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와 파운드리, IDM과 OSAT까지 사업 모델 비교

팹리스와 파운드리, IDM과 OSAT까지 사업 모델 비교

책 한 권이 서점에 놓이기까지는 여러 손을 거칩니다. 작가가 원고를 쓰고, 인쇄소가 종이에 찍고, 제본소가 묶어 표지를 씌우죠. 큰 출판사는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와 인쇄소와 제본소가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눠 맡습니다.

반도체 산업도 이렇게 역할을 나눕니다. 설계만 하는 회사, 생산만 하는 회사, 포장과 검사만 하는 회사, 그리고 전부 직접 하는 회사가 있죠. 이 글에서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IDM과 OSAT까지 네 가지 사업 모델이 어떻게 다르고 왜 생겨났는지 정리합니다.

반도체 회사를 나누는 기준

반도체 한 개가 만들어지려면 크게 세 단계를 거칩니다. 회로를 그리는 설계,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Front-end), 칩을 잘라 포장하고 검사하는 후공정(Back-end)이죠. 회사가 이 중 어디를 직접 하느냐에 따라 사업 모델이 갈립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팹(Fab)입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 곧 Fabrication Facility의 줄임말이죠. 팹을 가졌는지, 가졌다면 누구를 위해 돌리는지가 첫 번째 기준이 됩니다.

한 회사가 다 하던 시절, IDM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 반도체 기업)은 설계부터 전공정, 후공정까지 직접 하는 회사입니다. 반도체 산업 초기에는 거의 모든 회사가 이 방식이었죠. 메모리 기업 다수와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같은 회사가 대표적인 IDM으로 꼽힙니다.

IDM의 강점은 설계와 공정을 함께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설계팀과 공정팀이 같은 회사에 있으니, 새 공정의 특성을 설계에 바로 반영하고 문제가 생기면 함께 원인을 찾을 수 있죠. 메모리처럼 공정 기술이 곧 제품 경쟁력인 분야에서 IDM이 많은 이유입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뉜 이유

팹이 너무 비싸졌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팹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최첨단 팹은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죠. 작은 회사는 좋은 설계 아이디어가 있어도 공장을 지을 수 없게 되었고, 큰 회사도 매 세대마다 공장을 새로 짓는 부담이 커졌습니다.

설계만 하는 팹리스, 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그래서 역할이 나뉩니다. 팹리스(Fabless)는 이름 그대로 팹 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입니다. 퀄컴, 엔비디아, AMD처럼 칩을 설계해 팔지만 생산은 맡기죠. 파운드리(Foundry)는 반대로 남이 설계한 칩을 위탁받아 생산만 하는 회사입니다. 1987년에 설립된 TSMC가 이 모델을 본격적으로 연 회사로 평가받습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협업 흐름

  1. 팹리스가 파운드리의 설계 규칙과 공정 정보를 담은 PDK를 받는다.
  2. PDK에 맞춰 회로를 설계하고 검증한다.
  3. 완성된 설계 데이터를 파운드리에 넘긴다(테이프아웃).
  4. 파운드리가 마스크를 만들고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다.
  5. 완성된 웨이퍼는 OSAT로 넘어가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친다.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분업은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습니다. 공장 없이도 반도체 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되자 수많은 설계 회사가 생겨났고, 파운드리는 여러 고객의 물량을 모아 공장을 꽉 채워 돌릴 수 있게 되었죠.

후공정을 맡는 OSAT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는 반도체 후공정, 곧 조립과 테스트를 위탁받아 하는 회사입니다. 웨이퍼를 받아 칩을 자르고, 기판에 붙이고, 전기 연결을 하고, 몰딩으로 감싼 뒤, 제대로 동작하는지 검사하죠. ASE, 앰코 같은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예전에는 후공정을 단순 조립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세화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지면서, 여러 칩을 한 패키지에 묶는 첨단 패키징이 성능을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파운드리와 IDM도 첨단 패키징을 직접 키우고 있고, OSAT의 기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죠.

각 모델의 장점과 위험

IDM은 설계와 공정을 함께 다듬을 수 있지만, 공장을 직접 소유하니 경기가 나쁠 때도 막대한 고정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팹리스는 자산이 가벼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생산 능력을 파운드리에 의존하므로 물량이 부족할 때 원하는 만큼 칩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죠.

파운드리는 여러 고객의 물량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지만, 매 세대 거대한 투자를 이어 가야 하고 고객의 설계 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야 합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곧 사업의 기반이죠. OSAT는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지만, 첨단 패키징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범용 물량 경쟁으로 밀려납니다.

현실의 회사는 이 네 칸에 딱 들어맞지 않기도 합니다. IDM이 일부 제품을 파운드리에 맡기거나, IDM이 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하기도 하죠. 사업 모델은 고정된 이름표라기보다 회사가 선택하는 전략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네 가지 사업 모델 비교 표

구분IDM팹리스파운드리OSAT
맡는 단계설계, 전공정, 후공정 전부설계전공정 (위탁 생산)후공정 (조립, 테스트)
팹 보유보유없음보유후공정 공장 보유
강점설계와 공정의 동시 최적화가벼운 자산, 빠른 제품 개발대규모 생산, 공정 기술패키징과 테스트 전문성
위험막대한 고정비생산 능력 의존거대한 설비 투자 부담기술 격차 시 가격 경쟁
대표 분야메모리, 아날로그, 전력CPU, GPU, 통신 칩첨단 로직 위탁 생산패키징, 최종 테스트

핵심 정리

반도체 사업 모델은 설계, 전공정, 후공정 중 어디를 직접 하느냐로 나뉩니다. 전부 하는 IDM, 설계만 하는 팹리스, 위탁 생산을 하는 파운드리, 조립과 테스트를 맡는 OSAT가 있죠.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분업은 팹 투자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지면서 자리 잡았습니다.

출판에서 작가와 인쇄소, 제본소가 서로를 필요로 하듯, 네 모델은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고객이자 협력자입니다. 어떤 기업을 볼 때 ‘이 회사는 어느 단계에서 돈을 버는가’를 먼저 물으면 그 기업의 강점과 위험이 함께 보입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업 모델이 등장한 배경과, 이 모델이 산업에 가져온 변화를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공정 미세화로 팹 투자비가 급격히 커져 설계와 생산을 한 회사가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배경을 먼저 말합니다. 그 결과 공장 없이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가 늘어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파운드리는 여러 고객의 물량으로 가동률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는 점을 짚습니다. 최근에는 첨단 패키징이 중요해지며 후공정까지 협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덧붙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