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원인 분석, 5Why와 피쉬본을 반도체 사례로 익히기

근본 원인 분석, 5Why와 피쉬본을 반도체 사례로 익히기

다섯 살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면 끝없는 “왜?”에 붙잡히곤 합니다. 하늘이 왜 파란지 답해 주면 빛은 왜 흩어지느냐고 되묻고, 그렇게 몇 번만 따라가면 어른도 대답이 막히는 지점에 닿죠. 귀찮게 느껴지지만, 그 질문들은 겉모습 아래의 구조로 내려가는 가장 단순한 길이기도 합니다.

공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 질문이 필요합니다. 눈앞의 불량을 고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불량을 만든 구조까지 내려가는 일을 근본 원인 분석이라고 하죠. 이 글에서는 대표 도구인 5Why와 피쉬본 다이어그램을 가상의 반도체 사례로 따라가 보고, 두 도구를 언제 어떻게 함께 쓰는지 정리합니다.

근본 원인 분석이란 무엇인가

근본 원인 분석(RCA, Root Cause Analysis)은 문제의 증상이 아니라, 그것을 없애면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는 원인을 찾는 과정입니다. 불량 칩을 골라내는 일은 증상에 대한 봉쇄 조치(Containment)이고, 불량이 생긴 이유를 없애는 일이 시정 조치(Corrective Action)죠.

근본 원인을 찾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그 원인을 없애면 문제가 사라지고, 다시 넣으면 문제가 재현되는가를 물어보는 것이죠. 이 질문에 데이터로 답할 수 없다면 아직 가설 단계에 있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5Why, 왜를 다섯 번 묻는 사슬

5Why는 문제에 “왜?”를 거듭 물어 원인의 사슬을 따라 내려가는 방법입니다. 도요타 생산 방식에서 널리 알려졌고, 다섯이라는 숫자는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충분히 깊이 내려가라는 뜻에 가깝죠.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CMP 후 스크래치 결함 증가 (가상 사례)

  1. 왜 스크래치 결함이 늘었나? CMP 공정 뒤 웨이퍼 표면에 긁힌 자국이 생겼기 때문이다.
  2. 왜 긁혔나? 슬러리 속에 평소보다 큰 응집 입자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3. 왜 큰 입자가 섞였나? 슬러리 공급 라인의 필터가 막혀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4. 왜 필터가 막힌 채 쓰였나? 필터를 사용량이 아니라 정해진 날짜 기준으로 교체해 왔기 때문이다.
  5. 왜 날짜 기준이 그대로였나? 생산량이 늘 때 정비 기준을 다시 검토하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슬의 끝이 필터라는 부품이 아니라 정비 기준을 검토하는 절차의 부재라는 점에 주목할 만합니다. 필터만 갈면 이번 문제는 끝나지만, 생산량이 다시 늘면 다른 소모품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겠죠. 각 단계의 답은 필터 전후 압력 차, 슬러리 입자 크기 측정 같은 데이터로 확인해야 사슬이 상상이 아닌 사실이 됩니다.

피쉬본 다이어그램과 6M

피쉬본 다이어그램(Fishbone Diagram)은 문제를 물고기 머리에 두고, 가능한 원인을 범주별 가시뼈로 펼쳐 그리는 도구입니다. 일본의 품질 관리 학자 이시카와 가오루가 널리 알려 이시카와 다이어그램, 또는 특성요인도라고도 부르죠.

범주는 흔히 사람, 설비, 방법, 재료, 측정의 5M에 환경을 더한 6M으로 나눕니다. 범주를 미리 정해 두는 이유는 회의에서 목소리 큰 사람의 가설 하나로 쏠리지 않고, 놓치기 쉬운 영역까지 빠짐없이 훑기 위해서죠.

와이어 본딩 볼 전단 강도 저하 (가상 사례)문제: 볼 본드 전단 강도가 관리 한계 아래로 떨어짐
사람(Man): 신규 작업자의 캐필러리 교체 방식
설비(Machine): 초음파 출력 변동, 캐필러리 마모
방법(Method): 본딩 조건, 플라즈마 세정 시간
재료(Material): 패드 금속 오염, 와이어 로트
측정(Measurement): 전단 시험기 교정 상태
환경(Mother nature): 작업장 온도와 습도

이렇게 펼친 후보는 아직 원인이 아니라 의심 목록입니다. 데이터를 보니 강도 저하가 특정 시점 이후 한 설비에서만 나타났고, 그 설비의 플라즈마 세정 단계가 레시피 수정 중 빠진 것이 확인되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여섯 가시 중 방법과 재료가 이어진 하나의 경로로 좁혀지죠.

두 도구를 함께 쓰는 법

두 도구는 방향이 다릅니다. 피쉬본은 넓게 펼쳐 후보를 모으는 도구이고, 5Why는 고른 후보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도구죠. 그래서 원인이 짐작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에는 피쉬본으로 시작해 데이터로 후보를 좁힌 뒤, 남은 후보에 5Why를 적용하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반도체에서는 이 사이를 데이터가 잇습니다. 불량 칩이 어느 설비와 챔버, 어느 시점을 공통으로 거쳤는지 보는 분석, 불량 분석 장비로 결함의 물리적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 후보를 지우고 남기는 근거가 되죠. 8D 보고서 같은 문제 해결 양식도 결국 이 근본 원인 분석의 결과를 체계적으로 담는 그릇입니다.

근본 원인 분석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가장 흔한 함정은 사람의 실수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작업자가 조건을 잘못 입력했으니 재교육하면 된다는 결론은 쉽지만, 왜 잘못 입력할 수 있었는지, 왜 시스템이 그 입력을 막지 못했는지를 묻지 않으면 다른 작업자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

두 번째는 결론으로 건너뛰는 것입니다. 지난번 비슷한 불량의 원인이 파티클이었다는 기억 때문에 데이터를 보기도 전에 같은 답을 정해 버리는 식이죠. 세 번째는 원인이 하나라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여러 조건이 겹쳐야 불량이 나는 경우가 많아서, 5Why의 사슬도 중간에 갈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불량이 왜 생겼는지와 왜 걸러지지 않고 고객까지 갔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발생 원인과 유출 원인을 따로 분석해야 생산 공정과 검사 체계를 함께 고칠 수 있죠.

5Why와 피쉬본 비교 표

구분5Why피쉬본 다이어그램
방향한 원인을 깊이 파고듦가능한 원인을 넓게 펼침
적합한 상황후보가 좁혀진 비교적 단순한 문제원인이 짐작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
결과물원인의 사슬범주별 원인 후보 목록
강점빠르고 시스템 원인까지 내려가기 쉬움놓치는 영역을 줄이고 팀 토론에 유리
약점아는 범위 안에서만 답하고 한 갈래로 치우치기 쉬움후보만 많고 검증 없이 끝나기 쉬움
보완각 단계 답을 데이터로 확인후보마다 데이터로 지우고 남기기

핵심 정리

근본 원인 분석은 증상을 막는 봉쇄 조치를 넘어, 없애면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는 원인을 찾는 과정입니다. 피쉬본은 6M으로 후보를 넓게 펼치고, 5Why는 고른 후보를 시스템 원인까지 깊게 파고들죠. 두 도구 모두 각 단계를 데이터로 확인할 때 비로소 힘을 가집니다.

아이의 “왜?”가 귀찮아도 결국 구조를 묻는 질문이듯, 현장의 “왜?”도 사람에서 멈추지 않고 절차와 시스템까지 내려가야 의미가 있습니다. 보고서를 쓸 때 마지막 답이 사람의 실수라면, 한 번 더 왜를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5Why와 피쉬본 다이어그램의 차이를 설명하고, 근본 원인 분석의 결론이 작업자 실수로 나왔을 때 어떻게 하겠는지 말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피쉬본은 사람, 설비, 방법, 재료, 측정, 환경으로 원인 후보를 넓게 펼치는 도구이고, 5Why는 좁혀진 후보를 깊이 파고드는 도구라서 함께 쓰면 좋다는 점을 말합니다. 작업자 실수가 결론이라면 왜 실수가 가능했는지, 왜 설비나 시스템이 막지 못했는지를 더 물어 실수 방지 장치나 절차 개선으로 이어 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각 단계의 답을 설비 이력이나 불량 분석 같은 데이터로 검증하고, 발생 원인과 유출 원인을 나누어 본다는 점을 덧붙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