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본딩과 플립칩, 칩을 잇는 두 방식의 차이

와이어 본딩과 플립칩, 칩을 잇는 두 방식의 차이

방 안의 전등과 스위치를 잇는 방법을 떠올려 보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벽을 따라 전선을 한 가닥씩 끌어와 연결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단자가 맞물리게 만든 부품을 레고 블록처럼 엎어서 꾹 끼울 수도 있죠. 앞의 방법은 유연하고 값이 싸며, 뒤의 방법은 빠르고 촘촘하게 많은 연결을 한 번에 만듭니다.

반도체 칩을 패키지 기판에 잇는 방식도 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금속선으로 하나씩 잇는 것이 와이어 본딩과 플립칩 가운데 앞의 방식이고, 칩을 뒤집어 돌기로 한 번에 붙이는 것이 뒤의 방식이죠. 이 글에서는 두 방식의 원리와 장단점, 그리고 제품마다 다른 방식을 고르는 이유를 비교합니다.

칩과 기판을 잇는 두 갈래

웨이퍼에서 잘라 낸 다이는 표면에 본드 패드(Bond Pad)라는 금속 단자를 갖고 있습니다. 이 패드를 패키지의 리드프레임이나 기판 배선과 이어야 칩이 바깥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죠. 이 첫 번째 연결을 업계에서는 1차 연결, 또는 칩 레벨 인터커넥트라고 부릅니다.

와이어 본딩과 플립칩은 이 1차 연결을 만드는 대표적인 두 방법입니다. 차이는 한마디로 칩의 회로면이 위를 보느냐, 아래를 보느냐에서 시작하죠. 이 방향 하나가 패드 배치, 신호 길이, 열이 빠지는 길, 비용까지 줄줄이 바꿔 놓습니다.

와이어 본딩의 원리와 특징

와이어 본딩(Wire Bonding)은 회로면이 위를 보도록 다이를 붙인 뒤, 다이 가장자리의 패드와 기판의 단자를 가는 금속선으로 하나씩 잇는 방식입니다. 선의 굵기는 보통 수십 µm 정도이고, 재료로는 금(Au)이 오래 쓰였으며 원가 때문에 구리(Cu) 와이어도 널리 쓰이죠. 열과 초음파, 압력을 함께 가해 금속끼리 붙이는 열초음파 접합(Thermosonic Bonding)이 대표적입니다.

볼 본딩 방식의 와이어 본딩 순서

  1. 캐필러리라는 가는 관 끝으로 나온 와이어에 방전을 일으켜 작은 금속 공(free air ball)을 만든다.
  2. 이 공을 다이의 패드에 눌러 열과 초음파로 붙인다(1차 본딩, 볼 본드).
  3. 캐필러리가 움직이며 와이어로 고리 모양의 루프를 만든다.
  4. 기판이나 리드의 단자에 와이어를 눌러 붙인다(2차 본딩, 스티치 본드).
  5. 와이어를 끊고 다음 패드로 옮겨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와이어 본딩의 가장 큰 장점은 성숙도와 유연성입니다. 수십 년 동안 다듬어진 공정이라 장비와 재료가 안정적이고, 칩 설계가 바뀌어도 본딩 경로만 다시 짜면 되죠. 칩 위에 칩을 계단처럼 쌓은 뒤 층마다 와이어를 내려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서, 여러 장의 메모리 다이를 쌓는 제품에서도 널리 쓰입니다.

한계는 패드가 다이의 가장자리에만 놓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이 둘레 길이가 정해져 있으니 단자 수를 늘리려면 패드 간격을 좁히거나 칩을 키워야 하죠.

또 와이어가 길어질수록 기생 인덕턴스가 커지는데, 흔히 길이 1mm당 1nH 안팎으로 어림합니다. 신호가 빨라질수록 이 작은 값이 잡음과 지연의 원인이 됩니다.

플립칩 본딩의 원리와 특징

플립칩(Flip Chip)은 다이 표면에 범프(Bump)라는 작은 금속 돌기를 만든 뒤, 칩을 뒤집어 회로면이 기판을 향하게 붙이는 방식입니다. 범프로는 솔더 범프나 구리 기둥 위에 솔더를 얹은 구리 필러(Cu Pillar)가 쓰이죠. 1960년대 IBM이 개발한 C4(Controlled Collapse Chip Connection) 기술이 출발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립칩 본딩의 기본 순서

  1. 웨이퍼 상태에서 패드 위에 범프를 형성한다.
  2. 웨이퍼를 잘라 낱개의 다이로 나눈다.
  3. 다이를 뒤집어 범프를 기판의 단자 위에 정렬한다.
  4. 리플로로 솔더를 녹여 범프와 기판을 한꺼번에 접합한다.
  5. 다이와 기판 사이 틈에 언더필(Underfill) 수지를 채워 굳힌다.

플립칩의 핵심은 면 전체를 단자로 쓴다는 점입니다. 범프를 다이 표면 전체에 격자처럼 배열할 수 있어서, 같은 크기의 칩에서도 와이어 본딩보다 훨씬 많은 입출력과 전원 단자를 둘 수 있죠. 연결 길이도 범프 높이 정도로 짧아 기생 성분이 작고, 수백 수천 개의 연결이 리플로 한 번으로 동시에 만들어집니다.

대신 신경 쓸 것이 늘어납니다. 실리콘과 유기 기판은 온도에 따라 늘어나는 정도가 크게 달라서, 온도가 오르내릴 때마다 범프에 전단 스트레스가 쌓이죠. 그래서 틈을 언더필로 채워 응력을 넓게 나눠 받게 하고, 웨이퍼 단계의 범프 공정과 미세 배선 기판이 함께 필요해 비용이 올라갑니다.

신호, 열, 비용에서 갈리는 지점

신호와 전원

와이어 본딩과 플립칩의 전기적 차이는 연결 길이와 단자 수에서 나옵니다. 와이어는 수 mm까지 길어질 수 있지만, 범프는 높이가 수십 µm 수준이라 경로가 훨씬 짧죠. 전원 단자를 칩 한가운데에도 둘 수 있어 큰 전류를 쓰는 프로세서의 전압 강하를 줄이는 데 플립칩이 유리합니다.

열이 빠지는 길

와이어 본딩에서는 회로면이 위를 보기 때문에 열이 주로 다이 아래의 접착층과 기판 쪽으로 빠집니다. 플립칩은 다이의 뒷면이 위를 향하므로 그 위에 방열판이나 금속 덮개를 바로 붙일 수 있죠. 많은 전력을 쓰는 칩에서 플립칩이 선호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 열 경로의 자유도입니다.

비용과 공정

와이어 본딩은 와이어를 한 가닥씩 잇기 때문에 단자가 아주 많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단자가 적은 칩에서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플립칩은 범프 형성, 미세 피치 기판, 언더필 공정이 추가되어 초기 비용이 높죠. 흔히 플립칩이 와이어 본딩을 완전히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두 방식이 각자 맞는 자리에서 함께 쓰입니다.

제품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단자 수가 많지 않고 원가가 중요한 칩은 지금도 와이어 본딩을 주로 씁니다. 마이크로컨트롤러, 아날로그와 전력 반도체, 각종 센서, 그리고 여러 장의 다이를 계단식으로 쌓는 낸드 플래시 패키지가 대표적이죠. 이런 제품에서는 신호 속도보다 낮은 비용과 검증된 신뢰성이 더 큰 가치입니다.

반대로 입출력이 많고 빠른 신호와 큰 전력을 다루는 칩은 플립칩으로 갑니다. 서버와 PC의 프로세서, 그래픽 칩,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고속 네트워크 칩이 그렇죠. 여러 칩을 한 패키지 안에서 촘촘하게 잇는 첨단 패키징도 플립칩의 범프 기술을 더 미세하게 발전시킨 위에 서 있습니다.

결국 와이어 본딩과 플립칩 중 무엇을 고를지는 기술의 새로움이 아니라 제품의 요구로 정해집니다. 단자 수, 동작 속도, 소비 전력, 패키지 크기, 목표 원가를 함께 놓고 저울질하는 것이 패키지 설계자의 일이죠.

와이어 본딩과 플립칩 비교 표

구분와이어 본딩플립칩
칩 방향회로면이 위를 향함회로면이 기판을 향함
연결 수단금·구리 와이어솔더 범프, 구리 필러
패드 배치다이 가장자리다이 표면 전체
연결 길이상대적으로 김매우 짧음
연결 방식한 가닥씩 순차 접합리플로로 한꺼번에 접합
열 방출주로 아래쪽 기판으로뒷면에 방열판 직접 부착 가능
추가 공정적음범프 형성, 언더필
비용낮음상대적으로 높음
주요 쓰임MCU, 아날로그, 센서, 적층 낸드CPU, GPU, AP, 고속 통신 칩

핵심 정리

와이어 본딩과 플립칩은 다이를 패키지에 잇는 1차 연결의 두 갈래입니다. 와이어 본딩은 가장자리 패드를 금속선으로 하나씩 이어 유연하고 경제적이며, 플립칩은 회로면 전체에 범프를 두고 뒤집어 붙여 단자 수와 신호 속도, 방열에서 앞서죠.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기보다 제품이 요구하는 단자 수와 속도, 전력, 원가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전선을 끌어와 잇는 방식과 블록을 엎어 끼우는 방식이 각자 쓸모가 있듯, 두 본딩 기술도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자리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칩 사양서에서 패키지 이름을 볼 때 내부 연결이 어느 쪽인지 함께 확인하면 그 칩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읽을 수 있습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와이어 본딩과 플립칩의 차이를 설명하고, 플립칩에서 언더필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와이어 본딩은 회로면이 위를 향한 다이의 가장자리 패드를 금속선으로 하나씩 잇는 방식이라 성숙하고 저렴하지만 단자 수가 둘레에 묶이고 와이어 인덕턴스가 크다고 설명합니다. 플립칩은 다이 표면 전체에 범프를 배열하고 뒤집어 리플로로 한꺼번에 접합하므로 단자 수가 많고 경로가 짧으며 뒷면으로 방열하기 좋다고 비교합니다. 언더필은 실리콘과 유기 기판의 열팽창 계수 차이로 범프에 집중되는 응력을 다이와 기판 전체로 나눠 받게 해 접합부 피로 수명을 늘리고 습기와 오염으로부터 범프를 보호한다는 점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