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V 화합물 반도체, RF와 광 소자에 쓰이는 이유
카드 게임에서 덱을 짤 때는 모든 칸을 같은 종류의 카드로 채우지 않습니다. 기본 카드로 안정적으로 굴리다가 승부처에서 쓸 특수 카드를 몇 장 섞죠. 특수 카드는 구하기 어렵고 많이 넣으면 오히려 덱 운영이 무거워집니다.
III-V 화합물 반도체가 반도체라는 덱에서 맡는 자리가 바로 이 특수 카드입니다. 실리콘이 못하는 일, 곧 빛을 직접 내고 아주 높은 주파수 신호를 빠르게 다루는 일에 쓰입니다. 카드는 필요할 때 손에서 꺼내 놓으면 되지만, 반도체에서는 서로 다른 결정 재료를 한 칩이나 한 모듈 안에서 어떻게 함께 쓰느냐가 기술적인 숙제라는 점이 다릅니다.
III-V 화합물 반도체란, 13족과 15족의 조합
이름의 III과 V는 주기율표의 족 번호입니다. 지금은 13족과 15족이라고 쓰지만 예전 표기인 III족과 V족이 관용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갈륨(Ga)이나 인듐(In) 같은 13족 원소와 비소(As)나 인(P) 같은 15족 원소가 1 : 1로 결합한 것이 III-V 화합물 반도체(III-V Compound Semiconductor)입니다.
13족은 가전자가 3개, 15족은 5개여서 한 쌍이 평균 4개의 가전자를 내므로, 가전자 4개인 실리콘과 비슷한 결정 구조로 안정되게 이어집니다. 다만 두 원소가 전자를 끄는 정도가 달라 결합에 약간 이온성이 섞입니다. 이 차이가 실리콘에는 없는 광학적, 전기적 성질을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두 원소를 섞은 합금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GaAs에 알루미늄을 섞은 AlGaAs, InP 위에 맞추는 InGaAs나 InGaAsP가 그렇습니다. 조성을 바꿔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III-V의 큰 장점입니다.
직접 밴드갭, 빛을 내는 소자의 출발점
빛을 내려면 전도대의 전자가 가전자대의 정공과 만나 에너지를 광자로 내놓아야 합니다. 이때 전자와 정공의 운동량이 비슷하면 광자 하나만으로 에너지와 운동량을 맞출 수 있는데, 이런 구조를 직접 밴드갭(Direct Bandgap)이라 합니다.
실리콘은 간접 밴드갭이라 재결합할 때 격자 진동까지 함께 관여해야 해서 빛이 나올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GaAs와 InP는 직접 밴드갭이므로 발광과 흡수가 효율적이고, 그래서 레이저와 광검출에 쓰입니다.
가상 계산 예시, 밴드갭과 파장방출 파장(µm)은 대략 1.24를 밴드갭(eV)으로 나눈 값입니다. GaAs의 밴드갭을 약 1.42 eV로 보면 1.24 ÷ 1.42 ≈ 0.87 µm, 곧 약 870 nm의 근적외선입니다.
InP는 약 1.35 eV로 1.24 ÷ 1.35 ≈ 0.92 µm이고, InP 기판에 맞춘 InGaAs의 밴드갭을 약 0.75 eV로 보면 1.24 ÷ 0.75 ≈ 1.65 µm입니다. 광통신 파장인 1.3~1.55 µm는 이 합금의 조성으로 맞춥니다.
높은 전자 이동도와 헤테로접합
GaAs 같은 재료는 전자의 유효 질량이 작아 같은 전기장에서 전자가 더 빨리 움직입니다. 전자 이동도는 실리콘보다 대략 수 배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자가 빨리 움직이면 소자가 높은 주파수에서도 이득을 낼 수 있습니다.
이 장점을 더 끌어올리는 기술이 헤테로접합(Heterojunction)입니다. 밴드갭이 다른 두 재료를 같은 결정 위에 이어 붙이는 것인데, GaAs와 AlGaAs처럼 격자 상수가 거의 같은 짝은 결함 없이 층층이 쌓을 수 있어 가능합니다. 이렇게 격자를 맞춰 단결정 위에 결정을 쌓는 공정이 에피택시입니다.
밴드갭이 다른 층을 쌓으면 접합 면에서 에너지 띠가 휘어, 전자나 정공을 원하는 곳에 가두거나 반대로 못 넘어가게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띠의 높낮이 차이를 설계 도구로 쓰는 것이 헤테로접합 소자의 핵심입니다.
RF 응용, HBT와 HEMT
HBT(Heterojunction Bipolar Transistor, 이종접합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는 이미터의 밴드갭을 베이스보다 넓게 만든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입니다. 베이스에서 이미터로 정공이 거꾸로 주입되는 것이 띠 차이 때문에 억제됩니다. 덕분에 베이스를 짙게 도핑해 저항을 낮추고도 전류 이득을 유지해 고주파 특성이 좋아집니다.
GaAs계 HBT는 높은 출력을 내야 하는 전력 증폭기에서 대표적으로 쓰여 왔습니다. 무선 단말이 안테나로 신호를 내보낼 때 마지막에 힘을 실어 주는 부분이 이 증폭기입니다.
HEMT(High-Electron-Mobility Transistor,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는 다른 방법으로 이동도를 끌어올립니다. 밴드갭이 넓은 층에만 불순물을 넣고 좁은 층의 채널에는 넣지 않으면, 전자가 불순물에서 떨어져 나와 채널의 좁은 영역에 모입니다. 이 얇은 전자 층을 2DEG(2-Dimensional Electron Gas, 2차원 전자 가스)라 하며, 불순물 산란이 줄어 전자가 매우 빠르게 움직입니다.
GaAs계 HEMT의 에피층 쌓는 순서(개략)
- GaAs 기판 위에 결정 결함을 줄이는 버퍼층을 성장시킵니다.
- 불순물을 넣지 않은 GaAs 채널층을 성장시킵니다.
- 채널과 도핑층 사이에 불순물을 넣지 않은 얇은 AlGaAs 스페이서층을 둡니다.
- 불순물을 넣은 AlGaAs 층을 성장시켜 전자를 공급하게 합니다.
- 맨 위에 접촉을 돕는 캡층을 올리고, 그 뒤에 게이트와 소스, 드레인 전극을 만듭니다.
채널의 전자가 불순물을 만나지 않으므로 잡음이 낮고 주파수가 높은 영역에서 좋은 이득을 얻습니다. 이런 이유로 위성이나 레이더, 이동통신 수신 쪽의 저잡음 증폭기에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원리를 질화갈륨에 적용한 구조가 GaN HEMT인데, 이는 별도의 글에서 다뤘습니다.
광 응용, 레이저와 광검출
광 소자에서 III-V의 역할은 빛을 만드는 쪽과 받는 쪽으로 나뉩니다. 850 nm 부근의 단거리 광통신에는 GaAs계 VCSEL이, 1.3~1.55 µm의 장거리 광통신에는 InP 기판 위에서 조성을 맞춘 InGaAsP계 레이저가 널리 쓰입니다. 수신 쪽의 InGaAs 포토다이오드는 실리콘이 흡수하지 못하는 긴 파장의 빛을 읽습니다.
발광과 수광의 양쪽에서 활성층의 밴드갭을 조성으로 정한다는 점이 공통입니다. 파장을 바꾸고 싶으면 원소의 비율을 바꾸면 됩니다. 다만 InP 기판에 격자를 맞출 수 있는 조성에는 한계가 있어 설계의 자유도가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이 밖에도 III-V는 태양전지의 다접합 구조에 쓰이는 재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밴드갭의 층을 겹쳐 파장대별로 나눠 흡수하는 방식이 헤테로접합과 같은 발상입니다.
실리콘과의 보완 관계
그렇다면 모든 것을 III-V로 만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리콘은 큰 웨이퍼를 쓸 수 있고 산화막이 안정적이며 열을 잘 빼내고, 무엇보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CMOS로 집적하는 공정 인프라가 두텁습니다.
III-V는 웨이퍼가 상대적으로 작고 깨지기 쉬우며 열전도도가 실리콘보다 낮고, 비용이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정공 이동도는 전자만큼 높지 않아 P형 소자 성능이 떨어지므로 CMOS 방식의 대규모 로직을 구성하기에도 불리합니다.
III-V가 실리콘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직접 밴드갭과 높은 전자 이동도가 필요한 곳에는 III-V, 대규모 집적과 비용이 중요한 곳에는 실리콘으로 역할이 나뉩니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III-V로 만들어 실리콘 위나 옆에 붙이는 이종 집적이 계속 연구되고 적용됩니다.
가상 계산 예시, 열 때문에 생기는 제약열전도도가 실리콘의 약 3분의 1인 재료로 같은 전력 밀도의 소자를 만든다고 가정합니다. 칩 아래로 열이 빠지는 길의 두께와 면적이 같다면, 발열에 따른 온도 상승은 이론상 약 3배가 됩니다.
그래서 III-V 소자는 기판을 얇게 갈아 내거나 방열 경로를 별도로 설계해 이 차이를 줄입니다. 열은 성능과 수명을 모두 좌우하는 설계 변수입니다.
실리콘과 GaAs와 InP 비교 표
| 구분 | 실리콘 | GaAs | InP |
|---|---|---|---|
| 밴드갭 종류 | 간접(발광 효율이 매우 낮음) | 직접 | 직접 |
| 전자 이동도 | 기준 | 대략 수 배 높음 | 높음 |
| 대표 RF 소자 | CMOS 로직과 RF 회로 | HBT 전력 증폭기, pHEMT 스위치와 저잡음 증폭기 | 고주파 HEMT, HBT |
| 대표 광 소자 | 이미지 센서의 포토다이오드, 단거리 수광 | 850 nm 부근 VCSEL과 LED | 1.3~1.55 µm 레이저, InGaAs 광검출기의 기판 |
| 웨이퍼와 집적 | 큰 웨이퍼, 대규모 집적에 최적 | 상대적으로 작고 깨지기 쉬움 | 상대적으로 작고 깨지기 쉬움 |
| 열 특성 | 열전도도가 높은 편 | 열전도도가 낮아 방열 설계 필요 | 열전도도가 낮은 편 |
핵심 정리
III-V 화합물 반도체의 강점은 직접 밴드갭으로 빛을 효율적으로 내고 받으며, 높은 전자 이동도와 헤테로접합으로 높은 주파수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RF에서는 HBT와 HEMT가, 광에서는 GaAs계와 InP계의 레이저와 광검출기가 각자의 파장과 주파수 영역을 맡습니다. 다만 웨이퍼 크기와 열, 정공 이동도의 한계 때문에 실리콘을 대신하기보다 보완하는 관계로 쓰입니다.
카드 덱으로 돌아가면, 실리콘이 덱의 대부분을 채우는 기본 카드라면 III-V는 승부처에서 한 장씩 쓰는 특수 카드입니다. 새로운 소자를 접할 때는 그 소자가 직접 밴드갭이나 높은 이동도 중 무엇을 이용하는지 먼저 물어보면 이해가 빨라집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실리콘이 아닌 III-V 화합물 반도체로 레이저와 고주파 소자를 만드는 이유를 물성 관점에서 설명하고, 그럼에도 실리콘이 주류인 이유를 말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직접 밴드갭이라 전자와 정공의 재결합이 광자 방출로 이어지기 쉬워 레이저와 광검출에 유리하고, 합금 조성으로 밴드갭과 파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으로 시작합니다. 전자 이동도가 높고 헤테로접합으로 HBT와 HEMT처럼 고주파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연결합니다. 실리콘은 큰 웨이퍼, 안정적인 산화막, 높은 열전도도, 성숙한 CMOS 집적 공정과 낮은 비용에서 앞서고 III-V는 정공 이동도와 열 문제가 있어, 필요한 부분만 III-V로 쓰고 실리콘과 이종 집적한다는 보완 관계까지 덧붙이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