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여러 설계가 한 장을 나눠 쓰는 구조
아이들 현장학습에 쓸 버스를 한 가정이 혼자 빌리면 빈자리가 많고 값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모여 한 대를 함께 빌리고 비용을 나눠 내곤 하죠.
칩을 만들 때도 같은 발상이 있고, 그 방식이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입니다. 여러 팀의 설계를 한 장의 마스크와 웨이퍼에 함께 올려 제작 비용을 나눠 내는 구조입니다.
버스는 모든 좌석의 크기가 같지만 칩 설계는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라 배치를 맞추는 일이 따로 필요합니다. 또 버스는 출발 시각이 정해져 있듯이, 칩 쪽도 정해진 제작 일정에 맞춰 설계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비슷하면서도 더 엄격합니다.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가 필요한 이유, 마스크 비용의 벽
칩 한 종을 만들려면 회로 모양을 담은 포토마스크(Photomask) 세트가 필요하고, 공정이 미세할수록 마스크 세트 값은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계 한 종을 시험하려고 마스크 한 세트를 통째로 만드는 일은 대학 연구실이나 작은 스타트업에는 큰 부담입니다.
이 비용은 만드는 칩의 수가 적든 많든 똑같이 듭니다. 그래서 시제품 몇 개만 필요한 경우에는 칩당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구조가 됩니다.
이 벽을 낮추려고 나온 것이 MPW(Multi-Project Wafer,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입니다. 여러 프로젝트가 마스크 한 세트와 웨이퍼 한 로트를 공유하면 각자 부담하는 몫이 줄어듭니다. 이 방식은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시제품 개발 전반에 쓰입니다.
레티클 한 장을 나눠 쓰는 방식, 배치에서 다이싱까지
노광 장비가 한 번에 찍는 영역은 정해져 있고, 이 영역에 해당하는 마스크 한 장을 레티클(Reticle)이라 부릅니다. 보통 양산에서는 이 영역 전체에 한 가지 칩을 배치하고 웨이퍼 위에 같은 모양을 반복해서 찍습니다.
MPW에서는 이 영역을 여러 구획으로 나눠 서로 다른 팀의 설계를 하나씩 채웁니다. 노광이 한 번 이루어질 때마다 모든 설계가 동시에 웨이퍼에 찍히고, 이 과정을 필드마다 반복하면 웨이퍼에는 모든 설계가 여러 개씩 만들어집니다.
공정이 끝나면 웨이퍼를 다이싱(Dicing, 낱개로 자르기)해서 설계별로 칩을 가려내고 각 팀에게 보냅니다. 서비스에 따라 설계마다 받는 칩 수량이 다른 방식도 있고, 그때는 받는 몫이 면적과 요청 수량에 따라 정해집니다.
한 레티클 안에서는 서로 다른 설계가 같은 공정 조건을 공유하므로 모든 설계가 같은 설계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특히 금속이나 막이 놓이는 밀도 같은 규칙은 레티클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팀마다 점검 도구로 규칙 위반이 없는지 확인한 설계만 받아 줍니다.
셔틀 서비스의 진행 흐름
MPW는 정해진 날짜에 맞춰 설계를 모아 한꺼번에 제작하는 방식이라 셔틀(Shuttle)이라고도 부릅니다. 정해진 노선과 시각에 맞춰 출발하는 통학 버스와 비슷한 모습이죠. 일반적인 진행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MPW 셔틀의 일반적 진행 흐름
- 공정과 일정 선택: 제공되는 공정과 셔틀 일정을 확인하고 제출 마감일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 설계: 제공된 PDK(공정 설계 키트)와 허용 면적, 입출력 규칙에 맞춰 회로를 설계하고 배치합니다.
- 규칙 점검: 설계 규칙 검사와 밀도 조건을 확인해 위반이 없도록 고칩니다.
- 제출: 마감일까지 최종 설계 데이터를 넘깁니다. 이 시점을 테이프아웃이라고 부릅니다.
- 레티클 조합: 운영 주체가 여러 팀의 설계를 한 레티클에 배치합니다.
- 마스크 제작과 웨이퍼 공정: 한 세트의 마스크로 웨이퍼를 처리합니다.
- 다이싱과 전달: 웨이퍼를 잘라 설계별로 칩을 나누고 필요하면 패키징해서 전달합니다.
- 시험과 다음 단계: 받은 칩을 측정해 설계를 검증하고, 수정판을 다음 셔틀에 올리거나 양산 준비로 넘어갑니다.
제출 마감일은 이 구조에서 가장 엄격한 부분입니다. 한 팀이 늦으면 같은 레티클을 함께 쓰는 다른 팀의 일정까지 영향을 받으므로, 일정에 맞추지 못하면 다음 셔틀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운영 방식은 서비스마다 달라서 파운드리가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대학 지원 기관이나 중개 업체가 여러 파운드리 일정을 모아 대신 운영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일정과 조건은 운영 주체가 공지하는 사양을 확인해야 합니다.
비용 분담을 숫자로 보기, 가상 비율 예시
비용이 어떻게 나뉘는지 가상의 단위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실제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보기 위한 숫자입니다.
가상 계산 예시, 전용 제작과 MPW의 비용 비교
- 전용 제작 비용: 마스크 세트 100 단위 + 웨이퍼 로트 50 단위 = 150 단위
- MPW에서 내 설계가 레티클 면적의 10%를 쓰고, 마스크와 로트 비용이 면적 비율로 나뉜다고 가정합니다.
- 내 몫: 150 × 0.1 = 15 단위로, 전용 제작의 10분의 1입니다.
- 이때 받는 칩이 20개라면 칩당 15 ÷ 20 = 0.75 단위입니다.
- 전용 제작으로 웨이퍼 25장에서 웨이퍼당 칩 1,000개씩, 모두 25,000개를 얻는다고 하면 칩당 150 ÷ 25,000 = 0.006 단위입니다.
- 필요한 칩 수가 n개일 때 MPW를 반복하면 0.75 × n 단위이므로, 150 단위와 같아지는 수량은 n = 150 ÷ 0.75 = 200개입니다.
이 가상 조건에서 총 비용은 MPW가 10분의 1이지만 칩당 비용은 125배(0.75 ÷ 0.006)입니다. 필요한 칩이 200개를 넘기면 전용 제작이 총액에서도 유리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비용이 면적에 정확히 비례하지 않고, 최소 구획 크기나 패키징 비용 같은 항목이 따로 붙습니다. 이 예시는 시제품은 MPW로, 대량은 전용으로 가는 이유를 보여 주는 용도로만 보세요.
MPW의 제약, 일정과 면적과 수량
MPW는 비용을 나누는 대신 자유를 일부 내놓는 방식입니다. 제약은 크게 일정, 면적, 수량, 공정 선택, 수정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정은 정해진 셔틀 날짜에 묶이고, 면적은 서비스가 정한 최소 단위와 최대 단위 안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받는 칩의 수량은 소량이어서 대량 평가나 신뢰성 시험을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공정 선택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공정과 옵션으로 한정되고, 설계 수정은 다음 셔틀을 기다려야 합니다. 마스크 한 세트를 여러 팀이 공유하니 한 팀을 위해 중간에 마스크를 고치는 일도 어렵습니다.
다른 팀의 설계가 같은 레티클에 올라가는 만큼 설계 정보의 보호도 중요합니다. 운영 주체는 비밀 유지 계약과 데이터 접근 통제로 팀 사이의 설계 정보가 섞이지 않게 관리합니다.
누가 왜 쓰는가, 학교와 스타트업과 검증 용도
대학과 연구소는 학생의 칩 설계 교육과 연구 결과의 실측 확인에 MPW를 씁니다. 설계한 칩이 실제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하는 경험은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얻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은 양산 투자 전에 핵심 회로가 의도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이용합니다. 큰 비용을 쓰기 전에 아이디어를 검증해서 위험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기존 칩 회사도 새 공정에서 새 회로 블록이나 소자 모델을 시험할 때 MPW를 활용합니다. 칩 전체가 아니라 일부 블록을 먼저 만들어 보고 문제를 찾은 뒤에 전용 마스크로 넘어가는 경로입니다.
MPW와 셔틀 서비스를 둘러싼 흔한 오해
첫째는 MPW 칩은 양산 칩과 다른 공정으로 만든 품질이 낮은 칩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공정 자체는 같은 계열이고 다른 점은 마스크와 웨이퍼를 나눠 쓴다는 것이며, 다만 제공되는 옵션과 수량이 제한됩니다.
둘째는 MPW로 만든 시제품을 그대로 양산할 수 있다는 이해입니다. 양산에는 전용 마스크 세트와 충분한 수량의 웨이퍼가 필요하고, 시제품 검증 결과를 반영한 수정 설계로 새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셋째는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서비스가 언제든 신청하면 바로 만들어 주는 주문 제작 같다는 인식입니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모아서 제작하는 방식이므로 마감과 일정 계획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전용 마스크 제작과 MPW 비교 표
| 구분 | 전용 마스크 제작 | MPW 셔틀 |
|---|---|---|
| 비용 부담 | 마스크와 로트 비용을 한 팀이 모두 부담 | 여러 팀이 마스크와 웨이퍼를 나눠 부담 |
| 주된 용도 | 양산, 대량 평가, 신뢰성 시험 | 시제품, 교육, 연구, 회로 검증 |
| 받는 칩 수량 | 웨이퍼 단위로 대량 | 소량 |
| 일정 | 팀의 계획에 맞춰 조정 | 정해진 셔틀 마감일에 맞춤 |
| 설계 자유도 | 면적과 공정 옵션 선택 폭이 넓음 | 면적 단위와 제공 공정으로 제한 |
| 설계 수정 | 수정 마스크 제작이 가능하나 비용이 큼 | 다음 셔틀을 기다려야 함 |
핵심 정리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는 한 세트의 마스크와 웨이퍼를 여러 설계가 나눠 쓰고, 비용을 분담해 시제품의 문턱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셔틀이라는 이름처럼 정해진 일정에 맞춰 설계를 모아 제작하므로, 대가로 일정과 면적, 수량, 수정의 자유를 일부 내놓게 됩니다.
현장학습 버스처럼 한 대를 같이 빌리면 값은 줄지만 출발 시각과 좌석은 정해져 있죠. 칩 개발을 계획할 때는 시제품 단계에서는 MPW로 검증하고, 수량이 늘어나는 시점에 전용 제작으로 옮기는 흐름을 기준으로 삼아 보세요.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신규 회로를 새 공정에서 처음 검증해야 할 때 MPW를 선택하는 이유와, 이 방식이 가진 한계를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마스크 비용은 칩 수량과 무관하게 들기 때문에 시제품 단계에서는 칩당 비용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MPW는 여러 설계가 레티클과 웨이퍼 로트를 나눠 써서 한 팀의 부담을 낮추고, 셔틀 일정에 맞춰 제출하면 실측 결과를 비교적 낮은 위험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계로는 정해진 마감과 일정, 제한된 면적과 공정 옵션, 소량의 칩 수량, 수정 시 다음 셔틀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짚습니다. 가상 비용 계산으로 필요한 수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전용 마스크가 유리해진다는 판단 기준과, 검증 뒤 양산 전환 경로를 덧붙이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