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착 식각 장비, 경쟁이 소수 기업에 모이는 이유
오래 장사한 식당은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새 업체가 조금 더 싼 값을 제시해도, 지금의 맛을 만든 재료와 납품 일정,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달려와 주는 관계를 한 번에 바꾸는 건 큰 모험이기 때문이죠. 바꾸더라도 새 메뉴를 시작할 때처럼 시험해 볼 명분이 있는 순간을 고릅니다.
반도체 팹이 장비 회사를 대하는 방식도 이와 닮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증착 식각 장비 시장을 중심으로, 세부 분야가 어떻게 나뉘고 왜 소수 기업에 경쟁이 모이는지, 그 안에서 승부가 어디서 갈리는지를 살펴봅니다.
증착 식각 장비가 팹에서 차지하는 자리
증착은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쌓는 공정이고, 식각은 노광으로 그린 패턴대로 막을 깎아 내는 공정입니다. 칩 하나에 수십 개의 층이 쌓이고 층마다 이 두 공정이 반복되므로, 팹 안에서 가장 많은 대수를 차지하는 장비군에 속하죠.
구조가 3차원으로 바뀌면서 두 공정의 비중은 더 커졌습니다. 3D 낸드는 수많은 층을 번갈아 쌓은 뒤 위에서 아래까지 깊은 구멍을 뚫어야 하고,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는 얇은 막을 겹겹이 쌓고 일부만 골라 걷어 내는 과정이 늘었기 때문이죠.
노광이 패턴의 크기를 정한다면, 증착과 식각은 그 패턴을 실제 입체 구조로 만드는 일을 맡습니다. 그래서 미세화와 적층의 난제가 몰리는 곳이 이 두 장비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시장
증착 장비, 식각 장비라고 한데 묶어 말하지만, 실제로는 쌓거나 깎는 재료와 방식에 따라 세부 시장이 잘게 나뉩니다. 세부 시장마다 요구되는 기술이 달라서 강점을 가진 기업도 다르죠.
증착 장비
CVD(Chemical Vapor Deposition, 화학 기상 증착)는 가스의 화학 반응으로 절연막과 일부 금속막을 쌓는 방식으로, 증착 장비 가운데 쓰임이 가장 넓습니다. PVD(Physical Vapor Deposition, 물리 기상 증착)는 금속 타깃을 플라즈마 이온으로 때려 튀어나온 원자를 쌓는 방식으로, 배선용 금속막에 주로 쓰이죠.
ALD(Atomic Layer Deposition, 원자층 증착)는 원자층 단위로 한 겹씩 쌓아 깊은 구조 안쪽까지 고르게 덮는 방식으로, 미세화와 함께 쓰임이 크게 늘었습니다. 에피택시(Epitaxy) 장비는 아래 실리콘 결정을 그대로 이어 키우듯 막을 성장시키며, 트랜지스터의 소스·드레인이나 GAA 구조의 적층 막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식각 장비
건식 식각은 깎는 대상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뉩니다. 폴리실리콘이나 금속처럼 전도성 막을 깎는 도체 식각(Conductor Etch)과, 산화막이나 질화막을 깎는 절연막 식각(Dielectric Etch)이죠. 두 분야는 쓰는 가스와 플라즈마 조건, 장비 구조가 달라 각각 별도의 경쟁 구도를 이룹니다.
최근에는 원자층 단위로 한 겹씩 깎아 내는 ALE(Atomic Layer Etching, 원자층 식각)가 주목받습니다. 3D 낸드의 깊은 채널 구멍처럼 종횡비가 매우 높은 구조를 깎는 기술도 별도의 승부처가 되었죠.
경쟁이 소수 기업에 모이는 이유
증착 식각 장비의 세부 시장들은 대부분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과점 구조를 보입니다. 장비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이 시장에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죠.
공정 노하우를 고객과 함께 만든다
증착과 식각의 결과는 장비의 하드웨어, 가스와 온도·압력의 조합, 그 앞뒤 공정과의 궁합이 함께 정합니다. 새 공정을 개발할 때 장비 회사의 엔지니어가 칩 제조사와 함께 조건을 맞춰 가는데, 이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가 다음 세대 장비로 이어지죠.
한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는다
양산 라인에 들어갈 장비는 칩 제조사의 긴 퀄 평가(Qualification)를 통과해야 합니다. 한 공정 단계의 표준 장비로 정해지면 그 공정의 레시피와 품질 기준이 장비에 맞춰지므로, 다른 회사 장비로 바꾸려면 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죠.
그래서 성능이 비슷하고 값이 싸면 장비는 금방 바뀐다는 생각은 이 시장에서 잘 맞지 않습니다. 교체에 따르는 수율 위험과 평가 비용이 가격 차이보다 큰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설치 기반이 다음 주문을 부른다
이미 팹에 많은 장비가 깔려 있는 회사는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로 고객과 계속 접촉하며 공정 데이터를 쌓습니다. 같은 팹에서 증설할 때는 검증된 장비를 다시 사는 편이 안전하므로, 설치 기반이 넓을수록 다음 주문을 따내기도 유리해지죠.
승부가 갈리는 지점
기존 장비를 바꾸기 어렵다면 경쟁은 언제 일어날까요? 가장 큰 기회는 새 공정 세대가 열리는 시점입니다. 새 구조와 새 재료가 도입되면 칩 제조사도 장비를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므로, 이때 성능을 입증한 회사가 다음 몇 년의 표준 자리를 가져갈 수 있죠.
성능만큼 따지는 것이 생산성과 비용입니다. 장비 한 대가 시간당 처리하는 웨이퍼 수, 챔버를 여러 개 붙인 구조의 효율, 고장 없이 돌아가는 시간, 유지보수 비용을 합친 소유 비용(CoO, Cost of Ownership)이 장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반대로 이미 성숙한 공정에서는 검증된 장비와 안정적인 서비스가 더 중요해지는 편입니다. 같은 증착 식각 장비 시장 안에서도 최첨단 공정과 성숙 공정의 경쟁 기준이 다르게 작동하는 셈이죠.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자리
이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글로벌 기업으로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ASM 인터내셔널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여러 세부 분야에 걸쳐 장비를 만들지만 회사마다 강점으로 평가받는 분야가 다르고, 그 위치는 공정 세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달라져 왔죠.
국내에도 증착, 식각, 그리고 감광막을 걷어 내는 스트립 같은 일부 분야에서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국내 칩 제조사와 특정 공정을 함께 개발하거나, 글로벌 기업이 덜 집중하는 세부 공정에서 자리를 넓히는 방식으로 경쟁해 왔습니다.
이 글은 시장이 움직이는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이며, 특정 기업의 순위나 점유율을 평가하거나 주식 매수·매도를 권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점유율은 집계 기관과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필요할 때 최신 자료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세부 분야별 경쟁 포인트 비교 표
| 구분 | 주로 다루는 막·구조 | 핵심 기술 난제 | 경쟁이 갈리는 요인 |
|---|---|---|---|
| CVD | 절연막, 일부 금속막 | 두께 균일도, 막질, 생산성 | 새 막 재료 대응, 처리량 |
| PVD | 배선용 금속막, 장벽막 | 좁은 구멍 안쪽까지 덮기 | 배선 재료 전환 대응 |
| ALD | 고유전율 막, 얇은 장벽막 | 깊은 구조의 균일한 피복, 느린 속도 | 막 품질과 생산성의 균형 |
| 에피택시 | 결정 실리콘, 실리콘저마늄 | 결정 결함 억제, 조성 제어 | GAA 같은 새 트랜지스터 구조 대응 |
| 도체 식각 | 폴리실리콘, 금속 | 선폭과 형상 제어, 선택비 | 미세 패턴의 형상 재현성 |
| 절연막 식각 | 산화막, 질화막 | 높은 종횡비 구멍 식각 | 3D 낸드 적층 증가 대응 |
| ALE | 원자층 단위 정밀 식각 | 느린 속도, 공정 제어 | 양산 생산성 확보 |
핵심 정리
증착 식각 장비 시장은 CVD, PVD, ALD, 에피택시와 도체·절연막 식각, ALE처럼 잘게 나뉜 세부 시장의 묶음이고, 각 세부 시장은 소수 기업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과 함께 쌓은 공정 노하우, 긴 퀄 평가, 넓은 설치 기반이 진입 장벽을 만들기 때문이죠.
오래된 식당이 새 메뉴를 낼 때 거래처를 다시 살피듯, 칩 제조사도 새 공정 세대가 열릴 때 장비를 다시 고릅니다. 이 시장을 볼 때는 어느 회사가 큰가보다 다음 공정 전환에서 어떤 난제가 생기고 누가 그것을 풀고 있는지를 따라가는 편이 구조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후발 장비 기업이 기존 증착·식각 장비를 대체할 기회는 주로 언제 생기는지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양산 공정의 장비는 긴 퀄 평가를 거쳐 레시피와 품질 기준이 그 장비에 맞춰지므로, 같은 공정에서 장비를 바꾸는 데는 큰 수율 위험과 비용이 따른다는 점을 먼저 말합니다. 그래서 기회는 새 공정 세대나 새 구조, 새 재료가 도입되어 고객이 장비를 다시 평가하는 시점에 주로 생긴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여기에 새 팹이나 새 라인 구축, 공급망 다변화 요구, 특정 세부 공정의 기술 우위가 추가 기회가 될 수 있고, 성능과 함께 생산성과 소유 비용(CoO)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