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TF와 MTBF, FIT 계산 예시로 보는 신뢰성 지표
항공사는 비행기 한 대가 언제 고장 날지 맞히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수많은 비행기의 정비 기록을 모아 운항 시간당 고장이 얼마나 생기는지를 계산하고, 그 통계로 정비 주기와 예비 부품 수를 정하죠. 한 대의 운명은 알 수 없어도 집단의 경향은 숫자로 다룰 수 있습니다.
반도체 신뢰성도 같은 방식으로 말합니다. 칩 하나가 정확히 언제 고장 날지가 아니라, 많은 칩을 오래 썼을 때 고장이 얼마나 자주 생기는지를 지표로 나타내죠. 그 대표가 FIT, 그리고 MTTF와 MTBF입니다. 이 글에서는 세 지표의 정의와 차이를 계산 예시로 따라가며 정리합니다.
고장률이라는 공통 언어
세 지표의 출발점은 고장률(λ, Failure Rate)입니다. 고장률은 단위 시간 동안 고장이 얼마나 생기는지를 나타내며, 가장 단순하게는 고장 수를 누적 소자·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구하죠. 누적 소자·시간은 시험한 개수와 시험 시간을 곱한 값입니다.
이 계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고장률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가정, 즉 욕조 곡선의 평평한 우발 고장 구간이라는 가정이죠. 이 가정 아래에서 고장까지의 시간은 지수 분포를 따르고, 아래 지표들이 간단한 관계로 연결됩니다.
FIT, 10억 시간당 고장 수
FIT(Failures In Time)은 10억(10⁹) 소자·시간 동안 예상되는 고장 수입니다. 칩의 고장률은 시간당으로 쓰면 0.000002처럼 너무 작은 숫자가 나오므로, 10⁹를 곱해 다루기 쉬운 정수로 바꾼 단위라고 보면 되죠.
FIT의 큰 장점은 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부품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고장 나고 하나만 고장 나도 시스템이 멈춘다면, 시스템의 FIT는 부품 FIT의 합이 됩니다. 그래서 서버나 자동차 전장품처럼 많은 칩이 들어간 제품의 신뢰성을 계산할 때 FIT가 공통 단위로 쓰이죠.
MTTF와 MTBF의 차이
MTTF(Mean Time To Failure)는 수리하지 않는 제품이 처음 고장 날 때까지의 평균 시간입니다. 칩은 고장 나면 고쳐 쓰지 않고 교체하므로, 반도체 부품의 수명을 말할 때 정확한 용어는 MTTF죠. 고장률이 일정하다면 MTTF는 고장률의 역수, 즉 1/λ가 됩니다.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s)는 수리해서 다시 쓰는 제품에서 고장과 고장 사이의 평균 시간입니다. 서버, 저장 장치, 통신 장비처럼 고장 난 부품을 바꾸고 계속 운용하는 시스템에 어울리는 지표죠. 정의에 따라 수리 시간을 포함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므로, 수치를 비교할 때는 어떤 정의를 썼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고장률이 일정하고 수리 시간이 운용 시간에 비해 아주 짧다면 MTTF와 MTBF는 거의 같은 값이 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부품 데이터시트에도 MTBF라는 말을 느슨하게 쓰는 경우가 있지만, 수리 가능 여부가 두 용어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점은 분명히 구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계산 예시로 따라가기
예시 1. 고장 수로 FIT와 MTTF 구하기
칩 1,000개를 사용 조건에서 1,000시간 동안 동작시켰더니 2개가 고장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계산은 아래 순서로 진행하죠.
예시 1의 계산 순서
- 누적 소자·시간: 1,000개 × 1,000시간 = 1,000,000(10⁶) 소자·시간
- 고장률: 2 ÷ 10⁶ = 2 × 10⁻⁶ /시간
- FIT: 2 × 10⁻⁶ × 10⁹ = 2,000 FIT
- MTTF: 1 ÷ (2 × 10⁻⁶) = 500,000시간, 1년을 8,760시간으로 나누면 약 57년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고장 2개라는 결과는 표본에서 우연히 나온 값이라, 실무에서는 카이제곱 분포(Chi-square Distribution)로 신뢰 수준을 붙인 상한값을 씁니다. 같은 데이터에 60% 신뢰 수준을 적용하면 약 3,100 FIT로 점추정보다 큰 값이 나오죠.
예시 2. 고장이 없을 때와 가속 계수
실제 신뢰성 시험은 대개 고온에서 짧게 진행하고, 고장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칩 77개를 125 °C에서 1,000시간 시험해 고장이 0개였고, 온도 가속 계수가 50이라고 가정해 볼까요. 가속 계수는 아레니우스 모델로 구하는 값으로, 시험 1시간이 사용 조건 몇 시간에 해당하는지를 뜻합니다.
사용 조건으로 환산한 누적 시간은 77 × 1,000 × 50 = 3,850,000 소자·시간입니다. 고장이 0개여도 고장률이 0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자유도 2인 카이제곱 분포의 60% 값 약 1.83을 써서 1.83 ÷ (2 × 3,850,000)으로 계산하죠. 결과는 약 2.38 × 10⁻⁷ /시간, 즉 약 238 FIT가 됩니다.
예시 3. 시스템 FIT와 MTBF
어떤 장비에 100 FIT, 50 FIT, 250 FIT인 칩이 하나씩 들어간다면 장비의 FIT는 400입니다. 이 장비의 MTTF는 10⁹ ÷ 400 = 2,500,000시간이죠. 숫자만 보면 아주 길지만, 장비 1만 대를 1년 동안 운용하면 10,000 × 8,760 × 400 ÷ 10⁹ ≈ 35건의 고장이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수리하며 쓰는 서버 집단을 생각해 봅시다. 누적 운용 시간 20,000시간 동안 고장이 4번 났다면 MTBF는 20,000 ÷ 4 = 5,000시간입니다. 고장 한 번을 고치는 데 평균 10시간이 걸린다면 가동률은 5,000 ÷ (5,000 + 10) ≈ 99.8%로 계산하죠.
MTTF를 읽을 때 흔한 오해
MTTF가 57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칩이 57년 동안은 고장 나지 않는다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장률이 일정할 때 시간 t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e^(−λt)이어서, MTTF 시점에 살아남는 비율은 약 36.8%뿐이죠. 절반이 넘는 63.2%는 이미 고장 난 시점입니다.
반대로 짧은 기간을 보면 숫자가 달라 보입니다. 예시 1의 칩을 1년 쓰면 고장 확률은 1 − e^(−2 × 10⁻⁶ × 8,760), 약 1.7%입니다. MTTF는 개별 칩의 수명이 아니라 집단의 평균 고장 속도를 거꾸로 표현한 값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죠.
또 하나의 함정은 일정 고장률 가정입니다. 초기 고장이나 마모 고장 구간에서는 고장률이 시간에 따라 변하므로, MTTF = 1/λ라는 관계가 맞지 않습니다. 이런 구간은 와이블 분포처럼 고장률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모델로 분석하죠.
FIT, MTTF, MTBF 비교 표
| 구분 | FIT | MTTF | MTBF |
|---|---|---|---|
| 뜻 | 10⁹ 소자·시간당 고장 수 | 첫 고장까지의 평균 시간 | 고장과 고장 사이의 평균 시간 |
| 대상 | 부품과 시스템 모두 | 수리하지 않는 제품 | 수리하며 쓰는 제품 |
| 일정 고장률에서의 관계 | λ × 10⁹ | 1/λ | 1/λ (수리 시간 제외 시) |
| 장점 | 부품 값을 더해 시스템 계산 가능 | 수명 감각으로 이해하기 쉬움 | 가동률과 정비 계획에 바로 연결 |
| 주의할 점 | 신뢰 수준과 가속 계수 확인 | 보장 수명으로 오해하기 쉬움 | 수리 시간 포함 여부가 정의마다 다름 |
핵심 정리
FIT는 10억 소자·시간당 고장 수로 부품 값을 더해 시스템 신뢰성을 계산할 수 있고, MTTF와 MTBF는 수리 가능 여부로 갈리는 평균 시간 지표입니다. 일정 고장률에서는 MTTF가 1/λ이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카이제곱 신뢰 상한과 가속 계수를 함께 써서 FIT를 구하죠.
정비 기록이 비행기 한 대의 미래가 아니라 항공사 전체의 운영 계획을 알려 주듯, 이 지표들도 집단의 경향을 말해 줍니다. 신뢰성 수치를 받으면 신뢰 수준, 가속 조건, 일정 고장률 가정이라는 세 가지 전제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칩 500개를 사용 조건에서 2,000시간 시험해 1개가 고장 났습니다. 점추정 FIT와 MTTF를 구하고, 이 값을 그대로 고객에게 제시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누적 소자·시간은 500 × 2,000 = 10⁶이므로 고장률은 10⁻⁶ /시간, 즉 1,000 FIT이고 MTTF는 1,000,000시간입니다. 다만 고장 1개는 표본의 우연에 크게 좌우되므로 카이제곱 분포로 신뢰 수준을 붙인 상한값을 써야 하고, 고온 가속 시험이라면 가속 계수로 사용 조건 시간을 환산해야 한다고 답합니다. 또 MTTF는 일정 고장률을 가정한 집단 평균이라 보장 수명이 아니며, 마모 구간에는 와이블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이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