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아키텍처 등장, 모바일 시대 반도체 구도가 바뀐 과정
철도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 중 하나는 레일 사이의 간격, 곧 궤간입니다. 궤간이 같으면 어느 회사가 만든 열차든 같은 선로를 달릴 수 있고, 다르면 같은 역에서도 열차가 서로 건너가지 못합니다.
ARM 아키텍처는 반도체에서 이 궤간 역할을 맡은 명령어 집합 규약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올라타는 규칙을 한 회사가 정해 두고 여러 회사가 각자의 칩을 만들게 하면서, 모바일 시대의 반도체 구도를 바꾸었다고 설명됩니다.
이 글은 ARM이 어떻게 등장했고 왜 휴대 기기와 잘 맞았는지, 그리고 칩을 직접 만들지 않는 회사가 어떻게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었는지를 확인된 사실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ARM 아키텍처 이전, 약속과 칩을 한 회사가 쥐던 PC 시대
명령어 집합 구조(ISA, Instruction Set Architecture)는 소프트웨어가 프로세서에게 일을 시키는 약속입니다. 같은 약속을 쓰는 칩이면 같은 프로그램이 돌아가므로, 이 약속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한데 묶는 궤간과 같습니다.
PC 시대에는 x86이라는 약속을 쓰는 프로세서를 소수의 업체가 설계하고 제조까지 맡는 구조가 중심이었습니다. 기기 업체는 이 칩을 사서 쓰는 쪽에 가까웠고, 칩의 구성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구조는 성능을 끌어올리는 쪽에 맞춰 발전해 왔고, 배터리로 움직이는 기기가 요구하는 낮은 전력 소모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휴대 기기가 늘어나자 설계 목표가 다른 프로세서가 필요해졌습니다.
ARM의 출발, 에이콘의 RISC 프로젝트에서 별도 회사까지
ARM의 출발점은 영국의 컴퓨터 회사 에이콘(Acorn)입니다. 에이콘 RISC 머신(Acorn RISC Machine) 프로젝트가 1983년 10월에 공식 시작되었고, 첫 ARM1 실리콘은 VLSI 테크놀로지와 함께 만들어 1985년 4월에 시험되었습니다.
1990년에는 에이콘, 애플, VLSI 테크놀로지가 합작해 어드밴스트 RISC 머신스(Advanced RISC Machines)를 세웠습니다. 애플이 투자자로 참여했고, 초기에 애플의 뉴턴(Newton) 프로젝트가 ARM 프로세서를 고르면서 이 흐름에 힘이 실렸습니다.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는 명령어를 단순하고 규칙적으로 만들어 구현을 간단하게 하려는 설계 철학입니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같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회로와 전력을 줄이기 쉽다는 점이 훗날 휴대 기기와 맞아떨어졌습니다.
ARM 아키텍처를 빌려 주는 사업 모델, 두 가지 라이선스
ARM의 사업 방식은 칩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설계 자산(IP)을 라이선스하는 것입니다. 열차에 빗대면 레일 규격과 표준 객차의 설계도를 빌려 주고, 실제 열차를 제작해 운행하는 일은 고객이 맡는 셈입니다.
라이선스에는 대표적으로 두 방식이 있습니다. 코어 라이선스는 ARM이 설계한 프로세서 코어를 가져다 칩에 넣는 방식이고, 아키텍처 라이선스는 ARM 명령어 집합을 따르면서 코어를 자기 방식으로 직접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애플은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로 소개됩니다.
ARMv7에서는 용도에 따라 응용 프로세서용 Cortex-A, 실시간 제어용 Cortex-R, 마이크로컨트롤러용 Cortex-M으로 프로파일이 나뉩니다. 같은 약속 아래 스마트폰 칩부터 작은 제어용 칩까지 폭넓게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가 ARM을 고른 이유
휴대전화가 보급되던 2000년대 중반에 판매된 휴대전화의 대부분이 ARM 프로세서를 하나 이상 쓰고 있었다고 정리됩니다. 배터리와 발열의 제약이 큰 기기에서 전력 대비 성능을 맞추기 쉬웠고, 필요한 기능을 한 칩에 모으는 설계와도 잘 맞았습니다.
2007년에 공개된 첫 아이폰도 삼성이 만든 32비트 ARM 계열 SoC를 썼습니다. 2010년 아이패드의 A4는 애플이 처음 자체 설계한 SoC로, ARM Cortex-A8 코어를 쓰고 삼성의 45nm 공정에서 만들어졌다고 소개됩니다.
눈여겨볼 점은 설계 회사와 제조 회사가 분리되었다는 것입니다. 기기 회사가 ARM에서 설계를 빌려 자기 칩을 설계하고, 제조는 파운드리에 맡기는 구조가 모바일 시대에 자리 잡았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달라진 반도체의 분업 구도
모바일 칩이 만들어지는 분업 흐름
- ARM이 명령어 집합과 프로세서 코어 설계를 라이선스합니다.
- 칩 설계 회사나 기기 회사가 이를 바탕으로 SoC를 설계합니다.
- 파운드리가 설계된 SoC를 웨이퍼로 제조합니다.
- 후공정과 테스트를 거쳐 기기 회사의 완성품에 탑재됩니다.
이 구도에서는 한 회사가 모든 단계를 쥐지 않고 각 단계가 서로 다른 회사의 전문 영역이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같은 약속 위에서 이어지므로, 칩을 만드는 회사가 달라져도 앱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점이 ARM 아키텍처 기반 분업을 안정적으로 만든 요소입니다.
PC 시대에 개별 칩 업체가 시장을 쥐던 구도에서, 설계 IP와 파운드리, 기기 업체가 역할을 나누는 구도로 무게가 옮겨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0년에는 애플이 맥도 자체 설계 칩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하고 같은 해 첫 제품을 내놓아, 같은 구조가 PC 영역으로도 넓어졌습니다.
ARM을 둘러싼 흔한 오해
첫째는 ARM이 칩을 만들어 판다는 생각입니다. ARM은 설계 자산을 라이선스하는 회사이고, 실제 칩은 고객이 설계해 파운드리에서 제조합니다.
둘째는 ARM은 특정 칩의 이름이다라는 이해입니다. ARM은 명령어 집합과 그 설계 자산을 가리키는 이름이어서, 같은 ARM 계열이라도 칩마다 구성과 성능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셋째는 ARM이 x86보다 모든 면에서 낫거나 못하다는 단정입니다. 두 구조는 출발한 설계 목표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달라서, 용도에 따라 어느 쪽이 유리한지가 갈립니다.
전통 PC 구도와 모바일 구도 비교 표
| 구분 | 전통 PC 구도 | 모바일 구도 |
|---|---|---|
| 명령어 집합 | x86 계열, 소수 업체가 설계 | ARM이 설계 자산을 라이선스 |
| 칩 설계 주체 | 프로세서 전문 업체 | 칩 설계 회사와 기기 회사 |
| 제조 | 대체로 칩 업체의 자체 공장 중심 | 설계와 제조가 분리되어 파운드리에 위탁 |
| 주된 설계 목표 | 성능 중심 | 전력 대비 성능 중심 |
| 대표 기기 | 데스크톱과 노트북, 서버 | 스마트폰과 태블릿, 소형 제어기기 |
핵심 정리
ARM 아키텍처는 에이콘의 RISC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1990년 별도 회사가 되었고, 설계를 라이선스하는 사업 모델로 모바일 시대의 분업 구도를 열었습니다. 칩을 직접 만들지 않는 회사가 약속을 정하고, 여러 회사가 그 위에 각자의 칩을 올리는 구조가 핵심입니다.
도입의 철도에 빗대면 레일 규격은 한 곳이 정하고 열차는 여러 회사가 만드는 체계입니다. 면접에서는 ARM이 우월하다는 결론보다 설계 목표와 사업 모델이 어떻게 시대의 요구와 맞았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편이 좋습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ARM의 라이선스 모델이 모바일 시대 반도체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ARM은 칩을 만들지 않고 명령어 집합과 코어 설계를 라이선스한다는 점을 먼저 말합니다. 고객은 코어를 가져다 쓰는 코어 라이선스나 명령어 집합만 따르고 코어를 직접 설계하는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택할 수 있어서, 기기 회사도 자기 SoC를 설계하고 제조는 파운드리에 맡기는 분업이 가능해졌다고 연결합니다. 소프트웨어 호환이 유지되어 생태계가 이어진다는 점과, x86과의 우열이 아니라 설계 목표의 차이로 보아야 한다는 균형 잡힌 시각을 덧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