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패키지드 옵틱스, 칩 옆에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이유

코패키지드 옵틱스, 칩 옆에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이유

예전 집 인터넷은 전화선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구리선으로도 데이터를 보낼 수는 있었지만, 속도를 올릴수록 신호가 약해지고 잡음이 끼어 먼 거리를 버티지 못했죠. 집 앞까지 광섬유가 깔리고 나서야 인터넷 속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지금 데이터센터 안에서는 같은 변화가 훨씬 짧은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위치 칩에서 나온 전기 신호가 장비 앞면의 광 모듈까지 가는 짧은 보드 배선조차 부담이 되자, 빛으로 바꾸는 부품을 칩 바로 옆으로 끌어온 것이 코패키지드 옵틱스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기술의 개념과, 그 바탕이 되는 실리콘 포토닉스를 함께 정리합니다.

코패키지드 옵틱스란 무엇인가

코패키지드 옵틱스(CPO, Co-Packaged Optics)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광 엔진을 네트워크 스위치 칩이나 AI 가속기 같은 칩과 같은 패키지 안에 함께 넣는 기술입니다. 칩에서 나온 신호가 아주 짧은 전기 경로만 지나 곧바로 빛이 되어 광섬유로 나가는 구조죠.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장비는 주로 플러거블 광 트랜시버(Pluggable Optical Transceiver)를 써 왔습니다. 장비 앞면 슬롯에 꽂는 손가락만 한 모듈로, 안에서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고 고장 나면 쉽게 빼서 바꿀 수 있죠. CPO는 이 변환 장치를 장비 앞면에서 칩 바로 옆으로 옮기는 발상입니다.

전기 신호가 한계에 부딪힌 이유

스위치 칩과 앞면 모듈 사이에는 메인보드 배선이 길게 깔려 있습니다. 이 배선으로 고속 신호를 보내는 회로가 SerDes(Serializer/Deserializer, 직렬화·병렬화 회로)인데, 데이터 속도가 오를수록 구리 배선에서 신호가 더 크게 약해지고 일그러지죠. 주파수가 높을수록 손실이 커지는 것이 구리 배선의 기본 성질이기 때문입니다.

약해진 신호를 살리려면 보내는 쪽은 신호를 더 세게 밀어내고, 받는 쪽은 복잡한 보정 회로를 돌려야 합니다. 그 결과 데이터를 옮기는 데만 쓰는 전력이 크게 늘어나죠. 스위치 하나에 수많은 포트가 달린 데이터센터에서는 이 전력과 발열이 장비 전체의 부담이 됩니다.

AI 학습용 클러스터가 커지면서 문제는 더 커졌습니다. 수많은 가속기가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해서, 대역폭은 늘리고 비트당 전력은 줄여야 하는 압박이 동시에 생겼죠. 전기 경로는 최대한 짧게 줄이고 나머지 거리는 손실이 적은 빛에 맡기자는 것이 코패키지드 옵틱스의 출발점입니다.

실리콘 포토닉스의 구성 요소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는 반도체 공정으로 실리콘 위에 빛의 회로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빛이 다니는 길과 장치를 웨이퍼 위에 새기기 때문에 기존 반도체 팹의 장비와 공정을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죠. CPO의 광 엔진은 대부분 이 기술로 만듭니다.

광 엔진에서 신호가 지나가는 순서

  1. 광원: 레이저가 일정한 세기의 빛을 광 칩으로 공급한다.
  2. 도파로: 실리콘으로 만든 가는 길을 따라 빛이 칩 안을 이동한다.
  3. 변조기: 칩에서 온 전기 신호에 맞춰 빛의 세기나 위상을 바꿔 데이터를 싣는다.
  4. 광섬유 결합: 데이터를 실은 빛을 광섬유로 내보내 다른 장비로 보낸다.
  5. 광검출기: 받는 쪽에서는 빛을 다시 전기 신호로 바꿔 칩에 넘긴다.

도파로(Waveguide)는 굴절률이 높은 실리콘을 굴절률이 낮은 산화막이 감싸는 구조라, 빛이 바깥으로 새지 않고 갇혀서 이동합니다. 변조기(Modulator)는 실리콘 속 전하의 양을 바꿔 굴절률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빛에 데이터를 싣고, 광검출기(Photodetector)는 통신 파장의 빛을 잘 흡수하는 게르마늄을 실리콘 위에 길러 만드는 경우가 많죠.

빠진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빛을 내는 레이저입니다. 실리콘은 간접 밴드갭 물질이라 빛을 효율적으로 내지 못해서, 인듐인(InP) 같은 화합물 반도체 레이저를 따로 붙이거나 패키지 밖의 외부 광원에서 빛을 끌어오는 방식을 많이 쓰죠. 레이저는 열에 약하고 고장이 상대적으로 잦은 부품이라, 교체하기 쉬운 바깥에 두는 설계가 선호되기도 합니다.

CPO의 장점과 넘어야 할 과제

가장 큰 장점은 전력입니다. 칩과 광 엔진 사이의 전기 경로가 짧아지면 SerDes가 긴 보드 배선을 상대할 필요가 없어 비트당 전송 전력을 줄일 수 있죠. 장비 앞면의 슬롯 수에 묶이지 않으니 더 많은 대역폭을 한 장비에 모으기도 쉬워집니다.

과제도 분명합니다. 첫째는 열로, 큰 전력을 쓰는 스위치 칩 바로 옆에 온도에 민감한 광 소자를 두면 파장과 특성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둘째는 광섬유 연결로, 폭이 µm 단위인 도파로에 광섬유를 정밀하게 맞춰 붙이는 공정은 일반 반도체 조립보다 훨씬 까다롭죠.

셋째는 유지 보수와 수율입니다. 플러거블 모듈은 고장 난 하나만 빼서 바꾸면 되지만, CPO는 광 엔진이 칩과 한 몸이라 불량이 나면 교체가 어렵죠. 그래서 흔히 CPO가 나오면 플러거블 모듈은 곧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기 신호 처리를 단순화한 플러거블 방식 같은 대안과 함께 쓰임새에 따라 나뉘어 쓰일 가능성이 큽니다.

산업에서의 의미와 쓰이는 곳

CPO가 먼저 겨냥하는 곳은 데이터센터의 네트워크 스위치와 AI 가속기 사이의 연결입니다. 가속기 수천 개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묶으려면 장비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이 연결의 전력과 밀도가 시스템 전체의 확장 한계를 정하기 때문이죠.

패키징 산업의 관점에서 CPO는 전자 칩과 광 칩을 한 패키지에 묶는 이종 집적의 새로운 무대입니다. 2.5D 인터포저, 칩렛 연결, 정밀 광 정렬, 열 관리 기술이 한꺼번에 필요해 파운드리, 패키징 회사, 광 부품 회사, 장비 회사가 함께 움직이는 분야가 됐죠. 다만 제품별 양산 시점과 채택 속도는 회사와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므로, 구체적인 일정은 최신 발표를 따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멀리 보면 같은 원리를 칩과 칩 사이로 넓히려는 광 I/O(Optical I/O)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 신호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리가 점점 짧아지면서, 빛이 맡는 영역이 장비 사이에서 보드 위로, 다시 패키지 가까이로 들어오고 있는 셈이죠.

플러거블 광 모듈과 CPO 비교 표

구분플러거블 광 트랜시버CPO
광 변환 위치장비 앞면 슬롯스위치·가속기 칩과 같은 패키지
칩과의 전기 경로긴 보드 배선패키지 안의 짧은 배선
비트당 전력상대적으로 높음낮출 수 있음
대역폭 밀도앞면 슬롯 수에 제한칩 주변에 모아 높일 수 있음
유지 보수고장 난 모듈만 교체광 엔진 교체가 어려워 외부 광원 등으로 보완
기술 성숙도생태계가 오래 다듬어짐열, 광섬유 정렬, 수율 과제가 남음

핵심 정리

코패키지드 옵틱스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광 엔진을 스위치나 가속기 칩과 같은 패키지에 넣어, 전력을 많이 먹는 긴 전기 경로를 없애는 기술입니다. 그 광 엔진은 실리콘 위에 도파로, 변조기, 광검출기를 새기는 실리콘 포토닉스로 만들고, 빛을 잘 내지 못하는 실리콘의 한계 때문에 레이저는 따로 붙이거나 외부에서 공급하죠. 열, 광섬유 정렬, 유지 보수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전화선이 광섬유로 바뀐 뒤에도 집 안의 마지막 몇 미터는 여전히 전선이 맡듯, 전기와 빛의 경계는 한 번에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칩 쪽으로 옮겨 갑니다. 새로운 광 연결 기술을 볼 때는 그 경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 대가로 어떤 열과 조립 문제를 떠안았는지를 함께 보면 흐름을 놓치지 않습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CPO가 플러거블 광 모듈보다 전력을 줄일 수 있는 원리와, 실리콘 포토닉스에서 레이저를 따로 두는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데이터 속도가 오를수록 구리 배선의 손실이 커져 SerDes가 신호를 세게 보내고 복잡하게 보정해야 하므로 전력이 늘어나는데, CPO는 광 엔진을 칩과 같은 패키지에 넣어 전기 경로를 크게 줄인다고 설명합니다. 실리콘은 간접 밴드갭 물질이라 효율적인 발광이 어려워 InP 같은 화합물 반도체 레이저를 결합하거나 외부 광원을 쓰며, 열에 약한 레이저를 교체 가능한 위치에 두면 신뢰성과 유지 보수에도 유리하다고 정리합니다. 열 관리, 광섬유 정렬, 패키지 수율 같은 과제를 함께 언급하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