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필과 EMC, 칩을 붙잡고 감싸는 두 소재의 역할
깨지기 쉬운 물건을 택배로 보낼 때는 두 가지를 꼭 챙깁니다. 물건과 상자 사이의 빈틈을 채워 흔들리지 않게 하는 완충재, 그리고 상자 전체를 단단히 감싸 비와 먼지를 막는 포장 테이프죠. 둘 중 하나만 빠져도 물건은 도착하기 전에 상하기 쉽습니다.
반도체 패키지에도 이 두 역할을 나눠 맡는 소재가 있습니다. 칩과 기판 사이의 좁은 틈을 채우는 언더필, 칩 전체를 덮어 감싸는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죠. 이 글에서는 언더필과 EMC가 각각 무엇을 지키는지, 어떤 성질이 중요한지, 공정에서 어떤 불량이 생기는지 정리합니다.
언더필과 EMC, 어디에 들어가는 소재인가
언더필(Underfill)은 플립칩처럼 칩을 뒤집어 범프로 기판에 붙인 구조에서, 칩과 기판 사이의 틈을 채우는 에폭시 계열 소재입니다. 범프 높이만큼 생기는 이 틈은 수십 µm 안팎으로 아주 좁죠.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EMC, Epoxy Molding Compound)는 칩과 와이어, 기판 윗면을 통째로 덮어 패키지의 겉모습을 만드는 소재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검은색 칩의 몸체가 대부분 EMC죠. 언더필이 안쪽의 연결부를 지킨다면, EMC는 바깥 전체를 지킨다고 보면 됩니다.
와이어 본딩 패키지에는 칩 아래에 범프가 없으니 언더필이 필요 없고 EMC만 씁니다. 반대로 플립칩 패키지는 언더필로 범프를 보호한 뒤, 제품에 따라 EMC로 한 번 더 감싸거나 칩 뒷면을 드러내 방열판을 붙이죠.
열팽창 차이가 만드는 문제
두 소재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려면 열팽창 계수(CTE, Coefficient of Thermal Expansion)부터 알아야 합니다. 물질은 온도가 오르면 늘어나고 내리면 줄어드는데, 그 비율이 재료마다 다르죠. 실리콘 칩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 반면 유기 기판은 몇 배 더 크게 늘어납니다.
칩이 켜지고 꺼질 때마다 온도가 오르내리면, 칩과 기판은 서로 다른 만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합니다. 이 차이를 작은 범프들이 혼자 떠안으면 솔더 접합부에 반복 응력이 쌓여 결국 금이 가죠. 플립칩 패키지에서 솔더 피로 균열이 대표적인 고장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언더필은 칩과 기판을 하나로 묶어 이 변형을 범프 몇 개가 아니라 접합 면 전체가 나눠 받게 합니다. 택배 완충재가 충격을 말랑하게 흡수하는 것과 달리, 언더필은 단단하게 굳어 칩과 기판을 붙잡아 두는 쪽에 가깝죠. 그래서 열팽창 계수를 칩과 기판 사이 적당한 값으로 맞추고, 칩과 기판 양쪽에 잘 붙는 소재를 씁니다.
언더필을 채우는 공정 흐름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모세관 언더필(CUF, Capillary Underfill)입니다. 칩을 기판에 붙인 다음 칩 가장자리에 액상 언더필을 떨어뜨리면, 모세관 현상으로 틈 안쪽까지 스며들죠.
모세관 언더필 공정 흐름
- 플립칩 본딩: 범프를 녹여 칩을 기판에 붙이고, 남은 플럭스를 세정한다.
- 예열: 기판을 데워 언더필의 점도를 낮추고 잘 흐르게 한다.
- 디스펜싱: 칩의 한두 변을 따라 액상 언더필을 정해진 양만큼 떨어뜨린다.
- 모세관 흐름: 언더필이 범프 사이를 지나 반대편까지 스며들어 틈을 채운다.
- 경화: 오븐에서 열을 가해 굳힌다.
- 검사: 초음파 현미경 등으로 빈 공간이나 들뜬 곳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하는 불량은 보이드(Void), 즉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입니다. 공기가 갇힌 자리의 범프는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곳에 습기가 모이면 나중에 리플로 열에 부풀 수도 있죠. 범프 간격이 촘촘해질수록 언더필이 흐를 길이 좁아져, 필러 입자 크기와 점도를 정밀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서 흘려 넣는 대신 다른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본딩 전에 비전도성 페이스트·필름(NCP·NCF, Non-Conductive Paste·Film)을 미리 깔아 두고 붙이면서 함께 굳히는 방식, 그리고 몰딩할 때 EMC가 칩 아래 틈까지 한 번에 채우는 몰디드 언더필(MUF, Molded Underfill)이 대표적이죠.
EMC가 하는 일과 갖춰야 할 성질
흔히 EMC는 칩을 덮는 검은 플라스틱 껍데기 정도로 여기지만, EMC는 패키지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복합 소재입니다. 에폭시 수지와 경화제를 바탕으로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리카 필러, 경화 촉진제, 금형에서 잘 떨어지게 하는 이형제, 색을 내는 카본 블랙 등이 섞여 있죠.
EMC가 막아야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바깥의 습기와 이온 같은 오염, 충격과 진동 같은 기계적 손상, 그리고 칩에 닿는 빛이죠. 여기에 열이 빠지는 길의 일부가 되고, 칩·기판과 함께 늘고 줄면서 패키지가 덜 휘게 잡아 주는 역할까지 맡습니다.
실리카 필러를 많이 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에폭시 수지만으로는 열팽창이 너무 커서 칩과 맞지 않는데, 열팽창이 아주 작은 실리카를 채우면 EMC 전체의 열팽창 계수를 낮출 수 있죠. 대신 필러가 많을수록 점도가 높아져 금형 안을 흐르기 어려워지므로, 필러의 크기 분포와 모양을 조절해 흐름성과 열팽창 사이의 균형을 맞춥니다.
첨단 패키지가 소재에 요구하는 것
패키지가 커지고 얇아질수록 두 소재에 대한 요구는 까다로워집니다. 칩과 기판의 열팽창 차이로 생기는 휨(Warpage)이 커지는데, 언더필과 EMC가 굳으면서 줄어드는 정도와 열팽창이 이 휨의 방향과 크기를 직접 좌우하죠.
범프 간격이 좁아지면 언더필의 필러 입자는 범프 사이에 끼지 않을 만큼 작아야 하고, 2.5D 패키지처럼 넓은 면적을 채울 때는 끝까지 고르게 흘러가야 합니다. 몰딩에서는 녹은 EMC에 밀려 와이어가 휘는 와이어 스윕(Wire Sweep), 금형 구석이 덜 채워지는 미충전 같은 불량을 막아야 하죠.
환경 규제와 공정 온도도 소재 설계를 바꿨습니다. 할로겐계 난연제를 쓰지 않는 할로겐 프리 EMC가 일반화됐고, 무연 솔더로 리플로 온도가 높아지면서 습기를 머금은 패키지가 터지는 팝콘 크랙(Popcorn Crack)을 막는 흡습 관리도 더 중요해졌습니다. 소재 회사와 패키징 회사가 처음부터 함께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죠.
언더필과 EMC 비교 표
| 구분 | 언더필 | EMC |
|---|---|---|
| 위치 | 칩과 기판 사이 좁은 틈 | 칩·와이어·기판 윗면 전체 |
| 주된 역할 | 범프 접합부의 응력 분산과 보호 | 습기·오염·충격·빛 차단, 패키지 형태 유지 |
| 공정 방식 | 모세관 언더필, NCP·NCF, 몰디드 언더필 | 트랜스퍼 몰딩, 컴프레션 몰딩 |
| 핵심 물성 | 흐름성, 열팽창 계수, 접착력 | 필러 함량, 흐름성, 흡습률, 열팽창 계수 |
| 대표 불량 | 보이드, 박리, 미충전 | 미충전, 와이어 스윕, 박리, 팝콘 크랙 |
| 택배에 빗대면 | 빈틈을 채워 물건을 붙잡는 완충재 | 상자 전체를 감싸는 포장 테이프 |
핵심 정리
언더필과 EMC는 둘 다 에폭시를 바탕으로 한 소재지만 지키는 대상이 다릅니다. 언더필은 칩과 기판 사이 틈을 채워 열팽창 차이로 생기는 응력을 범프 대신 접합 면 전체가 나눠 받게 하고, EMC는 패키지 바깥을 감싸 습기와 오염, 충격으로부터 칩을 보호하죠. 두 소재 모두 필러와 열팽창 계수, 흐름성의 균형이 신뢰성을 결정합니다.
완충재와 테이프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따지는 것이 의미 없듯, 두 소재도 함께 설계해야 제 역할을 합니다. 패키지 불량을 분석할 때 균열이 범프에서 시작했는지, 몰드와 칩 사이 계면에서 시작했는지를 먼저 보면 어느 소재를 손봐야 할지 실마리가 잡힙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플립칩 패키지에 언더필이 필요한 이유를 열팽창 계수로 설명하고, EMC에 실리카 필러를 많이 넣는 이유를 말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실리콘과 유기 기판은 열팽창 계수 차이가 커서 온도가 바뀔 때마다 범프에 반복 응력이 걸리고, 언더필이 칩과 기판을 묶어 응력을 접합 면 전체로 분산시켜 솔더 피로 균열을 늦춘다고 설명합니다. EMC는 에폭시 수지만으로는 열팽창이 커서 칩과 맞지 않으므로, 열팽창이 작은 실리카 필러를 많이 넣어 전체 열팽창 계수를 낮추고 휨과 박리를 줄인다고 정리합니다. 필러가 늘면 점도가 올라가 흐름성이 떨어지는 트레이드오프와 보이드, 와이어 스윕 같은 불량을 함께 언급하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