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 시스템, 팹의 로트 이력과 공정 경로를 관리하는 방식
신문사 편집 데스크에는 기사마다 취재, 작성, 교열, 편집, 송출 중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적힌 진행표가 걸려 있습니다. 마감이 급한 기사는 순서를 앞당기고, 사실 확인이 덜 된 기사는 송출 직전에 멈춰 세우죠.
팹에서 이 진행표 역할을 하는 것이 MES 시스템입니다. 다만 편집 데스크의 진행표는 사람이 보고 판단하지만, 팹의 MES는 장비와 직접 연결되어 허락 없이는 가공이 시작되지 않게 막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긴 기록은 그대로 품질 증빙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MES가 로트를 어떻게 따라가고, 공정 경로와 레시피를 어떻게 지시하는지, 그리고 ERP나 장비 자동화 계층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개념 수준에서 풀어 봅니다.
MES 시스템이 팹에서 하는 일
제조 실행 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은 제품이 지금 현장 어디에 있고 어떤 순서로 가공되는지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지시하는 소프트웨어 계층입니다. 팹에서는 웨이퍼 여러 장을 한 용기에 묶은 로트(Lot)가 관리의 기본 단위입니다.
웨이퍼 한 장은 수백 개의 공정 단계를 거치고, 단계마다 장비와 조건이 다릅니다. 이 길을 사람이 기억이나 종이 이력서로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로트가 어디까지 왔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MES가 맡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로트 추적, 공정 경로와 레시피 지시, 장비 상태 관리, 이력 보관입니다.
로트 추적과 이력 관리
로트가 장비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MES에 보고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현장에서는 장비에 넣는 순간을 Track-in, 꺼내는 순간을 Track-out이라 부릅니다. 이 두 시점에 어느 장비에서 누가 어떤 레시피로 가공했는지가 이력으로 쌓입니다.
이렇게 쌓인 이력 추적(Traceability) 기록은 불량이 나왔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같은 장비를 같은 시간대에 거친 로트를 거꾸로 찾아내면 영향 범위를 좁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율 분석과 원인 조사도 이 기록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이상이 의심되는 로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홀드(Hold)를 걸어 잡아 둡니다. 신문으로 치면 오보 의심 기사를 송출 대기열에서 빼 두는 것과 같은 조치입니다.
공정 경로와 레시피 지시
공정 경로(Routing)는 제품마다 어떤 공정 단계를 어떤 순서로 거치는지 정의한 지도입니다. 레시피(Recipe)는 각 단계에서 장비가 따라야 하는 가공 조건의 묶음입니다. MES는 이 둘을 정의하고 버전을 관리하며, 로트가 단계에 들어서면 맞는 레시피를 장비에 지정합니다.
한 공정 단계에서 MES가 거치는 순서
- 로트가 해당 단계의 대기열에 도착합니다.
- MES가 공정 경로를 조회해 이 로트가 받을 다음 단계와 쓸 수 있는 장비 후보를 찾습니다.
- 디스패칭 규칙에 따라 장비 하나가 배정됩니다.
- 로트가 장비에 반입될 때(Track-in) 로트 상태, 장비 상태, 레시피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 조건이 맞으면 레시피가 지정되고 가공이 시작됩니다.
- 가공이 끝나면 Track-out과 함께 이력과 측정 결과가 저장됩니다.
- 이상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 있으면 홀드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MES가 공정 조건을 스스로 찾아내고 최적화한다는 생각입니다. 측정 결과를 보고 다음 로트의 조건을 보정하는 일은 뒤에서 다룰 APC의 몫이고, MES는 정해진 조건이 맞게 쓰이는지 확인하고 지시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장비 상태 관리와 디스패칭
MES는 장비가 지금 가동 중인지, 대기 중인지, 고장 또는 정비 중인지를 상태로 관리합니다. 상태가 바뀔 때마다 기록이 남기 때문에 나중에 장비가 일한 시간과 멈춘 시간을 되짚을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설비 효율을 따지는 지표의 바탕이 됩니다.
디스패칭(Dispatching)은 대기 중인 로트 가운데 어떤 로트를 어느 장비에 먼저 넣을지 정하는 일입니다. 납기가 급한 로트를 앞세우기도 하고, 같은 레시피의 로트를 모아 장비 조건을 바꾸는 횟수를 줄이기도 합니다. 속보 기사를 먼저 편집대에 올리되, 같은 코너 기사를 묶어 작업하는 편이 효율적일 때는 묶는 것과 비슷합니다.
디스패칭 규칙은 팹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계속 조정됩니다. 어떤 규칙이 최선인지는 공정 구성과 목표에 따라 달라지므로, 원리는 같아도 규칙의 세부는 현장이 정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ERP에서 장비까지 이어지는 자동화 구성
팹의 자동화 시스템은 층층이 쌓인 계층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위쪽은 주문과 자재를 다루고, 아래쪽은 장비 한 대의 동작을 다룹니다. 산업 자동화의 ISA-95 모델에서도 MES는 기업 계획 계층과 설비 제어 계층 사이의 중간 계층으로 놓입니다.
자동화 계층 구성
-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주문, 자재, 생산 계획을 관리합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만들지 정합니다.
- MES: 계획을 현장의 로트 단위 작업으로 바꾸어 지시하고 진행을 기록합니다.
- EAP(Equipment Automation Program): MES와 장비 사이에서 통신을 중개합니다. 장비와 호스트가 주고받는 통신에는 SECS/GEM 같은 업계 표준이 쓰입니다.
- APC(Advanced Process Control): 측정과 장비 데이터를 보고 다음 로트의 조건을 보정합니다.
이 구조에서 MES 시스템은 계획을 받아 현장에 풀어 주고, 현장의 결과를 계획 쪽으로 돌려보내는 통로입니다. 장비마다 통신 방식이 달라도 EAP가 차이를 흡수해 주기 때문에, MES는 장비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방식으로 지시할 수 있습니다.
MES가 멈추면 생기는 일
팹은 MES의 허락을 받아야 로트를 가공할 수 있도록 구성된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MES가 멈추면 현장은 어느 로트를 어디서 가공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고, 생산 전체가 느려지거나 멈출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MES는 서버 이중화와 장애 복구 절차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력 데이터가 사라지면 불량 추적이 어려워지므로 데이터 보존과 복구 방식도 중요한 설계 항목입니다.
네 계층의 역할 비교 표
| 구분 | ERP | MES | EAP | APC |
|---|---|---|---|---|
| 주로 답하는 질문 | 무엇을 얼마나 만들까 | 이 로트를 지금 어디서 가공할까 | 장비와 어떻게 대화할까 | 다음 조건을 어떻게 보정할까 |
| 다루는 단위 | 주문과 자재 | 로트와 공정 단계 | 장비 한 대의 메시지 | 측정값과 공정 변수 |
| 시간 감각 | 일과 주 단위 계획 | 로트 이동에 맞춘 실시간 관리 | 장비 동작에 맞춘 실시간 통신 | 로트 또는 웨이퍼 단위 보정 |
| 흔한 오해 | 로트 위치를 실시간으로 안다 | 공정 조건을 스스로 최적화한다 | MES와 같은 소프트웨어다 | 모든 장비에 같은 방식이 통한다 |
핵심 정리
MES 시스템은 팹의 로트를 단위로 위치와 이력을 기록하고, 공정 경로와 레시피를 지시하며, 장비 상태와 디스패칭을 관리하는 현장 실행 계층입니다. ERP는 계획을, EAP는 장비 통신을, APC는 조건 보정을 맡아 MES와 맞물립니다.
편집 데스크의 진행표가 기사를 직접 쓰지는 않듯이, MES도 가공 자체를 하지 않고 일이 맞는 순서로 흐르게 만듭니다. 업계에서 각 계층의 경계를 구분해 말할 수 있으면, 팹 자동화 이야기를 훨씬 정확하게 읽게 됩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팹에서 MES와 EAP, APC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며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MES는 로트 단위로 공정 경로와 레시피를 지시하고 이력을 기록하는 현장 실행 계층이라는 점으로 시작합니다. EAP는 MES와 장비 사이의 통신을 맡아 장비 차이를 흡수하고, APC는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로트의 조건을 보정한다고 구분합니다. 이어서 ERP가 위에서 계획을 내려 준다는 계층 관계, Track-in 때 MES가 로트와 장비와 레시피를 확인하는 흐름, 이력 추적이 불량 영향 범위를 좁히는 데 쓰인다는 점을 덧붙이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