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노광, DUV와 비교해 보는 혁신과 난제
붓글씨를 쓸 때 붓이 굵으면 작은 글씨를 쓰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손이 섬세해도 붓끝보다 가는 획은 그을 수 없죠. 굵은 붓으로 작은 글씨를 쓰려면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나눠 쓰는 요령을 부려야 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들고 실수도 늘어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붓을 가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죠.
반도체 노광에서 빛의 파장은 붓의 굵기와 같습니다. 오랫동안 쓰인 DUV는 파장 193nm의 붓이었고, EUV는 13.5nm라는 훨씬 가는 붓이죠. 이 글에서는 EUV 노광이 왜 혁신으로 불리는지 DUV와 비교해 정리하고, 그 혁신을 위해 넘어야 했던 난제와 아직 남은 숙제를 살펴봅니다.
EUV와 DUV는 무엇이 다른가
DUV(Deep Ultraviolet, 심자외선) 노광은 KrF(248nm)나 ArF(193nm) 레이저를 광원으로 쓰는 기술입니다. 렌즈와 웨이퍼 사이를 물로 채운 ArF 액침 노광은 오랫동안 최첨단 공정의 주력이었죠.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노광은 파장 13.5nm의 빛을 쓰는 기술로, 파장이 ArF의 약 14분의 1입니다.
파장이 짧아진 만큼 그릴 수 있는 선폭이 크게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단순히 광원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EUV는 빛을 만드는 방법, 빛을 모으는 방법, 마스크와 감광액까지 노광 장비의 거의 모든 것을 새로 설계해야 했던 기술이죠.
DUV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진 이유
ArF 액침 노광 한 번으로 그릴 수 있는 선 간격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업계는 그보다 촘촘한 패턴을 만들기 위해 한 층을 여러 번 나눠 노광하고 식각하는 멀티 패터닝을 써 왔죠. 굵은 붓으로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나눠 쓰는 셈입니다.
문제는 나눠 쓸수록 마스크 수, 공정 단계, 생산 시간이 늘어나고, 여러 번 찍은 패턴끼리 정렬 오차가 쌓인다는 점입니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한 층을 세 번, 네 번 나눠야 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비용과 복잡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가갔죠. EUV는 이 문제를 더 가는 붓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기술입니다.
EUV 노광이 빛을 만들고 쓰는 방식
빛을 만드는 방법
13.5nm의 빛은 레이저로 바로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EUV 장비는 아주 작은 주석 방울을 떨어뜨리고, 강력한 레이저로 이 방울을 1초에 수만 번 때려 수십만 도의 플라스마를 만듭니다. 이 플라스마가 내는 빛 가운데 13.5nm 부근만 모아 쓰는 방식을 레이저 생성 플라스마(LPP, Laser-Produced Plasma)라고 하죠.
빛을 모으는 방법
EUV는 거의 모든 물질에 흡수됩니다. 유리 렌즈는 물론 공기마저 빛을 삼켜 버리죠. 그래서 EUV 장비는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고, 렌즈 대신 거울로 빛을 반사시켜 보냅니다. 이 거울은 몰리브덴과 실리콘을 아주 얇게 번갈아 수십 층 쌓은 다층막 거울인데, 한 장이 반사하는 빛은 약 70% 수준에 그칩니다. 여러 장을 거칠수록 빛이 크게 줄어들어, 강한 광원이 꼭 필요하죠.
EUV 노광 장비 속 빛의 경로
- 레이저가 주석 방울을 때려 플라스마를 만들고 EUV 빛이 나온다.
- 집광 거울이 빛을 모아 조명 광학계로 보낸다.
- 반사형 마스크에서 회로 패턴이 담긴 빛이 반사된다.
- 투영 광학계의 여러 거울이 패턴을 축소해 웨이퍼로 보낸다.
- 웨이퍼의 감광액에 패턴이 새겨진다.
마스크도 달라집니다. DUV 마스크는 빛이 통과하는 투과형이지만, EUV 마스크는 다층막 위에 빛을 흡수하는 패턴을 올린 반사형이죠. 마스크를 먼지에서 보호하는 얇은 막인 펠리클도 EUV를 통과시키면서 열을 견뎌야 해 개발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혁신의 크기와 남은 난제
EUV의 가장 큰 효과는 공정의 단순화입니다. DUV로 여러 번 나눠 찍던 층을 한 번의 노광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마스크 수와 공정 단계가 줄고, 패턴의 모양도 설계에 더 가깝게 나오죠. 그만큼 생산 기간이 짧아지고 정렬 오차가 쌓일 여지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숙제도 많습니다. EUV 광자 하나는 ArF 광자보다 에너지가 약 14배 커서, 같은 노광량이라도 들어오는 광자 수가 훨씬 적습니다. 광자가 적으면 위치마다 받는 빛의 양이 통계적으로 들쭉날쭉해져, 패턴이 끊기거나 붙는 무작위 결함이 생기죠. 이를 확률적 결함(Stochastic Defect)이라고 부릅니다. 또 장비 가격과 전력 소비가 매우 크고,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웨이퍼 수도 관리해야 할 과제죠.
흔히 EUV가 도입되면 멀티 패터닝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공정이 더 미세해지면 EUV로도 두 번 나눠 찍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모든 층에 EUV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가장 미세한 층에만 쓰고 나머지는 DUV를 함께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High-NA와 산업의 의미
EUV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존 EUV 장비의 개구수(NA)는 0.33인데, 이를 0.55로 키운 High-NA EUV가 개발되었죠. NA가 커지면 해상도가 높아지지만,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면적이 절반으로 줄고 초점 심도가 얕아지는 등 새로운 과제가 따릅니다.
EUV 노광 장비는 현재 사실상 네덜란드의 ASML 한 곳만 공급합니다. 수많은 부품 회사의 기술이 모여야 만들 수 있는 장비라, 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고리로 꼽히죠. 최첨단 공정 경쟁에서 EUV 장비를 얼마나 확보하고 얼마나 잘 쓰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된 이유입니다.
DUV와 EUV 비교 표
| 구분 | DUV (ArF 액침) | EUV |
|---|---|---|
| 파장 | 193nm | 13.5nm |
| 광원 | 엑시머 레이저 | 주석 플라스마(LPP) |
| 광학계 | 렌즈(투과) | 다층막 거울(반사), 진공 |
| 마스크 | 투과형 | 반사형 |
| 미세 패턴 대응 | 멀티 패터닝 필요 | 단일 노광으로 대응하는 층이 많음 |
| 주요 난제 | 공정 단계·마스크 수 증가, 정렬 오차 누적 | 광원 출력, 확률적 결함, 펠리클, 장비 비용 |
| 붓에 비유하면 | 굵은 붓으로 나눠 쓰기 | 가는 붓으로 한 번에 쓰기 |
핵심 정리
EUV 노광은 파장 13.5nm의 빛으로 DUV보다 훨씬 미세한 패턴을 그리는 기술입니다. 빛이 거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기 때문에 주석 플라스마 광원, 진공, 다층막 거울, 반사형 마스크라는 완전히 새로운 체계가 필요했죠. 멀티 패터닝을 줄여 공정을 단순화한 것이 가장 큰 혁신이지만, 확률적 결함과 광원 출력, 장비 비용은 여전히 숙제입니다.
굵은 붓으로 여러 번 나눠 쓰던 글씨를 가는 붓으로 한 번에 쓰게 된 것, 그것이 EUV가 가져온 변화입니다. 노광 기술 소식을 볼 때 ‘이 기술은 붓을 가늘게 한 것인가, 쓰는 요령을 바꾼 것인가’를 구분해 보면 그 의미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EUV 노광에서 확률적 결함이 생기는 이유와, 이를 줄이기 위한 방향을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EUV 광자는 ArF보다 에너지가 약 14배 커서 같은 노광량에서도 광자 수가 적고, 미세 패턴의 작은 영역마다 받는 광자 수가 통계적으로 흔들려 패턴이 끊기거나 붙는 무작위 결함이 생긴다는 원리를 먼저 설명합니다. 감광액 속 화학 반응의 불균일도 원인이 된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대책으로 노광량 증가와 이를 위한 광원 출력 향상, 감도와 해상도를 함께 높인 새로운 감광액 개발, 설계와 공정에서 취약 패턴을 피하는 방법을 들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