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어 도치, 형용사와 분사가 문장 앞에 서는 조건
편의점 냉장고에 붙은 광고 문구를 떠올려 보세요. “새로 나온, 더 시원해진 여름 한정 레몬에이드.” 상품 이름보다 ‘새로 나온’, ‘더 시원해진’ 같은 꾸밈말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상품 이름은 맨 마지막에 크게 적혀 있죠.
영어에도 상태를 나타내는 말을 먼저 내세우고 주인공을 뒤에 두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보어 도치죠. 오늘은 형용사나 분사 보어가 문장 앞에 나갈 때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조건이 필요한지를 살펴봅니다.
앞으로 꺼냈지만 어순이 어긋난 보어
보어를 앞으로 꺼내기만 하고 나머지 어순을 손대지 않으면 문장이 어긋납니다. 반대로 어순은 제대로 바꿨는데 주어가 너무 가벼워도 어색해지죠.
틀린 문장Gone the days are when we could play outside until dark. (틀림)
어색한 문장Interesting was the book. (어색함)
첫 문장은 보어 Gone을 앞에 세웠지만 주어 the days와 동사 are의 순서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 바람에 the days를 꾸미는 when절이 동사 뒤로 떨어져 나가, 무엇이 사라졌다는 말인지 뼈대가 흐트러졌죠.
두 번째 문장은 어순은 바뀌었지만 주어가 the book 두 단어뿐입니다. 굳이 보어를 앞세울 이유가 없으니, 원어민에게는 The book was interesting.이 훨씬 자연스럽게 들리죠.
보어 도치가 성립하는 세 가지 조건
보어 도치는 ‘주어 + be동사 + 보어’에서 보어를 맨 앞으로 옮기고 주어와 동사의 자리를 맞바꾼 구조입니다. 형태는 ‘보어 + be동사 + 주어’가 되죠. 이 어순이 자연스러우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원래 문장과 도치 문장Those who help others without expecting anything in return are happy.
→ Happy are those who help others without expecting anything in return.
The days when a phone was just a phone are gone.
→ Gone are the days when a phone was just a phone.
“행복하다. (누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돕는 사람들이.” 우리말로 옮겨도 ‘행복하다’가 먼저 나오고 그 주인공이 뒤따릅니다. 듣는 사람은 결론부터 듣고, 그것이 누구 이야기인지는 뒤에서 확인하죠.
첫째, 동사는 be동사
이 구문의 동사는 거의 언제나 be동사입니다. 보어는 be동사와 짝을 이뤄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라, be동사가 보어와 주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부정어 도치처럼 do를 새로 꺼내지도 않습니다. be동사가 그대로 주어 앞으로 자리를 옮길 뿐이죠.
둘째, 주어는 길고 새로운 정보
영어는 길고 무거운 정보를 문장 끝에 두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문미 비중(End-weight) 원칙이라고 합니다. 위 예문의 주어 those who help others without expecting anything in return은 아홉 단어나 되죠.
이 긴 주어를 앞에 두면 동사 are가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짧은 보어를 앞에 세우고 긴 주어를 뒤로 보내 문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죠.
셋째, 대명사 주어는 도치하지 않는다
주어가 he, they, it 같은 대명사면 보어를 앞세워도 주어와 동사를 맞바꾸지 않습니다. 대명사는 짧고 이미 아는 대상을 가리키니, 문장 끝에 둘 만한 무게가 없기 때문이죠.
대명사 주어와 함께 보어를 앞에 세우고 싶다면 Rich he may be, but happy he is not.처럼 주어와 동사의 순서를 그대로 둡니다. ‘부자일지는 몰라도 행복하지는 않다’처럼 두 보어를 대조할 때 쓰는 형태죠.
분사와 비교급 보어도 같은 원리로
형용사 대신 분사가 보어 자리에 있을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비교급 형용사가 보어일 때도 마찬가지죠.
분사 보어가 앞으로 갈 때
이메일이나 공문에서 첨부 파일이나 동봉한 물건을 알릴 때 이 구조를 자주 씁니다. 이야기 속에서 인물을 처음 등장시킬 때도 보이죠.
분사 보어가 앞에 선 문장Attached is a copy of the signed contract.
Enclosed are two tickets for Saturday’s concert.
Standing at the gate was a tall man in a gray coat.
“첨부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서명된 계약서 사본이.” 원래 문장 A copy of the signed contract is attached.에서 과거분사 Attached를 앞으로 꺼낸 것이죠.
세 번째 문장은 진행형 문장 A tall man in a gray coat was standing at the gate.에서 현재분사구 전체가 앞으로 나간 경우입니다. 문 앞의 장면을 먼저 보여 주고, 그곳에 서 있던 인물을 마지막에 소개하는 효과가 있죠.
비교급 보어가 앞으로 갈 때
수능 지문에서는 More important, Even more surprising, Equally important처럼 비교급 보어가 문장 맨 앞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 문장과 견주며 다음 내용을 소개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죠.
비교급 보어가 앞에 선 문장More important is the question of how we use the time we have.
Even more surprising was the reaction of the audience.
두 문장 모두 짧은 비교급 보어가 앞 문맥을 이어 받고, 새로운 정보인 긴 주어가 끝에 놓입니다. 이 어순은 강조 장치이면서, 이미 말한 내용과 새 내용을 매끄럽게 잇는 정보 배열 장치이기도 하죠.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경우
첫째, 대명사 주어까지 도치하는 경우입니다. 이메일 끝에서 첨부 파일을 언급할 때 이 실수가 특히 잦죠.
대명사 주어를 도치한 문장Attached is it. (틀림)
I have attached it. / Attached is the file you requested.
둘째, 동사의 수를 앞에 나온 보어에 맞추는 경우입니다. 도치된 문장에서도 동사의 수는 뒤에 오는 주어가 정하죠.
수일치를 놓친 문장Attached is the files you requested. (틀림)
Attached are the files you requested.
Happy is the person who has true friends. (단수 주어)
셋째, 앞에 나간 보어를 부사로 바꾸는 경우입니다. 문장 맨 앞이라 부사 자리처럼 보이지만, 원래 be동사 뒤의 보어 자리에서 온 말이니 형용사를 써야 하죠.
보어를 부사로 쓴 문장Happily are those who help others. (틀림)
Happy are those who help others.
어법 문제에서 문장 맨 앞의 형용사와 부사를 고르라고 하면, 바로 뒤에 be동사가 오는지부터 확인하세요. be동사가 이어지면 그 말은 보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어 도치 조건 비교 표
| 구분 | 원래 어순 | 도치 어순 | 판단 |
|---|---|---|---|
| 형용사 보어 | Those who help others are happy. | Happy are those who help others. | 자연스러움 |
| 과거분사 보어 | The files you requested are attached. | Attached are the files you requested. | 자연스러움 |
| 현재분사 보어 | A tall man was standing at the gate. | Standing at the gate was a tall man. | 자연스러움 |
| 비교급 보어 | The reaction of the audience was even more surprising. | Even more surprising was the reaction of the audience. | 자연스러움 |
| 대명사 주어 | It is attached. | Attached is it. | 틀림 |
| 짧은 명사 주어 | The book was interesting. | Interesting was the book. | 어색함 |
핵심 정리
보어 도치는 ‘보어 + be동사 + 주어’ 어순으로, 짧은 형용사나 분사 보어를 앞에 세우고 길고 새로운 주어를 문장 끝에 두는 구문입니다. 동사는 be동사, 주어는 충분히 긴 명사구여야 하고, 대명사 주어는 도치하지 않죠.
광고 문구가 ‘새로 나온’을 앞세우고 상품 이름을 마지막에 크게 쓰듯, 이 구문도 결론을 먼저 보여 주고 주인공을 뒤에 등장시킵니다. 독해에서 형용사나 분사로 시작해 곧바로 be동사가 이어지는 문장을 만나면, be동사 뒤의 명사구를 끝까지 묶어 주어로 읽고 동사의 수도 그 주어에 맞는지 확인하세요.
예상 문제
문제. 다음 중 어법상 틀린 문장을 고르시오. (고2 어법)① Gone are the days when letters took weeks to arrive.
② Attached are the documents you asked for.
③ Happy are those who find joy in small things.
④ Enclosed is it for your reference.
⑤ More important is the question of who will pay for the repairs.
[해설] 보어 도치는 주어가 길고 새로운 명사구일 때 쓰고, 대명사 주어는 도치하지 않습니다. ④는 대명사 it을 동사 뒤로 보냈으므로 It is enclosed for your reference.처럼 써야 합니다. ①, ②, ③, ⑤는 모두 긴 명사 주어에 be동사의 수를 맞춘 바른 문장입니다.
[정답] 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