탈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보호해야 하는 정부, 금융, 의료 기관 등에서는 지금부터 양자내성암호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양한 수학적 난제에 기반한 PQC 알고리즘

양자내성암호는 다양한 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각각의 방식은 장단점과 활용 분야가 다릅니다. 현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를 중심으로 표준화가 활발히 진행 중인 주요 PQC 알고리즘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알고리즘 종류기반 수학 문제주요 특징대표 알고리즘
격자 기반 (Lattice-based)격자 내 최단 벡터 문제(SVP) 등암호화, 서명 등 다방면 활용 가능. 효율성 우수Kyber, Dilithium
코드 기반 (Code-based)선형 오류 수정 코드의 복호화 문제키 크기가 크지만, 오랜 기간 연구되어 안정성이 높음McEliece, HQC
다변수 기반 (Multivariate)다변수 이차 방정식 시스템 해법 문제키 크기가 작고 하드웨어 구현에 유리Rainbow (현재는 안전성 문제로 제외)
해시 기반 (Hash-based)해시 함수의 일방향성 및 충돌 저항성구현이 비교적 단순하고 안전성이 높으나, 서명 크기가 큼SPHINCS+
아이소제니 기반
(Isogeny-based)
타원 곡선 간의 아이소제니 경로 탐색 문제키 크기가 작아 경량 환경에 유리했으나, 최근 취약점 발견SIKE (현재는 안전성 문제로 제외)

이 중 격자 기반 암호인 ‘Kyber’와 ‘Dilithium’은 키 및 암호문 크기가 비교적 작고 효율성이 높아 NIST 표준으로 가장 유력하게 채택되었습니다.

글로벌 표준화 동향과 우리의 준비

양자내성암호로의 안전한 전환을 위해 전 세계는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있습니다. NIST는 2017년부터 PQC 표준화 공모를 시작하여 수많은 알고리즘을 다각도로 검증해왔으며, 2024년에는 최종 표준 알고리즘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 NIST PQC 표준화 현황 (2024년 기준)
    • 공개키 암호화/키 캡슐화(KEM): ML-KEM (Kyber)
    • 디지털 서명: ML-DSA (Dilithium), SLH-DSA (SPHINCS+)

이러한 표준화 움직임에 발맞춰 구글, 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사의 서비스와 제품에 PQC를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PQC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 양자내성암호 전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국내 표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양자내성암호(PQC)로의 전환은 단순히 암호 알고리즘을 교체하는 것을 넘어,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성능, 안정성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복잡한 과정입니다. 초기에는 기존 암호와 양자내성암호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완전한 PQC 체계로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양자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가올 양자 시대에 우리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지금부터 양자내성암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는 미래 디지털 사회의 신뢰와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 최신글 목록 – ROOTCAM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