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행복의 정복, 경쟁심을 내려놓고 호기심으로 공부하기

러셀 행복의 정복, 경쟁심을 내려놓고 호기심으로 공부하기

주말에 냉장고를 한번 비우다 보면 이상한 물건이 나옵니다. 옆집 장바구니가 부러워서 사 둔 값비싼 치즈, 유행이라기에 들여놓은 소스가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유통기한을 넘기곤 하죠.

그 물건들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채워 넣은 것들입니다. 공부 책상 위에도 비슷한 것들이 쌓여 있지 않을까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쓴 러셀 행복의 정복은 바로 이 지점을 차분하게 짚어 줍니다.

러셀의 생각을 따라가며, 타인과의 경쟁에서 한 발 벗어나 순수한 지적 호기심으로 공부할 때 마음이 어떻게 가벼워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냉장고에 쌓인 남의 기준

친구가 어떤 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나도 등록해야 할 것 같고, 누군가 하루에 단어를 백 개 외운다고 하면 내 쉰 개가 초라해 보입니다. 이렇게 들여온 기준은 내 필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남의 장바구니를 곁눈질하며 채운 것입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끝이 없다는 점입니다. 남보다 앞서는 순간 곧 더 앞선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은 한 번도 쉴 틈을 얻지 못합니다.

냉장고가 가득 차 있어도 정작 지금 먹고 싶은 것이 없다는 느낌, 공부를 많이 하는데도 공부가 즐겁지 않은 느낌은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채우는 이유가 나 바깥에 있기 때문입니다.

러셀 행복의 정복이 짚은 경쟁의 함정

버트런드 러셀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195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물입니다. 『행복의 정복』(The Conquest of Happiness)은 1930년에 나온 책으로, 사람들이 왜 불행해지는지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다룹니다.

불행의 원인을 다루는 앞부분에는 경쟁, 지루함, 피로, 질투 같은 항목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러셀은 성공을 향한 지나친 경쟁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질투를 키운다고 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경쟁 자체를 나쁘다고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삶의 모든 만족을 남을 이기는 데 걸어 두면, 이기는 순간에도 안심하지 못하고 지는 순간에는 무너지는 구조가 된다는 취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행복을 만드는 것은 열의와 바깥을 향한 관심

그렇다면 러셀 행복의 정복은 행복의 길을 어디에서 찾았을까요. 책의 뒷부분에서 그는 삶에 대한 열의(zest)와, 자기 자신이 아닌 바깥 세계를 향한 폭넓은 관심에 주목합니다.

자기 걱정과 자기 평가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작은 실패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반면 관심이 여러 곳에 닿아 있는 사람은 한쪽이 막혀도 다른 쪽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마음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관점에서 보면 지적 호기심은 가장 안전한 행복의 샘입니다. 궁금한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상관없이 나 혼자서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영어 공부 바꾸기

영어 단어 breakfast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점수를 위해 외울 때는 그저 ‘아침 식사’라는 뜻 하나지만,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break(깨다)와 fast(단식)가 합쳐진 말임을 알게 됩니다. 밤새 이어진 공복을 깨는 식사라는 뜻이니, 단어 하나에 사람의 생활 감각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알게 된 단어는 시험이 끝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본 기억은 남이 매긴 점수와 달리 내 안에서 스스로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의 문장 구조가 궁금해서 분석해 보거나, 뉴스 기사 속 낯선 표현이 어디서 왔는지 찾아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공부는 남과 비교할 기준이 따로 없어서, 비교로 인한 압박이 끼어들 자리가 줄어듭니다.

물론 시험 준비가 호기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해야 하는 공부 사이사이에 궁금한 것을 하나씩 끼워 넣으면, 같은 시간이 숙제가 아니라 탐색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경쟁 중심과 호기심 중심의 공부 비교

같은 영어 공부라도 마음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이렇게 다른 모습이 됩니다.

구분경쟁 중심의 공부호기심 중심의 공부
공부의 이유남보다 앞서기 위해알고 싶어서
기준을 정하는 곳친구의 점수와 등수나의 궁금증과 이해
실수를 대하는 태도뒤처진다는 불안더 알아볼 단서
마음의 상태끝없는 비교와 피로몰입과 가벼움

핵심 정리

러셀 행복의 정복이 건네는 메시지는 남과의 경쟁에 삶의 만족을 걸어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경쟁과 비교는 끝이 없어서 이겨도 쉬지 못하게 만들고, 그 피로가 쌓여 공부를 괴로운 일로 바꿉니다.

대신 러셀은 바깥 세계를 향한 열의와 폭넓은 관심에서 단단한 행복이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냉장고에서 남의 기준으로 채운 물건을 덜어 내듯, 비교로 채운 공부를 덜어 내고 정말 궁금한 것 하나를 남겨 보세요.

오늘 공부하다 마주친 단어나 문장 하나를 ‘왜 그렇지?’ 하고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그 작은 호기심이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