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정보 구조, 수동태와 도치와 강조구문을 고르는 기준
같은 장면이라도 연출가가 카메라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관객이 보는 영화는 달라집니다. 주인공 얼굴을 따라가며 찍을 수도 있고, 풍경을 먼저 비춘 뒤 인물을 등장시킬 수도 있고, 여러 사람 가운데 한 명에게 초점을 확 당길 수도 있죠.
영어 문장도 같은 사건을 여러 각도로 담을 수 있습니다. 그 각도를 정하는 기준이 영어 정보 구조, 즉 이미 아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어떤 순서로 놓느냐죠. 오늘은 수동태, 도치, 강조구문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 목적에 따라 정하는 기준을 살펴봅니다.
문법은 맞는데 흐름이 끊기는 문장
아래 대화에서 B의 대답은 모두 문법적으로 맞습니다. 그런데 앞 문장과 이어 읽으면 어딘가 덜컹거리죠.
흐름이 어색한 대답A: Have you seen the new library downtown?
B: Yes. A famous architect designed the library. (어색함)
A: Who painted this picture?
B: It was this picture that my grandfather painted. (어색함)
첫 대화에서 library는 이미 화제에 오른 정보인데, B는 처음 등장하는 a famous architect를 주어로 세웠습니다. 앞 문장과 이어지는 고리가 문장 끝으로 밀려나 흐름이 끊기죠.
두 번째 대화에서 A가 궁금한 것은 ‘누가’인데, B는 이미 아는 this picture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카메라가 엉뚱한 사람을 비춘 셈이죠.
영어 정보 구조로 고르는 세 가지 기준
영어 문장은 이미 아는 정보(구정보)에서 출발해 새로운 정보(신정보)로 끝나는 흐름을 선호합니다. 이를 구정보-신정보 원칙이라 하고, 새 정보의 초점이 문장 끝에 놓이는 경향을 문미 초점(end-focus)이라고 부르죠.
수동태, 도치, 강조구문은 모두 이 흐름을 맞추는 도구지만, 바꾸는 것이 서로 다릅니다. 세 가지 질문을 차례로 던지면 무엇을 써야 할지 보이죠.
무엇에 대해 말하는가: 수동태
앞에서 이어지는 화제를 주어 자리에 두고 싶을 때는 수동태를 씁니다. 수동태는 행위를 받는 쪽을 주어로 올려 ‘이 문장은 이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화제를 정하는 장치죠.
수동태로 화제를 이은 문장A: Have you seen the new library downtown?
B: Yes. It was designed by a famous architect.
This bridge is over a hundred years old. It was built in 1919.
“그 도서관 말이야? (그게 뭐?)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대.” 구정보인 It이 앞에, 신정보인 a famous architect가 끝에 오면서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무엇을 마지막에 보여 줄 것인가: 도치
장소나 앞 내용과 이어지는 말을 먼저 두고, 새로 등장하는 주어를 문장 끝에 세우고 싶을 때는 도치를 씁니다. 수동태와 달리 주어를 바꾸지 않고 자리만 뒤로 보내는 것이죠.
도치로 새 주어를 끝에 둔 문장At the end of the hall stood a tall bookshelf.
Next to the window sat a small black cat.
“복도 끝에, (뭐가 있었는데?) 키 큰 책장이 서 있었다.” 장소가 먼저 무대를 열고, 처음 등장하는 a tall bookshelf가 신정보로 문장 끝에 놓입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인가: 강조구문
여러 후보 가운데 하나를 골라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라고 대조할 때는 강조구문을 씁니다. 나머지 내용은 이미 아는 것으로 깔아 두고 초점 하나만 It is 뒤에 세우는 것이죠.
강조구문으로 대조한 문장A: Did your brother paint this picture?
B: No. It was my grandfather who painted it.
It wasn’t Mina but Jiho who broke the vase.
“동생이 그렸냐고? (아니, 그럼 누가?) 우리 할아버지였어.” ‘누군가 이 그림을 그렸다’는 전제는 그대로 두고, 잘못 짚은 사람을 바로잡는 자리에 정확히 초점이 맞춰집니다.
there 구문과 부사절 위치도 같은 기준으로
영어 정보 구조의 원리는 세 구문 밖에서도 작동합니다. 새로운 대상을 처음 소개하는 there 구문이 대표적이죠.
there 구문There is a strange man at the door.
There are three new students in our class.
“문 앞에 있어. (누가?) 처음 보는 남자가.” 처음 등장하는 a strange man을 주어 자리에 바로 세우는 대신, there로 자리를 채우고 새 인물은 동사 뒤로 보내는 구조입니다.
부사절의 위치도 같은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듣는 사람이 이유를 궁금해할 때는 because절이 새 정보이니 뒤에 두고, 이유가 이미 아는 배경이라면 앞에 두죠.
부사절의 위치A: Why did you stay home yesterday?
B: We stayed inside because it was raining.
Because it was raining, we watched movies all day.
첫 문장은 ‘왜’에 대한 답이 because절이라 끝에 놓였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비가 왔다는 배경을 먼저 깔고, 그날 무엇을 했는지를 새 정보로 끝에 둔 것이죠.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선택
첫째, 행위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by 구를 붙이는 경우입니다. 수동태를 고른 이유가 화제를 앞에 두기 위해서라면, 누가 했는지 모르거나 중요하지 않을 때는 by 구를 빼는 것이 자연스럽죠.
불필요한 by 구My bike was stolen by someone last night. (어색함)
My bike was stolen last night.
둘째, 대명사 주어를 도치해 문장 끝에 두는 경우입니다. 도치는 새 정보를 끝에 두려는 장치인데, 대명사는 이미 아는 대상을 가리키니 끝에 둘 이유가 없죠.
대명사 주어의 도치At the door stood he. (틀림)
At the door stood a police officer. / He stood at the door.
셋째, 영작에서 강조구문을 남발하는 경우입니다. 강조구문은 대조할 대상이 있을 때 힘을 발휘하므로, 대조가 없는 문장에 쓰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오히려 흐려지죠.
대조 없는 일상 서술It is in the morning that I usually study. (어색함)
I usually study in the morning.
목적별 초점 이동 방법 비교 표
| 구분 | 수동태 | 도치 | 강조구문 |
|---|---|---|---|
| 바꾸는 것 | 주어 (화제) | 어순 (주어를 뒤로) | 문장의 틀 (두 절로 나눔) |
| 고르는 목적 | 앞 내용의 화제를 이어 감 | 장면을 먼저 보이고 새 주어를 등장시킴 | 다른 후보가 아닌 이것으로 대조 |
| 초점이 놓이는 곳 | 문장 끝 (by 구나 새 정보) | 문장 끝 (뒤로 간 주어) | It is와 that 사이 |
| 예문 | It was designed by a famous architect. | At the end of the hall stood a tall bookshelf. | It was my grandfather who painted it. |
| 주의할 점 | 필요 없는 by 구는 뺀다 | 대명사 주어는 도치하지 않는다 | 대조가 없으면 쓰지 않는다 |
핵심 정리
영어 정보 구조의 기본은 아는 정보에서 새 정보로 흐르는 것입니다. 화제를 이어 가려면 수동태, 장면을 먼저 보여 주고 새 주어를 끝에 세우려면 도치, 다른 후보와 대조해 하나를 짚으려면 강조구문을 고르죠.
연출가가 장면마다 카메라 위치를 고민하듯, 영작할 때도 앞 문장에서 무엇이 넘어오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이미 나온 말은 앞에, 처음 나오는 말은 뒤에 두는 습관만 들여도 세 구문 가운데 무엇이 필요한지가 드러납니다.
예상 문제
문제. 다음 대화의 빈칸에 들어갈 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고르시오. (고2 객관식)A: I heard your brother painted this picture.
B: No, ________________
① my brother painted this picture.
② it was my sister who painted it.
③ it was this picture that my sister painted.
④ painted it did my sister.
⑤ this picture painted my sister.
[해설] A는 그림을 그린 사람을 brother로 잘못 알고 있으므로, B는 그린 사람을 바로잡아 대조해야 합니다.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그대로 두고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강조구문 ②가 알맞습니다. ①은 No와 모순되고, ③은 이미 아는 this picture에 초점을 두었으며, ④는 어순이 틀린 문장, ⑤는 그림이 누나(여동생)를 그렸다는 엉뚱한 뜻이 됩니다.
[정답] 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