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하다 영어로, 일을 대충할 때와 대충 말할 때
이삿짐을 싸다 보면 처음에는 그릇 하나하나를 신문지로 싸다가, 밤이 깊어지면 “이제 대충 넣자”는 말이 나옵니다. 다음 날 아침 친구가 “몇 시쯤 도착해?” 하고 물으면 “대충 10시?”라고 답하죠. 같은 ‘대충’인데 하나는 일을 덜 꼼꼼히 하는 것이고, 하나는 대략적인 숫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영어는 이 두 ‘대충’을 완전히 다른 표현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대충하다 영어로 옮길 때는 일하는 방식을 말하는지, 말하는 방식을 말하는지부터 가려야 하죠. 오늘은 ‘대충’의 세 가지 얼굴을 차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칭찬도 되고 비난도 되는 ‘대충’
한국어 ‘대충’은 맥락에 따라 비난이 되기도 하고 배려가 되기도 합니다. “일을 왜 이렇게 대충 해?”는 질책이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대충 해”는 부담을 덜어 주는 말이죠.
어색한 문장(동료를 배려하며) Just do it sloppily. (어색함)
(시간을 물었을 때) I’ll arrive carelessly at ten. (어색함)
첫 문장의 sloppily는 ‘엉성하게’라는 비난의 뜻이라 배려하는 말이 되지 못합니다. 두 번째 문장은 ‘대충’을 ‘부주의하게’로 옮겨서 시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 됐죠. 영어에는 이 둘을 한 단어로 묶는 말이 없습니다.
대충하다 영어로, 일을 엉성하게 할 때
해야 할 과정을 건너뛰고 일을 엉성하게 하는 ‘대충’은 cut corners가 대표 표현입니다. 모퉁이를 돌지 않고 가로질러 지름길로 간다는 그림이죠. 비용이나 시간을 아끼려고 필요한 단계를 생략한다는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일을 엉성하게 하다The builder cut corners, and now the roof leaks.
This report looks sloppy. Can you check it again?
결과물이 엉성하면 sloppy, 마음 없이 건성으로 하면 half-heartedly를 씁니다. 형식적으로 시늉만 하는 것은 go through the motions라고 하죠.
건성으로 하다He did his homework half-heartedly.
She’s just going through the motions at work these days.
구어에서는 half-ass(대충 때우다)라는 표현도 자주 들립니다. 다만 비속어에 가까우니 친한 사이의 대화에서만 쓰고, 회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cut corners나 sloppy를 쓰는 것이 안전하죠.
가볍게 하자는 ‘대충’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대충 해”는 배려의 말입니다. 영어로는 대충하라고 직접 말하기보다,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짚어 줍니다.
부담을 덜어 주는 말It doesn’t have to be perfect. Keep it simple.
Don’t overthink it. A rough draft is fine.
“완벽할 필요 없어. (그럼?) 간단하게 해.” keep it simple은 단계를 건너뛰라는 뜻이 아니라 핵심만 남기라는 뜻이라, 같은 ‘대충’이어도 cut corners와 정반대의 어감을 줍니다. 결과물이 ‘이 정도면 됐다’는 수준일 때는 That’s good enough.라고 하죠.
식사를 ‘대충 때우다’는 grab a quick bite가 자연스럽습니다. 제대로 차려 먹지 않고 간단히 먹는다는 뜻이라 부정적인 느낌이 거의 없죠.
대충 말하고 대충 훑어볼 때
숫자나 시간을 대략 말할 때는 roughly, about, around를 씁니다. 구어에서는 숫자 뒤에 -ish를 붙여 ten-ish(10시쯤)처럼 말하기도 하죠.
대략적인 숫자I’ll be there around ten. / I’ll be there ten-ish.
It costs roughly 50 dollars.
내용을 대충 요약해 달라고 할 때는 Give me the gist.(요점만 말해 줘)나 in a nutshell(간단히 말해)을 씁니다. 예산을 대충 알려 달라는 말은 Can you give me a ballpark figure?라고 하죠.
글을 대충 훑어보는 것은 skim입니다. 꼼꼼히 읽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빠르게 보는 것이라, 시험 공부나 업무 메일을 볼 때 자주 쓰이죠. 이렇게 보면 대충하다 영어로 옮길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대충’이 비판인지, 배려인지, 대략인지를 가르는 것입니다.
대충 읽기I only had time to skim the article.
대충의 뜻별 비교 표
| 구분 | 한국어 | 영어 표현 | 어감 |
|---|---|---|---|
| 엉성하게 일함 | 일을 대충 하다 | cut corners, sloppy | 비판 |
| 건성으로 함 | 대충대충 하다 | half-heartedly, go through the motions | 비판 |
| 가볍게 함 | 대충 해도 돼 | Keep it simple. / Don’t overthink it. | 배려 |
| 끼니 | 대충 때우다 | grab a quick bite | 중립 |
| 대략적인 숫자 | 대충 10시 | around ten, ten-ish, roughly | 중립 |
| 요약 | 대충 말해 줘 | Give me the gist. | 중립 |
| 훑어보기 | 대충 읽다 | skim | 중립 |
핵심 정리
대충하다 영어로 옮길 때는 세 갈래를 먼저 나눕니다. 일을 엉성하게 하는 비판이면 cut corners나 sloppy, 부담을 덜어 주는 배려면 keep it simple, 대략 말하는 것이면 around나 roughly를 쓰죠.
이삿짐을 ‘대충 넣자’는 말은 Let’s not overthink it. Just pack everything.에 가깝고, ‘대충 10시’는 around ten입니다. 같은 ‘대충’도 영어로는 전혀 다른 말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의도와 다르게 상대를 비판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실생활 대화문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동료와의 대화A: I’ve been working on these slides for hours. They’re still not perfect.
B: It’s just a team meeting. Keep it simple.
A: Okay, but I don’t want it to look sloppy.
A: 몇 시간째 슬라이드를 만드는데 아직 완벽하지가 않아. B: 그냥 팀 회의잖아. 대충 간단하게 해. A: 알았어, 그래도 엉성해 보이는 건 싫어. 배려의 ‘대충’은 keep it simple로, 피하고 싶은 엉성함은 sloppy로 나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