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 비교, 네 가지 소자의 저장 원리와 한계

차세대 메모리 비교, 네 가지 소자의 저장 원리와 한계

연필은 쓰기도 지우기도 쉽지만 오래 두면 번지고 흐려집니다. 볼펜은 오래 남는 대신 한번 쓰면 고치기 어렵죠. 그래서 나온 것이 열을 가하면 잉크 색이 사라지는 지워지는 펜으로, 쉽게 고쳐 쓰면서도 기록은 남기려는 두 가지 욕심을 함께 담았습니다.

메모리도 비슷한 길을 걸어 왔습니다. DRAM은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내용이 사라지고, NAND 플래시는 오래 남지만 쓰고 지우는 데 시간이 걸리고 닳습니다. 이 글은 둘의 장점을 함께 노리는 MRAM, ReRAM, PCM, FeRAM을 저장 원리부터 따져 보는 차세대 메모리 비교입니다.

차세대 메모리가 필요한 이유

DRAM과 NAND 사이에는 속도와 가격의 큰 틈이 있습니다. DRAM은 나노초 단위로 읽고 쓰지만 비싸고 휘발성이며, NAND는 싸고 비휘발성이지만 접근 시간이 수십 마이크로초 수준이라 DRAM보다 훨씬 느리죠. 이 틈을 메울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CM, Storage Class Memory)를 찾는 것이 첫 번째 동기입니다.

두 번째 동기는 시스템 반도체 안의 내장 메모리입니다. 마이크로컨트롤러는 프로그램을 칩 안의 내장 플래시(eFlash, Embedded Flash)에 저장해 왔는데, 로직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전하를 가두는 플래시 구조를 함께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배선 공정 사이에 끼워 넣기 쉬운 새 소자가 필요해졌죠.

네 소자의 공통점은 정보를 전하의 양이 아니라 저항이나 분극 같은 물질의 상태로 저장한다는 점입니다. 전하는 셀이 작아질수록 적게 담기고 쉽게 새지만, 물질의 상태는 작은 부피에서도 유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MRAM, 자석의 방향으로 저장하기

MRAM(Magnetoresistive RAM, 자기저항 메모리)의 핵심은 MTJ(Magnetic Tunnel Junction, 자기 터널 접합)입니다. 자석 성질을 띤 두 층 사이에 1~2 nm 정도의 얇은 산화마그네슘(MgO) 절연막을 둔 구조로, 한 층은 자화 방향이 고정되어 있고 다른 층은 방향을 바꿀 수 있죠.

두 층의 자화 방향이 같으면 전자가 절연막을 터널링하기 쉬워 저항이 낮고, 반대면 저항이 높습니다. 이 저항 차이를 TMR(Tunnel Magnetoresistance, 터널 자기저항)이라고 하며, 낮은 저항을 0, 높은 저항을 1로 읽습니다.

방향을 바꾸는 방식에 따라 두 갈래가 있습니다. STT(Spin-Transfer Torque) 방식은 MTJ에 직접 전류를 흘려 스핀이 정렬된 전자로 자화를 뒤집고, SOT(Spin-Orbit Torque) 방식은 MTJ 아래의 금속선에 전류를 흘려 뒤집습니다. SOT는 읽기와 쓰기 경로가 분리되어 더 빠르고 절연막 손상이 적지만, 단자가 하나 늘어 셀이 커지는 것이 부담이죠.

MRAM은 쓰기 횟수 한계가 매우 높고 빠르며 비휘발성이라 내장 메모리로 가장 앞서 있는 후보로 꼽힙니다. 파운드리들이 eFlash를 대신할 eMRAM(Embedded MRAM)을 공정 선택지로 내놓는 흐름이 대표적이죠. 다만 두 저항 상태의 차이가 다른 소자보다 작아 읽기 여유가 빠듯하고, 셀 크기 때문에 대용량 단독 메모리로는 아직 DRAM의 집적도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ReRAM, 필라멘트를 잇고 끊기

ReRAM(Resistive RAM, 저항 변화 메모리)은 두 전극 사이에 산화하프늄이나 산화탄탈럼 같은 금속 산화물을 끼운 단순한 구조입니다. 처음에 높은 전압을 걸면 산소 빈자리가 줄지어 늘어서 전극을 잇는 가느다란 전도성 통로, 즉 필라멘트(Filament)가 생기죠.

필라멘트가 이어지면 저항이 낮고, 반대 방향 전압으로 일부를 끊으면 저항이 높아집니다. 구조가 단순해 선이 교차하는 지점마다 셀을 두는 크로스포인트(Cross-point) 배열로 집적도를 높이기 쉽고, 배선 공정에 끼워 넣기도 편합니다.

약점은 필라멘트가 원자 몇 개 단위에서 무작위로 생기고 끊긴다는 데 있습니다. 셀마다, 그리고 같은 셀도 쓸 때마다 저항값이 흔들리는 편차 문제가 커서 대용량 제품으로 키우기 어려웠죠. 한편 저항값을 여러 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신경망의 가중치를 저장하는 아날로그 연산 소자로도 연구됩니다.

PCM, 유리와 결정 사이를 오가기

PCM(Phase-Change Memory, 상변화 메모리)은 게르마늄, 안티모니, 텔루륨으로 이루어진 GST(Ge₂Sb₂Te₅) 같은 칼코게나이드 물질을 씁니다. 이 물질은 원자가 무질서하게 얼어붙은 비정질 상태에서는 저항이 높고, 가지런히 배열된 결정 상태에서는 저항이 낮죠.

PCM 셀의 쓰기 과정

  1. RESET: 짧고 강한 전류 펄스로 물질을 녹는점 이상으로 가열합니다.
  2. 전류를 급히 끊어 빠르게 식히면 원자가 배열될 틈 없이 굳어 비정질(고저항)이 됩니다.
  3. SET: 그보다 약하고 긴 펄스로 결정화 온도 이상, 녹는점 이하에서 잠시 유지합니다.
  4. 원자가 재배열되어 결정(저저항)이 되고, 읽을 때는 상태를 바꾸지 않는 작은 전류로 저항만 확인합니다.

도입의 지워지는 펜처럼 PCM은 열로 기록을 바꾸는 메모리입니다. 저항 차이가 커서 한 셀에 여러 비트를 담는 연구도 활발했지만, 녹일 만큼의 RESET 전류가 크고 비정질 상태의 저항이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올라가는 저항 드리프트(Resistance Drift)가 숙제로 남았죠.

상용화 사례로는 인텔과 마이크론이 개발한 3D XPoint 기반의 인텔 옵테인이 유명합니다. 칼코게나이드 소재를 쓴 크로스포인트 구조로 알려져 상변화 계열로 분류되곤 하지만, 인텔은 일반적인 상변화 방식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며 정확한 저장 원리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옵테인은 DRAM과 NAND 사이의 틈을 노렸으나 시장을 넓히지 못했고, 인텔은 2022년 옵테인 사업을 정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FeRAM, 전기 분극으로 기억하기

FeRAM(Ferroelectric RAM, 강유전체 메모리)은 전기장을 걸었다가 없애도 내부의 전기 분극 방향이 그대로 남는 강유전체(Ferroelectric)를 씁니다. DRAM과 비슷한 1T1C 구조에서 커패시터 유전막만 PZT 같은 강유전체로 바꾼 형태가 전통적인 FeRAM이죠.

쓰기가 빠르고 전력이 적으며 쓰기 횟수 한계도 높아, 스마트카드나 계량기, 산업용 기기처럼 자주 기록하면서 전원이 갑자기 끊길 수 있는 곳에서 쓰여 왔습니다. 다만 읽을 때 분극을 뒤집어 확인하는 파괴적 읽기 방식이라 읽은 뒤 다시 써 줘야 하고, PZT는 얇게 만들기 어렵고 CMOS 공정과 섞기도 까다로워 집적도가 낮았죠.

분위기를 바꾼 것은 2010년대 초 도핑한 산화하프늄(HfO₂) 박막에서 강유전성이 보고된 일입니다. HfO₂는 이미 트랜지스터의 high-k 게이트 절연막으로 쓰이는 친숙한 소재라 공정 호환성이 좋죠. 이를 게이트에 넣어 분극 방향으로 문턱 전압을 바꾸는 FeFET(Ferroelectric FET)은 읽어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장점이 있어 연구가 활발하지만, 아직 신뢰성과 편차를 다듬는 단계입니다.

네 소자를 보고 나면 차세대 메모리가 곧 DRAM과 NAND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러워집니다. DRAM과 NAND는 수십 년의 미세화와 대량 생산으로 비트당 가격을 낮춰 왔기 때문에, 새 소자는 성능만이 아니라 가격과 생산성에서 이겨야 하죠. 그래서 지금은 내장 메모리처럼 기존 메모리가 약한 틈새부터 자리를 넓혀 가는 흐름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차세대 메모리 비교 표

아래 표는 차세대 메모리 비교를 위해 소자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상대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수치는 구조와 공정, 세대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방향만 읽는 것이 좋습니다.

구분MRAMReRAMPCMFeRAM
저장 원리자화 방향(MTJ 저항)필라멘트 형성·단절비정질·결정 상변화강유전체 분극 방향
쓰기 속도빠름빠른 편보통(SET이 느린 편)빠름
쓰기 횟수 한계매우 높음보통보통~높음높음
데이터 보존좋음(설계에 따라 조절)보통, 편차 영향좋음, 드리프트 주의좋음
집적도보통높일 여지 큼높일 여지 큼낮음(HfO₂로 개선 연구)
주요 약점작은 저항 차, 쓰기 전류셀 간 편차큰 RESET 전류, 열 간섭파괴적 읽기, 미세화
성숙도와 쓰임eMRAM으로 양산 확대내장용 일부 양산, 연산 소자 연구옵테인 이후 내장·연구 중심틈새 시장 양산, FeFET 연구

핵심 정리

네 소자는 모두 전하 대신 물질의 상태로 정보를 저장해 DRAM의 속도와 NAND의 비휘발성을 함께 노립니다. MRAM은 자화 방향, ReRAM은 필라멘트, PCM은 결정 상태, FeRAM은 분극 방향을 쓰며, 각각 읽기 여유, 편차, 쓰기 전류, 파괴적 읽기라는 약점을 안고 있죠.

연필과 볼펜 사이에서 지워지는 펜이 자기 자리를 찾았듯, 차세대 메모리 비교의 결론도 하나가 모두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쓰임새마다 맞는 소자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새 소자 소식을 접하면 저장 원리, 쓰기 횟수, 집적도, 그리고 비트당 가격에서 기존 메모리를 이길 수 있는지를 차례로 따져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MRAM이 단독 대용량 메모리보다 내장 메모리(eMRAM)로 먼저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답변 포인트] 로직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전하 저장형 내장 플래시를 함께 만들기 어려워졌고, MRAM은 배선 공정 사이에 MTJ를 넣을 수 있어 공정 호환성이 좋다는 점을 먼저 듭니다. 여기에 비휘발성, 빠른 쓰기, 높은 쓰기 횟수 한계가 내장 메모리의 요구와 잘 맞는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대용량 단독 메모리는 비트당 가격과 집적도가 가장 중요한데, MRAM은 셀 크기와 작은 저항 차이 때문에 DRAM이나 NAND와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덧붙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