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순, 동사가 먼저 나오는 문장을 읽는 원리

영어 어순, 동사가 먼저 나오는 문장을 읽는 원리

가구 조립 설명서를 떠올려 보세요. 우리말 설명서는 “긴 나사를 B 구멍에 끼우세요”처럼 재료와 위치를 먼저 말하고 동작은 맨 끝에 둡니다. 영어 설명서는 “Insert the long screw into hole B.”처럼 끼우라는 동작부터 말하고 재료와 위치를 뒤에 붙이죠.

같은 조립 과정인데 설명하는 순서가 정반대입니다. 이 차이가 바로 영어 어순과 한국어 어순의 차이이고, 우리가 영어를 읽고 쓸 때 겪는 불편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두 언어의 순서가 왜 다른지, 그 차이가 공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어 순서로 조립한 영어 문장

영어를 처음 배울 때는 머릿속에서 우리말 문장을 만든 뒤 단어만 영어로 바꿔 끼우기 쉽습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오죠.

틀린 문장I English study every day. (틀림)
My mother me a cake made. (틀림)

두 문장 모두 단어 하나하나는 맞지만 순서가 “나는 매일 영어를 공부한다”, “엄마가 나에게 케이크를 만들어 주셨다”라는 우리말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동사 study와 made가 문장 끝으로 밀려나 있죠.

영어 원어민은 이런 문장을 들으면 의미를 짐작할 수는 있어도 문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영어에서는 동사가 어디에 오느냐가 문장의 뼈대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어순은 자리가 역할을 정한다

언어학에서는 주어(S), 동사(V), 목적어(O)의 순서로 언어를 나눕니다. 영어는 SVO 언어, 한국어는 동사가 맨 끝에 오는 SOV 언어죠. 여기까지는 많이 들어 본 이야기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언어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했는지’를 표시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국어는 조사가 역할을 알려 줍니다. “개가 남자를 물었다”와 “남자를 개가 물었다”는 순서가 달라도 뜻이 같죠. ‘-가’와 ‘-를’이 붙어 있으니 순서를 바꿔도 누가 물었는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자리를 바꾸면 뜻이 바뀌는 영어The dog bit the man. (개가 남자를 물었다)

The man bit the dog. (남자가 개를 물었다)

영어 명사에는 조사 같은 표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동사 앞자리에 있으면 주어, 동사 바로 뒤에 있으면 목적어로 읽히죠. 영어도 고대 영어 시기에는 명사의 형태로 역할을 나타내는 격 어미가 있었는데, 이것이 사라지면서 어순이 그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앞의 틀린 문장을 영어의 자리에 맞춰 고쳐 보겠습니다.

고친 문장I study English every day.

My mother made me a cake.

“나는 공부해. (뭘?) 영어를. (언제?) 매일.” “엄마가 만들어 주셨어. (누구에게?) 나에게. (뭘?) 케이크를.” 영어 문장은 이렇게 행동을 먼저 밝히고, 궁금증이 생기는 순서대로 정보를 뒤에 붙여 나갑니다.

대명사에는 아직 격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I와 me, he와 him의 형태가 다릅니다. 그래도 Me saw him.처럼 순서를 흔들면 틀린 문장이 되죠. 형태가 남아 있는 대명사조차 자리를 지켜야 할 만큼, 현대 영어에서는 위치가 역할을 결정합니다.

전치사와 뒤에서 꾸미는 수식어

‘핵심을 먼저 말하고 설명은 뒤에 붙인다’는 영어 어순의 방향은 동사와 목적어 사이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전치사구와 명사 수식에서도 같은 방향이 보이죠.

전치사는 명사 앞에

우리말은 ‘도서관에서‘, ‘상자 안에‘처럼 위치를 나타내는 말이 명사 뒤에 붙습니다. 영어는 in, at, under 같은 전치사가 명사 앞에 서서 관계부터 밝히죠.

전치사구I met my friend at the library. (도서관에서)

The keys are under the sofa. (소파 밑에)

긴 수식어는 명사 뒤에

우리말은 ‘내가 어제 산 책’처럼 꾸미는 말이 아무리 길어도 명사 앞에 옵니다. 영어는 명사를 먼저 말하고 관계대명사절이나 분사구로 뒤에서 설명을 덧붙이죠.

뒤에서 꾸미는 수식어the book that I bought yesterday (내가 어제 산 책)

a girl sitting by the window (창가에 앉아 있는 소녀)

“책인데, (어떤 책?) 내가 어제 산 것.” 영어 화자는 대상을 먼저 세우고 정보를 덧붙이는 순서로 말합니다. 그래서 영어 문장을 앞에서부터 읽어 내려가는 습관, 곧 직독직해가 영어 어순에 가장 잘 맞는 독해 방법이 되죠.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경우

기본 순서를 알아도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우리말 순서가 다시 끼어듭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부사와 시간·장소 표현의 위치죠.

틀린 문장I like very much English. (틀림)
She yesterday at the mall bought a jacket. (틀림)

고친 문장I like English very much.

She bought a jacket at the mall yesterday.

very much는 동사와 목적어 사이에 끼어들 수 없습니다. 영어에서 동사와 목적어는 한 덩어리로 붙어 있으려 하기 때문에,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목적어 뒤로 가야 하죠.

시간과 장소의 순서도 다릅니다. 우리말은 ‘어제 쇼핑몰에서’처럼 시간을 먼저 말하지만, 영어는 문장 끝에 둘 때 대개 장소를 먼저, 시간을 나중에 둡니다. 시간 표현을 강조하고 싶다면 Yesterday, she bought …처럼 문장 맨 앞으로 보낼 수 있죠.

독해에서도 우리말 순서가 발목을 잡습니다. 문장 끝까지 읽은 다음 거꾸로 올라오며 해석하면 긴 글에서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듣기에서는 되돌아갈 수조차 없죠. 영어 어순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영어가 정보를 내놓는 순서대로 이해하는 연습을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어와 영어 어순 비교 표

구분한국어 순서틀린 영어바른 영어
동사와 목적어영어를 공부한다I English study.I study English.
두 개의 목적어나에게 케이크를 만들었다My mother me a cake made.My mother made me a cake.
위치 표현도서관에서the library atat the library
명사 수식내가 어제 산 책I bought yesterday bookthe book that I bought yesterday
정도 부사영어를 아주 좋아한다like very much Englishlike English very much
시간과 장소어제 쇼핑몰에서yesterday at the mall boughtbought a jacket at the mall yesterday

핵심 정리

한국어는 조사가 역할을 표시하므로 순서가 비교적 자유롭고 동사가 맨 끝에 옵니다. 영어 어순은 반대로 자리가 역할을 정하기 때문에 주어 뒤에 동사, 동사 뒤에 목적어가 와야 하고, 전치사와 긴 수식어도 핵심 뒤에 설명을 붙이는 방향을 따르죠.

조립 설명서에서 동작이 앞에 오는 영어식 순서에 익숙해지듯, 영작할 때는 ‘누가 무엇을 한다’를 먼저 쓰고 나머지 정보는 궁금증이 생기는 순서대로 붙여 보세요. 독해할 때는 끝에서 거꾸로 올라오지 말고, 의미 덩어리마다 끊어 앞에서부터 읽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예상 문제

문제. 다음 중 어순이 올바른 문장을 고르시오. (중2 어법)① I like very much soccer.
② My father yesterday a new car bought.
③ She found the wallet under the bed.
④ He reads every night books.
⑤ We the movie at the theater watched.

[해설] ③은 주어 She, 동사 found, 목적어 the wallet, 장소 under the bed가 영어 어순대로 놓였습니다. ①은 I like soccer very much, ②는 My father bought a new car yesterday, ④는 He reads books every night, ⑤는 We watched the movie at the theater로 고쳐야 합니다.

[정답]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