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포저 역할, 실리콘 인터포저와 유기 인터포저 비교

인터포저 역할, 실리콘 인터포저와 유기 인터포저 비교

해외여행을 가면 콘센트 모양이 달라 휴대폰 충전기를 바로 꽂을 수 없을 때가 있죠. 이때 변환 어댑터 하나를 끼우면 해결되고, 멀티탭까지 있으면 여러 기기를 한곳에서 함께 연결할 수 있습니다. 서로 규격이 다른 두 세계를 이어 주는 중간 부품입니다.

반도체 패키지에도 이런 중간 부품이 있습니다. 미세한 단자를 가진 칩과 상대적으로 굵은 배선을 가진 패키지 기판 사이에 끼워 넣는 얇은 판, 바로 인터포저죠. 이 글에서는 인터포저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리콘으로 만든 것과 유기 재료로 만든 것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합니다.

인터포저 역할, 칩과 기판 사이의 변환 어댑터

인터포저(Interposer)는 칩과 패키지 기판 사이에 들어가 전기 신호의 길을 다시 짜 주는 배선 판입니다. 보통 트랜지스터 없이 배선만 담은 수동 부품이고, 위에는 칩이, 아래에는 기판이 붙죠. 크게 두 가지 일을 맡습니다.

첫째는 단자 간격의 변환입니다. 칩의 범프는 수십 µm 간격으로 촘촘한데, 패키지 기판은 그보다 훨씬 넓은 간격만 받아 줄 수 있죠. 둘째는 칩과 칩의 수평 연결입니다. 하나의 인터포저 위에 여러 칩을 나란히 올리고, 그 사이를 기판보다 훨씬 가는 배선 수천 가닥으로 이어 줍니다.

기판만으로는 부족해진 이유

칩 하나를 기판에 플립칩으로 붙이던 시절에는 인터포저가 꼭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GPU 옆에 HBM을 붙이거나 큰 칩을 여러 개의 칩렛으로 나누면서 상황이 바뀌었죠. 칩과 칩 사이에 오가야 할 신호선이 수천 가닥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유기 패키지 기판은 배선 폭과 간격이 상대적으로 굵어, 좁은 면적에 그만큼의 선을 깔 수 없습니다. 칩 공장의 배선 기술로 만든 판을 중간에 넣으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죠. 결국 이 시기의 인터포저 역할은 칩을 올려 두는 단순한 받침대가 아니라, 기판이 감당하지 못하는 고밀도 배선을 대신 맡는 것입니다.

실리콘 인터포저의 구조와 특징

실리콘 인터포저(Silicon Interposer)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칩 내부 배선과 같은 방식으로 구리 배선층을 만든 판입니다. 배선 폭과 간격을 1 µm 안팎이나 그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좁은 면적에 아주 많은 선을 깔 수 있죠. 위아래를 잇는 통로로는 판을 관통하는 TSV를 씁니다.

실리콘 인터포저를 쓰는 2.5D 조립 흐름

  1. 실리콘 웨이퍼에 TSV를 만들고 앞면에 미세 구리 배선층을 쌓는다.
  2. 로직 칩과 HBM을 인터포저 웨이퍼 위에 마이크로 범프로 붙이고 언더필로 채운다.
  3. 인터포저 뒷면을 갈아 TSV를 드러내고 기판 연결용 범프를 만든다.
  4. 인터포저 단위로 잘라 패키지 기판 위에 붙인다.
  5. 기판 아래에 솔더볼을 달아 메인보드와 연결할 수 있게 한다.

장점은 배선 밀도뿐이 아닙니다. 위에 놓이는 칩도 실리콘이라 열팽창 정도가 같아, 칩과 인터포저 사이의 미세한 범프에 걸리는 응력이 작죠. 또한 반도체 공장의 성숙한 노광과 식각 장비를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단점은 비용과 크기입니다. 웨이퍼 공정과 TSV가 들어가니 비싸고, 노광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면적인 레티클보다 크게 만들려면 여러 번 이어 찍는 스티칭이 필요하죠. 반도체인 실리콘은 절연체보다 신호 손실이 커서, 긴 고속 배선에는 불리한 면도 있습니다.

유기 인터포저와 RDL 인터포저

유기 인터포저(Organic Interposer)는 실리콘 대신 폴리이미드 같은 고분자 절연막과 구리 배선을 번갈아 쌓아 만듭니다. 그중 캐리어 위에 미세 재배선층을 쌓아 올려 만드는 것을 흔히 RDL 인터포저(Redistribution Layer Interposer)라고 부르죠. 업체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실리콘 웨이퍼 대신 유기 재료로 배선 판을 만든다는 점은 같습니다.

유기 인터포저는 TSV가 필요 없고 재료가 싸서 원가가 낮으며, 더 큰 면적으로 만들기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고분자 절연막은 유전율이 낮아 긴 배선에서 신호 손실이 적은 편이죠. 반면 배선 폭과 간격은 보통 수 µm 수준이라 실리콘만큼 촘촘하지 않습니다.

열팽창 특성도 다릅니다. 유기 재료는 실리콘보다 많이 늘어나 칩과의 사이에 응력이 생기고, 면적이 커질수록 휨이 문제가 되죠. 결국 같은 인터포저 역할을 하면서도 실리콘은 밀도, 유기 재료는 원가와 크기에서 강점을 갖는 셈입니다.

필요한 곳에만 실리콘을 쓰는 브리지 방식

칩 사이의 고밀도 배선이 실제로 필요한 곳은 두 칩이 맞닿는 가장자리뿐입니다. 그렇다면 인터포저 전체를 실리콘으로 만들 필요 없이, 그 부분에만 작은 실리콘 조각을 넣으면 되죠. 이것이 실리콘 브리지 방식입니다.

인텔의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는 패키지 기판 안에 작은 실리콘 브리지를 묻어 이웃한 칩의 가장자리끼리만 잇습니다. RDL 인터포저 안에 국소적인 실리콘 브리지를 넣어 큰 면적과 미세 배선을 함께 얻으려는 방식도 쓰이죠. 실리콘의 밀도와 유기 재료의 경제성을 섞은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포저 종류별 비교 표

구분실리콘 인터포저유기·RDL 인터포저실리콘 브리지
재료실리콘 웨이퍼 + 구리 배선고분자 절연막 + 구리 배선기판이나 RDL 속 작은 실리콘 조각
배선 밀도가장 높음 (1 µm 안팎 이하)중간 (수 µm 수준)브리지 구간만 높음
수직 연결TSV 필요RDL 비아, TSV 불필요브리지에는 보통 TSV 없음
크기 확장레티클 제약, 스티칭 필요대면적에 유리기판 크기를 따라 유연함
열팽창 정합칩과 잘 맞음칩과 차이, 휨 관리 필요혼합 구조라 설계가 복잡
원가높음상대적으로 낮음중간

핵심 정리

인터포저 역할은 칩의 미세한 단자 간격을 기판이 받아 줄 수 있는 간격으로 바꾸고, 여러 칩을 기판보다 훨씬 촘촘한 배선으로 나란히 잇는 것입니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배선 밀도와 열팽창 정합이 뛰어나지만 비싸고 크기에 제약이 있죠. 유기·RDL 인터포저는 원가와 대면적에서 유리하지만 배선이 굵고 휨 관리가 필요하며, 실리콘 브리지는 두 방식의 장점을 섞으려는 시도입니다.

여행용 변환 어댑터도 기기와 상황에 따라 고르듯, 인터포저 역시 칩 크기와 연결 개수, 원가 목표에 따라 재료와 구조가 갈립니다. 어떤 AI 칩이 어떤 인터포저를 썼다는 소식을 볼 때,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했는지 따져 보면 패키징 경쟁의 흐름이 보입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실리콘 인터포저와 유기(RDL) 인터포저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실리콘 브리지 방식이 등장한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실리콘 인터포저는 BEOL 수준의 미세 배선과 칩과 비슷한 열팽창계수 덕분에 고밀도 다이 간 연결에 유리하지만, TSV와 웨이퍼 공정으로 원가가 높고 레티클 크기 제약 때문에 대면적화가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유기·RDL 인터포저는 원가와 크기, 낮은 유전율에서 유리하지만 배선 폭이 수 µm 수준이고 열팽창 차이로 휨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습니다. 고밀도 배선이 실제로 필요한 곳은 칩 경계뿐이므로 그 부분에만 실리콘 브리지를 넣어 밀도와 원가를 함께 잡으려는 것이 브리지 방식의 취지라고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