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모픽 칩과 양자컴퓨터, 미래 반도체를 읽는 기준

뉴로모픽 칩과 양자컴퓨터, 미래 반도체를 읽는 기준

큰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는 일을 떠올려 보세요. 정작 글을 읽는 시간보다 서고에서 책을 꺼내 열람실까지 나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책이 많아질수록 사서는 더 바빠지지만, 읽는 속도는 그만큼 빨라지지 않죠.

지금의 컴퓨터가 겪는 한계가 이와 비슷합니다. 이 한계를 다른 방식으로 푸는 시도 가운데, 뇌의 구조에서 힌트를 얻은 뉴로모픽 칩과 완전히 다른 물리 법칙을 쓰는 양자컴퓨터를 개념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두 기술 모두 아직 연구와 초기 개발 단계에 있다는 점을 먼저 밝혀 둡니다.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폰 노이만 병목

오늘날 대부분의 컴퓨터는 계산을 하는 프로세서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분리된 구조입니다. 이를 폰 노이만 구조라고 부릅니다. 계산할 때마다 데이터를 메모리에서 프로세서로 가져오고 결과를 다시 돌려보내야 하죠.

도서관에 비유하면 서고가 메모리, 열람실이 프로세서입니다. 프로세서의 계산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의 속도와 에너지가 따라가지 못하면 전체 성능이 그 통로에 묶이는데, 이를 폰 노이만 병목(von Neumann bottleneck)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반복해서 읽는 연산일수록 이 병목은 두드러집니다.

다만 비유와 실제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도서관의 책은 한 번 읽고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되지만, 실제 컴퓨터는 캐시처럼 가까운 곳에 자주 쓰는 데이터를 두는 등 병목을 줄이는 여러 장치를 이미 갖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PIM 메모리도 같은 병목을 줄이려는 접근 중 하나입니다.

뉴로모픽 칩은 뇌의 방식을 어떻게 빌리는가

뉴로모픽 칩은 뇌의 신경세포(뉴런)와 연결부(시냅스)의 동작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설계한 반도체를 말합니다. 뇌에서는 기억과 계산이 같은 구조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기억을 따로 두고 데이터를 나르는 구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뇌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원리를 공학적으로 가져오는 것이라서, 어디까지나 뇌에서 영감을 얻은 설계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스파이킹 신경망: 필요할 때만 신호를 보낸다

스파이킹 신경망(SNN, Spiking Neural Network)은 뉴런이 입력을 일정 수준 이상 받았을 때만 짧은 전기 신호(스파이크)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정보를 다룹니다. 일반적인 인공신경망이 모든 뉴런을 매번 계산하는 것과 달리, 신호가 있을 때만 계산이 일어나는 이벤트 기반 구조입니다.

입력에 변화가 적은 상황에서는 계산할 일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력을 아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기대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구조에 맞는 학습 방법이 기존 신경망만큼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인메모리 컴퓨팅: 저장하는 곳에서 계산한다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은 데이터를 프로세서로 옮기지 않고 메모리 소자가 있는 자리에서 직접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시냅스의 세기에 해당하는 값을 저항이 변하는 메모리 소자에 저장해 두고, 이 소자들을 격자 모양으로 배열한 뒤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합쳐져 곱셈과 덧셈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원리를 활용합니다. 옴의 법칙과 전류의 합이라는 기본 물리가 계산을 대신하는 셈이죠.

이 방식은 신경망의 핵심 연산인 곱셈과 누적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주목받습니다. 반면 소자마다 저항 값이 조금씩 달라지는 편차, 값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문제, 정밀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실용화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뉴로모픽 칩은 아직 특정한 용도의 연구와 시제품 단계에 가깝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무엇이 다른가

기존 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비트는 0 아니면 1입니다.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상태가 확률 진폭으로 겹쳐 있는 중첩 상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측정하는 순간에는 둘 중 하나의 값으로 결정되며, 어떤 확률로 어느 값이 나오는지가 중첩 상태에 담겨 있습니다.

두 번째 핵심은 얽힘입니다. 여러 큐비트가 서로 상관관계로 묶이면 개별 큐비트가 아니라 전체를 하나의 상태로 다뤄야 합니다. 양자 알고리즘은 이 중첩과 얽힘, 그리고 확률 진폭이 서로 강화하거나 상쇄되는 간섭 현상을 이용해, 정답이 나올 확률은 키우고 오답이 나올 확률은 줄이도록 설계됩니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모든 계산이 아니라 특정 종류의 문제에서 이점이 기대됩니다. 큰 수의 소인수분해를 다루는 쇼어(Shor) 알고리즘이나 분자와 물질의 양자 현상을 모사하는 시뮬레이션이 대표적인 후보로 거론됩니다. 일상에서 쓰는 문서 작성이나 웹 검색을 더 빠르게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반도체 공정과 만나는 지점

양자컴퓨터는 이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드웨어를 만드는 문제이고, 여기서 반도체 공정이 등장합니다.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중 반도체와 접점이 큰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초전도 큐비트입니다.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막을 끼운 조셉슨 접합이라는 소자를 이용하며, 이 소자를 웨이퍼 위에 박막 증착과 패터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 기술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동작하려면 절대영도에 가까운 수십 mK 수준의 극저온이 필요해서, 희석 냉동기 같은 특수 설비 안에서 운용합니다.

다른 하나는 스핀 큐비트입니다. 실리콘 안에 만든 아주 작은 영역(양자점)에 전자를 가두고 전자의 스핀 상태를 큐비트로 쓰는 방식으로, 실리콘 기반이라 기존 CMOS 공정과 함께 만들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큐비트가 극도로 작고 민감해서 제작 편차를 줄이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두 방식 모두에서 큐비트가 많아질수록 큐비트를 제어하고 읽는 전자회로가 문제가 됩니다. 큐비트는 극저온에 있는데 제어 장비는 상온에 있다면 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극저온에서 동작하는 제어 회로(Cryo-CMOS)를 큐비트 가까이에 두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큐비트는 외부 잡음에 쉽게 상태가 흐트러지므로, 여러 물리 큐비트를 묶어 오류를 바로잡는 오류 정정 기술이 필수로 여겨집니다. 이 때문에 쓸 만한 규모의 양자컴퓨터까지는 상당한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두 기술에 대한 흔한 오해

가장 흔한 오해는 양자컴퓨터는 모든 경우를 동시에 계산하므로 모든 일이 빨라진다는 생각입니다. 중첩 상태를 만든다고 해서 모든 답을 한꺼번에 꺼낼 수는 없고, 측정하면 하나의 결과만 얻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간섭을 잘 설계해야 이점이 생깁니다.

두 번째는 뉴로모픽 칩이 사람의 뇌를 복제한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현재의 구현은 뇌에서 영감을 얻은 단순화된 모델이어서, 뇌의 복잡성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두 기술이 곧 CPU와 GPU를 대체한다는 기대입니다. 현재로서는 범용 컴퓨터를 대체하기보다, 각자 잘하는 특정 문제에서 기존 컴퓨터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용화 시기나 성능을 단정하는 주장은 경계해서 읽는 편이 좋습니다.

세 가지 컴퓨팅 방식 비교 표

구분기존 컴퓨터(CPU, GPU)뉴로모픽양자컴퓨터
정보의 단위0 또는 1의 비트뉴런의 스파이크와 시냅스 값중첩 상태의 큐비트
핵심 아이디어프로세서와 메모리를 분리해 순서대로 처리저장과 계산을 가까이 두고 이벤트 기반으로 동작중첩, 얽힘, 간섭으로 정답 확률을 키움
잘하는 일범용 연산 전반저전력 패턴 인식 같은 특정 신경망 연산소인수분해, 양자 시뮬레이션 같은 특정 문제
반도체와의 접점CMOS 공정이 기반저항 변화 메모리 소자와 격자 배열초전도 큐비트, 실리콘 스핀 큐비트, 극저온 제어 회로
현재 단계성숙한 상용 기술연구와 초기 시제품 중심연구와 초기 개발 중심
남은 과제데이터 이동에 따른 성능과 전력의 한계소자 편차, 학습 방법, 소프트웨어 환경오류 정정, 극저온 설비, 제작 균일성

핵심 정리

도서관에서 책을 나르는 시간이 읽는 시간을 앞지르는 것이 폰 노이만 병목이라면, 뉴로모픽 칩은 서고와 열람실의 거리를 줄이려는 시도이고 양자컴퓨터는 읽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둘 다 반도체 공정과 깊이 맞닿아 있지만 아직 연구와 초기 단계이며, 범용 컴퓨터를 대체하는 기술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새로운 기술 뉴스를 접할 때는 이 기술이 어떤 한계를 풀려는지, 어떤 문제에서 이점이 있는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차례로 확인해 보세요. 화려한 성능 수치보다 이 세 질문이 판단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폰 노이만 병목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인메모리 컴퓨팅이 이를 어떻게 줄이려 하는지 말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분리된 구조에서는 계산할 때마다 데이터를 오가야 하므로 데이터 이동이 성능과 전력의 한계가 된다고 정의합니다. 인메모리 컴퓨팅은 저항 변화 메모리 소자 같은 곳에 값을 저장해 두고 그 자리에서 곱셈과 누적을 수행해 이동을 줄인다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소자 편차와 정밀도 같은 한계가 있고 아직 특정 용도의 연구 단계라는 점까지 밝히면 과장 없는 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