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나드 스케일링의 종말, CPU 클록이 멈춘 이유

데나드 스케일링의 종말, CPU 클록이 멈춘 이유

놀이공원이 놀이기구를 모두 같은 비율로 줄여 같은 부지에 두 배를 들여놓고, 모터 출력도 비율에 맞춰 줄여 부지당 전력 사용량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 봅시다. 놀이기구가 늘어도 전기 계약을 바꿀 필요가 없으니 한동안은 좋은 일뿐이죠.

그런데 모터 출력을 더는 줄일 수 없는 바닥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요? 반도체에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데나드 스케일링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규칙이 무엇을 보장했고 왜 끝났는지, 그리고 CPU 클록 경쟁이 왜 멈추었는지를 계산과 함께 정리합니다.

데나드 스케일링이란, 모든 것을 같은 비율로 줄이는 규칙

1974년 IBM의 로버트 데나드 연구진이 제시한 데나드 스케일링(Dennard Scaling)은 MOSFET을 작게 만드는 규칙입니다. 채널 길이, 폭, 게이트 산화막 두께 같은 치수와 동작 전압을 모두 같은 비율 1/κ(κ는 1보다 큰 수)로 줄이고, 기판의 도핑 농도는 κ배로 올리는 것이 골자입니다.

전압을 거리로 나눈 전기장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정전계 스케일링(Constant-field Scaling)이라고도 부릅니다. 소자 안의 전기장이 같으면 물리적인 동작이 닮은꼴로 유지되어, 작아진 소자가 큰 소자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κ만큼 줄였을 때 달라지는 것 (이상적인 정전계 스케일링)

  • 치수(채널 길이, 폭, 산화막 두께)와 전압: 1/κ배
  • 도핑 농도: κ배
  • 게이트 정전 용량 C: 1/κ배
  • 구동 전류 I: 1/κ배
  • 게이트 지연 (C × V / I에 비례): 1/κ배, 따라서 클록 주파수 f는 κ배
  • 트랜지스터 하나의 전력 (C × V² × f에 비례): 1/κ²배
  •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 수: κ²배
  • 단위 면적당 전력, 즉 전력 밀도: 변하지 않음

전력 밀도가 일정하게 유지된 계산

핵심은 마지막 두 줄의 곱입니다. 트랜지스터 하나의 전력은 1/κ²배로 줄고 같은 면적에 들어가는 개수는 κ²배로 늘어, 둘이 정확히 상쇄됩니다.

가상 계산, 한 세대를 κ = √2(약 1.41)로 줄일 때치수와 전압은 약 0.71배, 정전 용량 C는 약 0.71배, 주파수는 약 1.41배입니다.

트랜지스터 하나의 전력은 C × V² × f = 0.71 × 0.5 × 1.41 = 약 0.5배이고, 같은 면적의 트랜지스터는 두 배이므로 전력 밀도는 0.5 × 2 = 1배, 즉 그대로입니다.

더 작고 더 많고 더 빠른 칩을 만들면서도 단위 면적당 발열은 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무어의 법칙이 트랜지스터를 늘리는 쪽의 약속이었다면, 데나드 스케일링은 전력 청구서를 묶어 두는 쪽의 약속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놀이공원 비유에서 달라지는 점도 있습니다. 실제 칩에서 줄여야 하는 것은 모터 출력이 아니라 전압이고, 전압이 줄어도 성능이 유지되려면 문턱 전압처럼 다른 변수도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규칙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전압이 내려가지 못한 이유, 누설과 문턱 전압

트랜지스터의 구동 전류는 게이트 전압이 문턱 전압을 얼마나 넘는지, 즉 과구동 VDD − Vth에 좌우됩니다. 속도를 지키면서 VDD를 내리려면 문턱 전압 Vth도 함께 내려야 합니다.

문제는 꺼져 있을 때 새는 서브스레숄드 누설(Subthreshold Leakage)이 Vth에 지수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서브스레숄드 기울기 S는 300 K에서 이론상 약 60 mV/decade가 한계이고, 실제 소자는 이보다 큽니다. Vth를 S만큼 낮출 때마다 꺼진 상태의 전류는 10배가 되죠.

가상 예시, 전압을 내릴 때 누설이 치르는 값VDD = 1.0 V, Vth = 0.4 V이면 과구동은 0.6 V입니다. VDD를 0.7 V로 내리고 Vth를 그대로 두면 과구동이 0.3 V로 절반이 되어 속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과구동 0.6 V를 지키려면 Vth를 0.1 V로 300 mV 낮춰야 하고, S = 80 mV/decade라면 꺼짐 누설은 10^(300/80) = 약 5,600배가 됩니다.

게이트 산화막을 같은 비율로 얇게 하는 일도 한계에 닿았습니다. 산화막이 원자 몇 층 두께가 되자 전자가 산화막을 뚫고 지나가는 터널링 누설이 커져, 2000년대 후반에는 절연막 재료를 바꾸는 high-k 금속 게이트가 도입됐습니다. 소스와 드레인 사이의 단채널 효과와 접합 누설도 함께 커졌습니다.

온도도 변수입니다. 누설 전류는 온도가 오를수록 늘고, 누설이 늘면 발열이 늘어 다시 온도가 오르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전압은 수 V에서 1 V 안팎까지 내려온 뒤 하락 속도가 크게 둔화되었고, 데나드 스케일링의 전제인 “전압도 같은 비율로 줄인다”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데나드 스케일링이 끝나자 클록이 멈췄다

전압이 그대로인데 치수만 줄면 전력 계산에서 V²가 줄지 않습니다. 이때도 클록을 계속 올리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가상 계산, 전압을 못 내리는 경우한 세대마다 C가 0.71배, 전압은 그대로, 주파수는 1.41배라면 트랜지스터 하나의 전력은 0.71 × 1.41 = 약 1.0배입니다. 같은 면적의 트랜지스터가 두 배이므로 전력 밀도는 세대마다 2배, 세 세대면 2³ = 8배가 됩니다.

클록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두더라도 트랜지스터 하나의 전력이 0.71배라서, 전력 밀도는 2 × 0.71 = 약 1.4배씩 계속 늘어납니다.

칩이 감당할 수 있는 열에는 패키지와 냉각 비용, 휴대 기기의 배터리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일반적인 데스크톱과 서버 프로세서의 클록은 수 GHz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클록을 올리려고 파이프라인을 깊게 만드는 방법도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단계를 늘릴수록 단계 사이의 레지스터가 쓰는 전력이 늘고, 분기 예측이 틀렸을 때 비워야 하는 단계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랜지스터가 더 빨라질 수 없어서 클록이 멈췄다는 이해는 일차적인 원인을 짚지 못합니다. 개별 트랜지스터는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지만, 그 속도로 칩 전체를 돌릴 때의 전력 밀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 핵심입니다. 데나드 스케일링의 종말은 속도의 한계가 아니라 전력의 한계였습니다.

클록 대신 코어 수와 전문화가 답이 된 이유

클록 경쟁이 끝난 뒤 업계가 택한 길은 코어를 여러 개 두는 것이었습니다. 동적 전력이 C × V² × f이므로, 클록과 전압을 함께 낮추면 전력은 대략 세제곱으로 줄기 때문입니다.

가상 계산, 코어 하나와 코어 둘코어 하나를 클록 0.8배, 전압 0.8배로 돌리면 전력은 0.8 × 0.8² = 0.8³ = 0.512배입니다. 이런 코어 두 개를 합친 전력은 약 1.02배이고, 처리량은 이론상 2 × 0.8 = 1.6배입니다.

전압이 클록에 비례해 내려가고 작업이 완전히 병렬로 나뉜다는 가정에서의 계산입니다.

현실에서는 두 가정 모두 완전하지 않습니다. 전압이 낮은 구간에서는 클록을 줄여도 전압이 비례해서 내려가지 않고, 병렬로 나눌 수 없는 직렬 부분이 작업에 남아 있습니다.

직렬 부분의 영향은 암달의 법칙(Amdahl’s Law)으로 어림합니다. 병렬로 처리할 수 있는 비율이 p이고 코어가 N개일 때 속도 향상은 1 / ((1 − p) + p / N)입니다. p = 0.9, N = 8이면 1 / (0.1 + 0.1125) = 약 4.7배로, 코어가 8개여도 8배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후의 흐름은 코어 수 하나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일하지 않는 회로의 클록과 전원을 끄는 저전력 설계, 큰 코어와 작은 코어를 섞는 구성, 특정 연산에 맞춘 GPU와 NPU 같은 가속기가 이어졌고, 성능의 기준도 클록 대신 전력당 성능으로 옮겨 갔습니다. 트랜지스터는 계속 늘었지만 클록이 멈췄다는 점에서, 데나드 스케일링의 종말과 무어의 법칙의 종말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데나드 시대와 이후 시대 비교 표

구분데나드 스케일링 시대이후 시대
동작 전압치수와 같은 비율로 하락1 V 안팎에서 하락 속도가 크게 둔화
문턱 전압전압과 함께 하락서브스레숄드 누설 때문에 내리기 어려움
클록 주파수세대마다 약 1.4배수 GHz대에서 정체
트랜지스터 하나의 전력세대마다 약 0.5배전압 고정, 클록 고정 가정 시 약 0.7배
전력 밀도세대가 바뀌어도 일정늘어나는 경향, 관리가 필요
성능 향상의 중심클록 상승코어 수, 구조 개선, 가속기, 전력 효율
설계의 부담상대적으로 작음저전력 기법, 전력 예산, 병렬화 소프트웨어

핵심 정리

데나드 스케일링은 치수와 전압을 같은 비율로 줄이면 전력 밀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규칙이었고, 덕분에 칩은 더 작고 빠르며 더 많이 집적되고도 뜨거워지지 않았습니다. 문턱 전압을 내리면 누설이 지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닥 때문에 전압이 내려가지 못하면서 이 계산이 어긋났습니다.

전력 밀도가 다시 늘기 시작하자 클록 경쟁은 멈추었고, 성능은 코어 수와 전문화, 전력 효율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놀이공원 비유로 돌아가면, 모터 출력을 더 줄일 수 없게 되자 놀이기구를 한꺼번에 돌릴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어떤 기구를 언제 돌릴지 정하는 설계가 중요해진 셈입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데나드 스케일링이 무엇이고 왜 끝났는지, 그 결과 프로세서 설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치수와 전압을 1/κ로 줄이면 지연이 1/κ, 트랜지스터당 전력이 1/κ², 집적도가 κ²배가 되어 전력 밀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먼저 말합니다. 전압을 더 내리려면 문턱 전압도 내려야 하는데, 서브스레숄드 누설이 지수적으로 늘고 게이트 터널링과 접합 누설까지 겹쳐 전압이 1 V 안팎에서 정체됐다고 연결합니다. 그 결과 전력 밀도가 늘어 클록이 정체되었고, 멀티코어, 이종 코어, 가속기, 저전력 설계로 방향이 바뀌었으며, 병렬화에는 암달의 법칙의 한계가 있다는 점과 무어의 법칙과는 구분된다는 점까지 덧붙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