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 발명, 진공관에서 반도체 소자로 넘어간 과정

트랜지스터 발명, 진공관에서 반도체 소자로 넘어간 과정

박물관에 전시된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를 보면 먼저 크기에 놀랍니다. 나무 상자 안에는 전구처럼 생긴 유리 부품이 줄지어 서 있고, 전원을 켜고 한참을 기다려야 소리가 나오며, 뒷면에 손을 대면 따뜻하죠.

이 전구 모양 부품이 하던 일, 곧 약한 신호를 키우고 전류를 켜고 끄는 일을 작은 결정 조각이 대신하게 된 사건이 트랜지스터 발명입니다. 어떤 한계가 연구를 밀어붙였고 어떤 단계를 거쳐 오늘의 칩으로 이어졌는지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라디오 속 전구와 트랜지스터는 기능만 닮았을 뿐 자라난 방향이 다릅니다. 전구는 하나씩 꽂아 쓰는 부품으로 남았지만, 트랜지스터는 나중에 한 장의 칩 위에 셀 수 없이 많이 새기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진공관 시대의 전자 부품, 무엇이 한계였나

진공관(Vacuum Tube)은 유리관 안을 진공으로 만들고, 가열한 전극에서 나온 전자를 다른 전극으로 흘려 신호를 키우거나 전류를 끊고 잇는 부품입니다. 1907년에 삼극관이 발명된 뒤 라디오와 장거리 전화, 초기 컴퓨터를 가능하게 한 핵심 부품이었죠.

문제는 전자를 내보내려면 전극을 계속 가열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루는 신호가 아무리 약해도 히터는 항상 전력을 쓰고, 그 열은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며, 가열되는 필라멘트와 음극 코팅은 시간이 지나면 닳습니다.

부품 수가 늘어나면 이 약점이 곱해집니다. 초기 컴퓨터 ENIAC은 1만 7천 개가 넘는 진공관을 썼고 소비 전력은 약 150kW에 달했으며, 진공관이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고장 났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크기, 열, 전력, 수명이 한꺼번에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고체 안에서 전자를 다룬다는 발상

대안은 진공이 아니라 고체 안에서 전자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1925년에 줄리어스 릴리엔펠드(Julius Edgar Lilienfeld)가 진공관을 대신할 전계효과 소자의 특허를 캐나다에 출원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할 만큼 품질 좋은 반도체 재료는 그로부터 수십 년 뒤에야 가능했습니다.

반도체(Semiconductor)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로 전류가 흐르고, 불순물을 넣거나 전압을 걸어 그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이 성질을 쓰면 가열하는 필라멘트 없이도 전자 흐름을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947년 벨 연구소의 점접촉 트랜지스터

1947년 미국 벨 연구소(Bell Laboratories)에서 존 바딘(John Bardeen)과 월터 브래튼(Walter Brattain)이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가 이끄는 연구 그룹 안에서 최초로 동작하는 트랜지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실험은 그해 11월 중순부터 12월 하순까지 이어졌고, 12월의 시연이 발명의 시점으로 꼽힙니다.

이 장치가 점접촉 트랜지스터(Point-Contact Transistor)입니다. 게르마늄 결정 표면에 아주 가깝게 붙은 두 개의 금 접점을 스프링으로 눌러 놓은 구조로, 한쪽 접점으로 넣은 작은 신호가 다른 접점에서 더 큰 전류 변화로 나타나 증폭기처럼 동작했습니다.

세 사람은 1956년에 반도체 연구와 트랜지스터 효과 발견의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받았습니다. 이 트랜지스터 발명 이후 반도체 소자는 진공관의 자리를 하나씩 차지해 갔죠.

점접촉형의 한계와 접합형 트랜지스터의 등장

점접촉형은 원리를 증명했지만 만들기 까다로웠습니다. 성능을 끌어올리려고 큰 전류 펄스를 흘려 주는 포밍(forming)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때 고장 나는 소자가 적지 않았고, 증폭 이득도 크지 않았습니다.

쇼클리는 1948년에 접합형 트랜지스터(Junction Transistor, BJT: Bipolar Junction Transistor)를 고안하고 그해 6월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접점 두 개를 눌러 붙이는 대신 반도체 결정 안에 n형, p형, n형처럼 층을 만들고, 층 사이의 접합에서 전류를 제어하는 구조입니다.

동작하는 게르마늄 NPN 접합형 트랜지스터는 1950년에 만들어졌고 1951년에 공식 발표된 것으로 정리됩니다. 접합형은 점접촉형보다 만들기 쉽고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리를 넓혔고, 점접촉형은 1960년대까지 생산이 이어졌지만 그 무렵에는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시장의 중심이었습니다.

게르마늄에서 실리콘으로 바뀐 1950년대

초기 트랜지스터는 게르마늄으로 만들었지만 1954년에 실리콘이 등장합니다. 그해 1월 벨 연구소의 모리스 태넌바움(Morris Tanenbaum)이 첫 동작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만들었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가 같은 해 5월 상용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발표했습니다.

실리콘은 재료가 풍부하고 고온에서도 누설 전류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점이 있어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설명됩니다. 게다가 표면에 안정적인 산화막이 자란다는 성질은 뒤에 집적회로를 만드는 공정의 바탕이 됩니다.

트랜지스터 발명 연표, 한눈에 보는 순서

진공관에서 실리콘 트랜지스터까지

  1. 1907년: 삼극 진공관이 발명되어 증폭과 스위칭의 시대가 열립니다.
  2. 1925년: 릴리엔펠드가 고체 소자로 진공관을 대신하려는 전계효과 소자 특허를 출원합니다.
  3. 1947년: 벨 연구소에서 게르마늄 점접촉 트랜지스터가 처음 동작합니다.
  4. 1948년: 쇼클리가 접합형 트랜지스터를 고안하고 특허를 출원합니다. 같은 해 프랑스에서도 독자적으로 점접촉형이 만들어집니다.
  5. 1950년: 게르마늄 NPN 접합형 트랜지스터가 제작되고, 1951년에 공식 발표됩니다.
  6. 1954년: 벨 연구소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나옵니다.
  7. 1956년: 바딘, 브래튼, 쇼클리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습니다.

연표에서 보듯 한 번의 번뜩임이 아니라 구상, 시제품, 재료 전환이 10년 가까이 이어진 흐름입니다. 문헌에 따라 날짜가 하루 이틀 다르게 적힌 사건이 있어 여기서는 연 단위로만 적었습니다.

트랜지스터 발명을 둘러싼 흔한 오해

첫째는 트랜지스터가 나오자 진공관이 곧바로 사라졌다는 생각입니다. 진공관은 높은 전력과 고주파 영역에서 전기적으로 튼튼하다는 장점이 남아 있어서 용도별로 오랫동안 함께 쓰였고, 전환은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습니다.

둘째는 트랜지스터는 한 사람이 번뜩여서 만들었다는 이해입니다. 벨 연구소의 성과는 연구 그룹의 실험이 쌓인 결과였고, 프랑스 파리의 허버트 마타레(Herbert Mataré)와 하인리히 벨커(Heinrich Welker)도 1948년 6월에 독자적으로 점접촉형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셋째는 1947년의 트랜지스터가 오늘 칩 속의 소자와 같은 종류였다는 오해입니다. 최초의 소자는 게르마늄 점접촉형이었고, 오늘날 칩의 주력인 MOSFET은 전기장으로 전류를 제어하는 다른 계열이어서 전류로 전류를 제어하는 BJT와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진공관과 두 트랜지스터의 비교 표

구분진공관점접촉 트랜지스터접합형 트랜지스터
핵심 구조진공 유리관 안의 가열 전극과 제어 전극, 양극게르마늄 결정에 눌러 붙인 두 개의 금 접점반도체 결정 안에 층을 만들어 두 접합을 형성
가열 필요 여부전극을 계속 가열해야 함필요 없음필요 없음
주요 한계크기, 열, 전력, 수명제작이 까다롭고 이득이 크지 않음초기에는 게르마늄 기반이라 재료 전환이 필요함
남은 강점고전력과 고주파 용도에서 튼튼함동작 원리를 처음 증명함만들기 쉽고 튼튼해 양산에 유리함
역사적 의미전자 산업을 연 증폭 소자고체 증폭의 가능성을 입증이후 실리콘 소자로 이어지는 기반

핵심 정리

트랜지스터 발명은 진공관의 크기, 열, 전력, 수명이라는 한계를 고체 안의 전자 제어로 풀어낸 사건입니다. 1947년의 점접촉형이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접합형이 양산성을 갖췄으며, 1954년의 실리콘이 다음 시대의 재료를 열었습니다.

라디오 뒷면에서 느껴지던 열기는 곧 낭비된 전력이자 고장의 위험이었고, 트랜지스터는 바로 그 열기를 없앤 부품이었습니다. 반도체 역사를 읽을 때는 누가 먼저였는지보다 각 단계가 앞 단계의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를 보시기 바랍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진공관의 한계는 무엇이었고, 트랜지스터는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점접촉형에서 접합형으로 넘어가며 달라진 점도 함께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진공관은 음극 가열 때문에 크기, 발열, 전력, 수명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정리하고, 트랜지스터는 가열 없이 고체 안에서 전류를 제어한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1947년 점접촉형은 원리를 증명했지만 제작이 까다로웠고, 1948년에 고안된 접합형은 구조가 안정적이라 양산에 유리했다고 연결합니다. 이후 1954년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재료 전환을 이끈 점과, 진공관이 고전력과 고주파 용도에서 한동안 함께 쓰였다는 점을 덧붙이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