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식 식각과 습식 식각, 원리와 쓰임의 차이 정리

건식 식각과 습식 식각, 원리와 쓰임의 차이 정리

판화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둘입니다. 조각칼로 나무판을 직접 파내는 목판화가 있고, 동판에 밑그림을 긁어 낸 뒤 산 용액에 담가 드러난 부분을 부식시키는 동판화가 있죠. 칼은 원하는 방향으로 날카롭게 파낼 수 있고, 산은 넓은 면을 한꺼번에 녹이지만 사방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반도체의 식각 공정도 이 두 판화와 닮았습니다. 액체 약품으로 녹여 내는 습식 식각, 플라스마 속 이온과 반응성 기체로 깎아 내는 건식 식각이죠. 이 글에서는 건식 식각과 습식 식각이 어떤 원리로 다르고, 왜 미세 공정의 주역이 건식으로 옮겨 갔으며, 습식은 어디에 여전히 쓰이는지 정리합니다.

식각 공정이란 무엇인가

식각(Etching)은 포토 공정에서 만든 감광액 패턴을 가림막으로 삼아, 드러난 부분의 막을 깎아 내는 공정입니다. 포토가 회로의 모양을 그리는 단계라면, 식각은 그 모양을 실제 구조로 새기는 단계죠.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소자 사이를 나누는 홈, 배선이 들어갈 길, 층 사이를 잇는 구멍이 모두 식각으로 만들어집니다.

식각에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곳만,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깊이만큼 깎는 것입니다. 깎아야 할 막만 깎고 아래층과 감광액은 남겨야 하며, 옆으로 번지지 않고 아래로 곧게 내려가야 하죠.

깎는 방식이 두 갈래로 나뉜 이유

초기 반도체 공정은 대부분 습식 식각을 썼습니다. 약품에 담그기만 하면 되니 장비가 간단하고 빠르며, 원하는 막만 골라 녹이는 능력도 좋았죠. 그런데 회로 선폭이 µm 단위 아래로 줄어들자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액체 약품은 아래 방향뿐 아니라 옆 방향으로도 같은 속도로 녹여 들어갑니다. 감광액 아래까지 파고드는 이 현상 때문에 패턴이 설계보다 넓어지고, 좁은 간격의 패턴은 서로 붙어 버리죠. 동판화의 산이 선 옆으로 번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아래로만 곧게 깎을 수 있는 건식 식각이 미세 공정의 주력이 되었습니다.

습식과 건식 식각의 원리

습식 식각: 약품이 녹여 낸다

습식 식각(Wet Etching)은 웨이퍼를 화학 약품에 담그거나 뿌려 막을 녹이는 방식입니다. 산화막은 불산 계열 용액으로, 질화막은 뜨거운 인산으로 녹이는 식이죠. 화학 반응이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일어나 깎이는 모양이 둥글게 퍼지는데, 이를 등방성(Isotropic) 식각이라고 부릅니다.

습식은 원하는 막만 골라 녹이는 능력인 선택비가 높고, 한 번에 여러 장을 처리할 수 있어 비용이 낮습니다. 표면 손상도 적죠. 다만 옆으로 번지는 성질 때문에 미세 패턴 형성에는 쓰기 어렵습니다.

건식 식각: 플라스마가 깎아 낸다

건식 식각(Dry Etching)은 진공 챔버에 기체를 넣고 전기 에너지로 플라스마(Plasma)를 만들어 막을 깎는 방식입니다. 플라스마 속에는 화학적으로 매우 활발한 라디칼과 전기를 띤 이온이 있죠. 라디칼은 막과 반응해 날아가기 쉬운 물질로 바꾸고, 이온은 전기장을 따라 웨이퍼 쪽으로 곧게 가속되어 바닥을 때립니다.

반응성 이온 식각(RIE)의 흐름

  1. 진공 챔버에 식각용 기체를 넣는다.
  2. 고주파 전력으로 플라스마를 만든다.
  3. 라디칼이 막 표면과 반응해 휘발성 물질을 만든다.
  4. 이온이 수직으로 가속되어 바닥면의 반응을 돕고 생성물을 떼어 낸다.
  5. 떨어져 나온 물질은 진공 펌프로 빠져나간다.

이온이 위에서 아래로만 날아오니 바닥은 빨리 깎이고 옆면은 덜 깎여, 수직에 가까운 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이방성(Anisotropic) 식각이라고 하죠. 목판화의 조각칼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파고드는 셈입니다. 화학 반응과 물리적 충격을 함께 쓰는 이 방식을 반응성 이온 식각(RIE, Reactive Ion Etching)이라고 부릅니다.

식각을 평가하는 지표와 난제

식각은 몇 가지 지표로 평가합니다. 얼마나 빨리 깎이는지인 식각 속도, 깎아야 할 막과 남겨야 할 막의 식각 속도 비율인 선택비, 벽이 얼마나 수직인지인 이방성, 웨이퍼 전체에서 얼마나 고르게 깎이는지인 균일도가 대표적이죠.

건식 식각의 가장 큰 난제는 깊고 좁은 구멍입니다. 3D 낸드처럼 수많은 층을 한 번에 뚫어야 하는 구조에서는 지름에 비해 깊이가 매우 큰 구멍을 바닥까지 곧게 깎아야 하죠. 깊어질수록 이온과 기체가 바닥까지 닿기 어렵고, 벽이 휘거나 바닥이 좁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온 충격이 막에 손상을 남기는 플라스마 손상, 패턴 밀도에 따라 식각 속도가 달라지는 로딩 효과도 관리 대상입니다.

흔히 건식 식각이 습식 식각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팹에서는 습식 공정도 여전히 많이 쓰입니다. 쓰임이 나뉘었을 뿐이죠.

함께 쓰이는 두 방식과 산업의 의미

오늘날 미세 패턴을 새기는 일은 대부분 건식 식각이 맡고, 습식은 감광액 제거, 웨이퍼 세정, 막 전체를 얇게 걷어 내는 작업, 선택비가 특히 중요한 공정에 쓰입니다. 원자 한 층씩 깎아 내는 원자층 식각(ALE)처럼 극한의 정밀도를 노리는 기술도 개발되어 쓰이고 있죠.

식각은 회로를 3D로 쌓는 시대에 더 중요해졌습니다. 3D 낸드의 깊은 구멍, GAA 트랜지스터의 층을 골라 녹이는 공정 모두 식각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죠. 그래서 건식 식각과 습식 식각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는 공정 엔지니어의 기본 역량이자, 식각 장비와 특수 가스 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건식 식각과 습식 식각 비교 표

구분습식 식각건식 식각
원리화학 약품이 녹여 냄플라스마의 라디칼과 이온이 깎아 냄
방향성등방성 (옆으로 번짐)이방성 (수직으로 깎임)
선택비높음조건에 따라 다름
미세 패턴어려움적합
비용·처리량낮은 비용, 여러 장 동시 처리장비 비싸고 진공 필요
주요 쓰임세정, 감광액 제거, 전면 제거게이트, 홈, 콘택트 구멍 등 패턴 형성
판화에 비유하면산으로 부식시키는 동판화조각칼로 파내는 목판화

핵심 정리

식각은 감광액 패턴을 가림막으로 삼아 드러난 막을 깎아 내는 공정입니다. 습식 식각은 약품으로 녹여 선택비가 높고 저렴하지만 옆으로 번지는 등방성 때문에 미세 패턴에는 맞지 않고, 건식 식각은 플라스마의 라디칼과 이온으로 수직에 가깝게 깎아 미세 패턴의 주력이 되었죠. 건식 식각과 습식 식각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쓰임을 나눠 함께 쓰입니다.

조각칼과 산이 판화에서 각자의 자리를 갖듯, 두 식각도 각자 잘하는 일이 있습니다. 식각 공정을 공부할 때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방향성인가, 선택비인가’를 먼저 물으면 어느 방식을 쓰는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건식 식각에서 이방성이 생기는 원리와, 종횡비가 큰 구멍을 식각할 때의 어려움을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플라스마 속 이온이 웨이퍼 쪽 전기장에 의해 수직으로 가속되어 바닥면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돕고, 옆면은 보호막이 쌓이거나 충격이 적어 덜 깎이기 때문에 이방성이 생긴다는 원리를 먼저 설명합니다. 종횡비가 큰 구멍에서는 이온과 반응 기체가 바닥까지 잘 닿지 않고 생성물이 빠져나가기 어려워 식각 속도가 떨어지고, 벽이 휘거나 바닥이 좁아지며 구멍마다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습니다. 대책으로 기체 조합과 압력, 전력 조절, 측벽 보호막 제어를 언급하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