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XPoint 퇴장, 기술이 앞서도 시장에서 밀린 이유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은 신품종이 나왔다고 해서 농가가 모두 갈아탈까요. 파종기와 수확 장비, 저장 창고, 유통망이 기존 작물에 맞춰져 있다면, 새 작물을 심는 일은 밭 한 뙈기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농사 전체를 바꾸는 문제가 됩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다룰 3D XPoint는 2010년대 중반에 공개되어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시장에서 물러난 메모리이고, 이 과정은 기술 자체보다 시장과 생태계가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잘 보여 줍니다.
신품종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작물은 한 해 농사를 망쳐도 다음 해에 다시 시도할 수 있지만, 메모리는 전용 공장과 소프트웨어 지원에 큰 투자가 선행되어야 해서 실패의 비용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 퇴장의 이유를 구조적으로 짚어 보는 일이 의미가 있습니다.
3D XPoint가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이를 겨냥한 이유
컴퓨터의 저장 계층에는 오래전부터 빈틈이 있었습니다. DRAM은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내용이 사라지고 용량당 비용이 높으며, 낸드는 저렴하고 데이터가 남지만 DRAM보다 응답이 훨씬 느립니다.
두 계층 사이에는 응답은 낸드보다 빠르고, 용량은 DRAM보다 크고, 전원을 꺼도 남는 메모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XPoint는 바로 이 빈틈을 채우려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소개되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처럼 큰 데이터를 자주 읽고 쓰는 서버에서는 DRAM에 다 올리기에는 비싸고 낸드에 두기에는 느려서, 이 중간 계층이 가장 큰 수요처로 꼽혔습니다.
교차점 구조와 저항 변화로 비트를 저장하는 원리
3D XPoint는 이름처럼 교차점(Crosspoint) 구조의 배열입니다. 가로로 달리는 워드 라인과 세로로 달리는 비트 라인이 격자로 교차하고, 그 교차점마다 메모리 셀이 하나씩 놓입니다. 낸드처럼 트랜지스터로 셀을 고르지 않고, 셀 안에 들어 있는 선택 소자(Selector)가 그 역할을 합니다.
교차점 구조에서 셀 하나를 읽고 쓰는 흐름 (일반적인 설명 수준)
- 고르려는 셀에 닿는 워드 라인과 비트 라인에만 전압을 걸어 교차점의 셀을 선택합니다.
- 선택 소자는 정해진 기준을 넘는 전압이 걸릴 때만 켜져서 전류가 셀을 통과하게 합니다.
- 쓰기는 전압 펄스로 저장 소재의 저항을 높은 상태나 낮은 상태로 바꿉니다.
- 읽기는 약한 전압을 걸어 흐르는 전류를 재서 저항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별합니다.
- 선택되지 않은 셀은 선택 소자가 꺼져 있어서 새는 전류가 흐르지 않습니다.
핵심은 비트를 전자의 양이 아니라 소재의 저항 상태로 저장한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상변화 메모리나 저항 변화 메모리 같은 계열과 비슷하게 분류되곤 합니다. 다만 정확한 소재와 동작 세부는 제조사가 모두 공개하지 않았고, 외부 분석에서는 칼코게나이드 계열 소재가 거론되었습니다.
낸드와 가장 큰 차이는 쓰는 방식입니다. 낸드는 페이지 단위로 쓰고 블록 단위로 지우며 덮어쓸 수 없지만, XPoint는 소거 단계 없이 셀 단위로 저항 상태를 바꾸는 방식으로 설명됩니다. 그래서 가비지 컬렉션 같은 뒷정리 작업의 부담이 낸드보다 훨씬 작고, 지연 시간이 일정하다는 장점으로 이어졌습니다.
DRAM과 낸드 사이의 자리와 두 가지 제품 형태
XPoint는 응답 시간이 DRAM보다는 느리고 낸드보다는 훨씬 빠르며, 반복해서 쓸 수 있는 횟수도 낸드보다 훨씬 많은 쪽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용량당 비용 역시 DRAM과 낸드의 중간으로 자리를 잡으려 했습니다.
제품은 크게 두 가지 모양이었습니다. 하나는 NVMe 인터페이스를 쓰는 SSD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DRAM이 꽂히는 모듈 슬롯에 꽂아 메모리처럼 바이트 단위로 접근하는 모듈 형태입니다.
모듈 형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메모리를 메모리 버스로 직접 읽고 쓰게 해 주는, 이른바 영속 메모리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이 모듈은 이를 지원하는 특정 플랫폼에서만 쓸 수 있었고, 이 점이 뒤에서 볼 생태계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흔한 기대 하나를 짚어 두겠습니다. XPoint는 DRAM을 대체한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응답 시간과 용량당 비용에서 DRAM과는 다른 자리를 노린 메모리였고, 오히려 DRAM과 함께 쓰는 구성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시장에서 물러난 배경으로 분석되는 요인들
3D XPoint 공급사들은 이후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 곳은 CXL 중심으로 방향을 옮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러난 이유는 하나로 정리되지 않으며, 아래 요인들이 겹친 결과로 분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는 비용 구조입니다. 중간 계층이 되려면 낸드보다 비싼 값을 정당화할 만큼의 성능 이득이 있어야 하고, DRAM보다 확실히 싸야 합니다. 그런데 생산량이 낸드나 DRAM에 비해 훨씬 작아서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낮추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둘째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부담입니다. 바이트 단위의 영속 메모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애플리케이션이 이를 인식하도록 고쳐야 하고, 모듈 형태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었습니다. 도입하는 쪽의 비용이 컸던 셈입니다.
셋째는 주변 기술의 발전입니다. NVMe 낸드 SSD의 속도와 용량이 계속 개선되고, DRAM으로 메모리를 늘리거나 CXL처럼 메모리를 확장하는 새로운 방법이 나오면서, 중간 계층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해석입니다.
중간 계층의 값어치를 가상 계산으로 따져 보기
아래는 중간 계층이 왜 가격의 압박을 받는지 보여 주는 단순한 가상 계산입니다.
가상 계산 예시, 구성별 상대 비용실제 가격이 아니라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용량당 상대 비용을 낸드 1, XPoint 3, DRAM 10으로 두고, 1 TB를 1,000 GB로 단순화하며, 다루려는 데이터가 1,000 GB라고 둡니다.
- 구성 A, DRAM만 1,000 GB: 1,000 × 10 = 10,000
- 구성 B, DRAM 128 GB와 XPoint 872 GB: 128 × 10 + 872 × 3 = 1,280 + 2,616 = 3,896
- 구성 C, DRAM 128 GB와 낸드 872 GB: 128 × 10 + 872 × 1 = 1,280 + 872 = 2,152
B는 A의 약 39% 비용으로 비슷한 용량을 확보하지만, C보다는 3,896 ÷ 2,152 ≈ 1.8배 비쌉니다. 워크로드가 C의 느린 응답을 감수할 수 있다면 B를 선택할 이유가 약해집니다.
이 계산이 보여 주는 것은 중간 계층의 처지입니다. A와 비교하면 싸고 C와 비교하면 비싸므로, 성능 이득이 C의 약 1.8배 비용을 정당화하는 워크로드가 충분히 많아야 생산량이 늘고 단가가 내려가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이 선순환이 시작되기 전에 낸드 쪽 성능이 올라가면 정당화해야 할 격차가 줄어들고, 격차가 줄면 수요가 좁아지며 단가는 내려가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첫 번째 교훈은 기술 성능이 앞서면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이 틀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성능과 함께 비용 곡선과 생산 규모, 도입하는 쪽이 감당해야 할 전환 비용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계층을 만드는 일의 어려움입니다. 계층 하나가 자리를 잡으려면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운영체제, 라이브러리,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움직여야 하고, 이 협조를 얻는 비용이 기술 개발 비용만큼 큽니다.
세 번째는 인접 기술의 진화 속도입니다. 새 기술이 개발되는 동안 기존 기술도 계속 개선되어, 공개 당시의 격차가 출시 때는 좁아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XPoint가 사라졌으니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이의 빈틈 문제도 끝났다고 보면 곤란합니다. 이 빈틈은 여전히 존재하고, 지금은 CXL로 메모리를 늘리는 방법이나 더 크고 빨라진 SSD처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DRAM과 XPoint와 낸드 비교 표
| 구분 | DRAM | XPoint | 낸드 플래시 |
|---|---|---|---|
| 저장 방식 | 커패시터의 전하 | 저항 상태 변화(교차점 구조) | 플로팅 게이트나 전하 트랩의 전하 |
| 전원이 꺼지면 | 내용이 사라짐 | 내용이 유지됨 | 내용이 유지됨 |
| 쓰기 방식 | 셀 단위로 덮어씀 | 소거 없이 셀 단위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설명됨 | 페이지 단위로 쓰고 블록 단위로 지움 |
| 응답과 비용 위치 | 가장 빠르고 용량당 비용이 높음 | 중간 지점을 노린 계층 | 상대적으로 느리고 용량당 비용이 낮음 |
| 시장에서의 부담 | 용량 확장과 비용 | 생산 규모, 소프트웨어 지원, 특정 플랫폼 종속 | 뒷정리 작업에 따른 지연 변동 |
| 놓치기 쉬운 점 | 기술이 앞서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생각과 XPoint가 DRAM을 대체한다는 생각에 주의합니다. | ||
핵심 정리
3D XPoint는 교차점 구조와 저항 상태 변화로 비트를 저장하며, 소거 없이 셀 단위로 쓸 수 있어 DRAM과 낸드 사이의 빈틈을 노린 비휘발성 메모리였습니다. 하지만 생산 규모와 비용, 소프트웨어 지원, 특정 플랫폼 종속, 인접 기술의 발전이 겹치면서 시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좋은 신품종이 있어도 농사 전체의 장비와 유통이 따라 주지 않으면 퍼지지 못하듯, 메모리도 성능만으로는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이 사례에서 가져갈 것은 비용 곡선과 생태계를 함께 보는 시각과, 중간 계층의 빈틈이라는 문제의식이 다른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기술적으로 장점이 분명했던 새로운 메모리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할 수 있는 이유를, XPoint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XPoint가 DRAM과 낸드 사이의 빈틈을 겨냥한 비휘발성 메모리였고, 교차점 구조와 저항 상태 변화로 소거 없이 셀 단위 쓰기가 가능했다는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중간 계층은 낸드보다 비싸고 DRAM보다 싸야 해서 성능 이득이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많은 수요가 있어야 생산 규모가 커진다는 점을 연결합니다. 소프트웨어 수정과 특정 플랫폼 종속이라는 도입 부담, 낸드와 DRAM, CXL 같은 인접 기술의 발전으로 격차가 좁아졌다는 점, 빈틈의 문제의식 자체는 다른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까지 덧붙이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