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NA EUV, 개구수를 키워 얻는 것과 치르는 대가
천문대가 더 큰 망원경을 짓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주 가까이 붙은 두 별을 따로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구경이 커질수록 구분할 수 있는 최소 각도가 작아지기 때문에, 지름이 두 배인 망원경은 같은 빛에서 두 배 가는 틈을 알아봅니다.
High-NA EUV는 이 발상을 노광기의 렌즈에 적용한 것입니다. 파장은 그대로 두고 개구수(NA, Numerical Aperture)를 0.33에서 0.55로 키워 더 가는 패턴을 그리려는 시도입니다.
망원경에도 구경이 커지면 거울이 무거워지고 한 번에 보는 시야는 좁아지는 대가가 따릅니다. 노광기는 여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깊이가 얕아지는 문제까지 겹치므로, 이 글은 EUV의 기본 원리가 아니라 개구수를 키워서 얻는 것과 치르는 것을 하나씩 따져 봅니다.
개구수가 해상도를 정하는 원리, 0.33에서 0.55로
노광 해상도는 레일리 식으로 CD = k1 × λ / NA 라고 씁니다. λ는 파장, NA는 렌즈가 웨이퍼 쪽에서 빛을 모으는 각도의 크기, k1은 공정과 마스크, 조명의 기술 수준을 담은 계수입니다. 파장 13.5 nm가 고정이라면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남은 손잡이는 NA와 k1입니다.
NA를 0.33에서 0.55로 키우면 같은 k1에서 구분할 수 있는 최소 치수가 0.33을 0.55로 나눈 비율, 곧 약 0.6배로 줄어듭니다. 아래의 가상 예시로 크기를 어림해 보겠습니다.
가상 예시, k1이 0.4일 때의 이론적 해상도NA 0.33에서는 0.4 × 13.5 nm ÷ 0.33으로 약 16.4 nm입니다. NA 0.55에서는 0.4 × 13.5 nm ÷ 0.55로 약 9.8 nm가 됩니다.
k1 0.4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고른 값이며, 반 피치 기준의 이론적 한계를 어림한 것입니다.
망원경과 다른 점은 NA가 거울의 지름 그 자체가 아니라 빛이 모이는 각도로 정의된다는 것입니다. 개구수가 크다는 말은 렌즈를 거쳐 웨이퍼에 닿는 빛의 원뿔이 더 넓게 벌어진다는 뜻이고, 이 넓은 각도가 아래의 모든 대가의 출발점이 됩니다.
High-NA EUV가 주는 이득, 단일 노광의 여유
같은 목표 패턴을 두고 보면 NA가 커질수록 k1에는 여유가 생깁니다. 반 피치 14 nm 패턴을 가상 예시로 삼으면 NA 0.33에서는 k1이 14 × 0.33 ÷ 13.5로 약 0.34이고, NA 0.55에서는 약 0.57입니다.
밀집한 선과 간격을 한 번 노광으로 그릴 수 있는 이론적 한계는 k1 0.25로 알려져 있고, 양산에서는 k1이 0.4 아래로 내려가면 공정 여유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0.34는 단일 노광이 가능은 하지만 여유가 거의 없는 값이고, 0.57은 여유 있는 값이라는 뜻입니다.
이 여유는 기존 EUV에서 마스크를 두 번 나눠 노광해야 했던 층을 한 번으로 줄일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공정 단계와 층간 정렬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기대되는 이점이며, 실제로는 장비 비용과 수율을 따져 층과 시점에 따라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합니다. 연구와 평가용 장비를 중심으로 공정 개발에 쓰이고 있고, 양산 적용 시점과 범위는 기업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대가, 초점 심도가 NA의 제곱으로 줄어든다
해상도는 NA에 반비례하지만 초점 심도(DOF, Depth of Focus)는 DOF = k2 × λ / NA² 로 NA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해상도가 좋아지는 폭보다 초점이 허용하는 두께가 줄어드는 폭이 훨씬 가파르다는 뜻입니다.
가상 예시, NA를 키울 때 초점 심도의 변화NA가 0.33에서 0.55로 커지면 NA의 제곱은 약 2.78배가 되므로, 같은 k2와 파장에서 초점 심도는 약 0.36배로 줄어듭니다.
해상도는 약 0.6배(40% 감소)로 개선되는 반면 초점 심도는 약 64% 줄어드는 셈입니다.
천체를 보는 망원경은 대상이 무한히 멀리 있어서 초점 깊이를 걱정하지 않지만, 웨이퍼는 앞뒤로 조금만 움직여도 상이 흐려집니다. 초점 심도가 줄면 웨이퍼 표면의 높낮이와 레지스트 막의 두께, 스테이지가 초점을 맞추는 정밀도가 모두 더 좁은 허용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웨이퍼를 평탄하게 만드는 CMP, 초점 오차를 측정하고 보정하는 기술, 상대적으로 얇은 레지스트 막의 중요성이 한층 커집니다. NA를 키워서 얻은 해상도의 이득을 공정 전체가 받쳐 주어야 의미가 생깁니다.
두 번째 대가, 마스크 입사각과 아나모픽 광학
EUV 마스크는 빛을 투과시키지 않고 반사하기 때문에, 빛은 마스크에 비스듬히 들어와서 비스듬히 나갑니다. 기존 EUV 장비에서 마스크로 들어오는 빛의 중심 입사각은 약 6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스크 쪽에서 빛이 퍼지는 각도는 웨이퍼 쪽 NA를 축소 배율로 나눈 값으로 정해집니다. 기존 장비는 4배 축소라 마스크 쪽 NA가 0.33 ÷ 4로 약 0.083이고 반각이 약 4.7도입니다. 이만큼은 입사각 6도 안에 들어서 들어오는 빛의 원뿔과 반사되어 나가는 원뿔이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NA 0.55를 같은 4배 축소로 유지하면 마스크 쪽 NA가 약 0.1375, 반각이 약 7.9도가 되어 6도를 넘어섭니다. 입사광과 반사광의 경로가 겹쳐 광학계를 배치하기 어려워지고, 마스크에 닿는 각도의 범위도 넓어집니다.
여기서 마스크의 다층 반사막이 브래그 조건으로 빛을 반사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됩니다. 입사각이 바뀌면 가장 잘 반사되는 파장이 조금씩 이동하므로, 넓은 각도 범위에서는 빛의 세기와 대비가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법이 아나모픽 광학(Anamorphic Optics)입니다. 한 방향은 4배, 다른 방향은 8배로 축소 배율을 다르게 두는 것으로, 입사 평면에 해당하는 스캔 방향을 8배로 줄이면 그 방향의 마스크 쪽 NA는 0.55 ÷ 8로 약 0.069가 되고 반각은 약 3.9도로 6도보다 작아집니다. 스캔과 수직인 방향은 4배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 선택은 공짜가 아닙니다. 마스크 위의 패턴은 두 방향에서 다른 비율로 웨이퍼에 줄어들게 되므로 설계와 마스크 데이터의 처리 과정이 바뀌고, 같은 크기의 마스크 영역이 웨이퍼에서 차지하는 면적도 달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다음 대가인 노광 필드의 크기와 직결됩니다.
세 번째 대가, 절반으로 줄어든 노광 필드
기존 EUV의 노광 필드는 웨이퍼 위에서 26 mm × 33 mm이고 면적은 858 mm²입니다. High-NA EUV에서는 스캔 방향이 8배로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마스크 패턴 영역이 웨이퍼에서는 그 방향으로 절반만 닿아 26 mm × 16.5 mm, 즉 429 mm²가 됩니다.
이 차이는 칩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 변이 16.5 mm 이하, 면적이 429 mm² 이하인 칩은 한 번의 노광에 들어가므로 영향이 없습니다. 반면 이보다 큰 칩은 칩 하나를 두 번에 나누어 노광하고 경계를 이어 붙이는 스티칭(Stitching)이 필요합니다.
스티칭에는 부담이 따릅니다. 이어 붙이는 경계에서 두 노광 사이의 정렬 오차가 작아야 하고, 설계도 경계를 가로지르는 회로를 고려해 분할해야 합니다. 대형 칩이 많은 AI 가속기 같은 제품에서는 이 설계 영향이 특히 크게 거론됩니다.
필드가 줄면 웨이퍼 한 장에서 노광해야 하는 횟수가 늘어나므로, 처리량을 지키려면 스테이지의 가속과 스캔 속도를 높이는 방식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장비 쪽의 이런 부담은 비용과 처리량 목표에 반영됩니다.
광학 밖으로 번지는 부수 효과
NA를 키우면 마스크에 닿는 각도의 범위가 넓어지므로 마스크 3차원 효과도 커집니다. 흡수체가 일정한 두께를 가지고 있어서 비스듬한 빛에 그림자를 만들고 위상을 바꾸는데, 각도가 넓을수록 패턴 방향과 위치에 따른 차이가 커집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흡수체의 재료와 두께가 연구되고, 보정 계산에는 이 효과가 포함됩니다.
레지스트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초점 심도가 줄어든 만큼 막을 얇게 써야 하고, 얇은 막에서는 흡수되는 광자 수가 줄어듭니다. 파장이 같으니 광자 하나의 에너지는 그대로이고, 더 작은 패턴 하나에 들어가는 광자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방향이라 확률적 결함은 여전히 핵심 과제입니다.
이처럼 High-NA EUV의 도입은 광학계 하나를 바꾸는 일로 끝나지 않고 마스크, 레지스트, 웨이퍼 평탄도, 설계까지 연쇄적으로 맞춰 가는 일입니다. 어느 층에 언제 적용할지는 이 연쇄적인 비용과 이득을 비교해 결정됩니다.
기존 EUV와 High-NA EUV 비교 표
| 항목 | NA 0.33 | NA 0.55 | 의미 |
|---|---|---|---|
| 축소 배율 | 양방향 4배 | 한 방향 4배, 스캔 방향 8배 | 마스크 쪽 입사각 제약을 피하려는 선택 |
| 마스크 쪽 NA(스캔 방향) | 약 0.083 | 약 0.069 | 입사 중심각 6도 안에 원뿔이 들어옴 |
| 이론적 해상도(k1 0.4 가상 값) | 약 16.4 nm | 약 9.8 nm | NA에 반비례해 약 0.6배 |
| 초점 심도(상대값) | 1 | 약 0.36 | NA의 제곱에 반비례해 가파르게 감소 |
| 노광 필드(웨이퍼 위) | 26 mm × 33 mm | 26 mm × 16.5 mm | 면적이 절반이 되어 대형 칩은 스티칭 필요 |
| 주된 과제 | 확률적 결함, 광원 출력 | 초점 여유, 마스크 3차원 효과, 스티칭 | 얻는 해상도만큼 공정 전체의 정밀도 요구가 커짐 |
핵심 정리
High-NA EUV는 파장을 그대로 두고 개구수를 0.33에서 0.55로 키워 해상도를 약 0.6배로 끌어올리는 기술입니다. 대신 초점 심도가 약 0.36배로 줄고, 마스크 입사각 문제를 풀기 위해 아나모픽 광학을 쓰면서 노광 필드가 절반이 되는 대가를 치릅니다.
구경이 큰 망원경이 가까운 별을 가르는 대신 좁은 시야를 감수하듯, High-NA도 얻는 것과 치르는 것이 한 묶음입니다. 뉴스에서 개구수 0.55라는 말을 보면 해상도 이득 하나만 보지 말고 초점 심도, 필드 크기, 마스크 쪽 변화를 함께 떠올리면 소식이 입체적으로 읽힙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High-NA EUV가 기존 EUV보다 해상도를 높이는 원리를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 생기는 대가 두 가지를 말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레일리 식에서 파장이 같을 때 NA를 0.33에서 0.55로 키우면 최소 치수가 약 0.6배로 줄어든다는 점을 먼저 말합니다. 대가로는 초점 심도가 NA의 제곱에 반비례해 약 0.36배로 줄어 웨이퍼 평탄도와 초점 제어, 얇은 레지스트 요구가 커진다는 점을 짚습니다. 또 4배 축소를 유지하면 마스크 쪽 반각이 입사 중심각 6도를 넘어 입사광과 반사광이 겹치므로 아나모픽 광학(4배와 8배)을 쓰고, 그 결과 노광 필드가 26 mm × 16.5 mm로 절반이 되어 대형 칩은 스티칭이 필요하다는 점까지 이어 설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