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기판 반도체, 차세대 패키징 소재로 주목받는 이유

유리 기판 반도체, 차세대 패키징 소재로 주목받는 이유

부엌에서 오래 쓴 나무 도마를 떠올려 보면, 물기를 머금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뒤틀리고 칼자국이 촘촘히 남습니다. 반면 유리 도마는 표면이 매끈하고 물을 먹지 않아 모양이 그대로죠. 대신 떨어뜨리면 한 번에 깨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기판의 뼈대는 수지와 유리섬유로 만든 유기 소재였는데, 칩이 커지고 배선이 촘촘해지면서 뒤틀림과 거친 표면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죠. 이 글에서는 유리 기판 반도체 패키징이 왜 주목받는지, 어떤 원리로 만드는지, 무엇이 아직 숙제로 남아 있는지 정리합니다.

유리 기판 반도체 패키징이란

패키지 기판(Package Substrate)은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신호와 전력을 이어 주는 판입니다. 칩의 아주 촘촘한 단자를 메인보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간격으로 풀어 주는 일이 핵심 역할이죠. 고성능 칩용 기판은 가운데 단단한 코어(Core)를 두고 위아래로 얇은 절연층과 구리 배선을 여러 층 쌓아 만듭니다.

유리 기판 반도체 패키징은 이 코어를 유기 소재 대신 얇은 유리판으로 바꾸는 기술을 말합니다. 업계에서는 유리 코어 기판(Glass Core Substrate)이라고 부르죠. 기판 전체를 유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뼈대를 유리로 바꾸고 그 위에 배선층을 쌓는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흔히 유리 기판이면 칩 바로 아래 인터포저도 모두 유리로 바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둘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유리 인터포저는 칩과 기판 사이에 끼우는 중간 연결판을 유리로 만드는 별도의 연구 주제이고, 이 글이 다루는 것은 패키지 기판의 코어입니다.

유기 기판이 부딪힌 한계

지금 쓰는 고성능 기판의 코어는 유리섬유 천에 에폭시 계열 수지를 먹인 복합 소재입니다. 가볍고 가공하기 쉬우며 오랫동안 생산 경험이 쌓여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문제는 AI 가속기처럼 여러 칩을 한 패키지에 담는 제품이 늘면서 기판 크기가 손바닥만큼 커졌다는 점입니다.

기판이 커질수록 휨(Warpage)이 커집니다. 실리콘은 열팽창계수(CTE)가 약 2.6 ppm/°C로 작은데, 유기 기판은 그보다 훨씬 크게 늘었다 줄었다 하죠. 접합 공정에서 온도가 오르내릴 때 둘이 다르게 움직이면 기판이 휘고, 칩 아래 수많은 범프 가운데 일부가 제대로 붙지 않게 됩니다.

표면 거칠기와 치수 변화도 걸림돌입니다. 유리섬유의 결이 표면에 미세한 굴곡을 남기고, 공정 중 열과 습기에 따라 기판 치수가 조금씩 변하면 층과 층 사이 비아의 위치가 어긋나죠. 배선 폭과 간격을 더 줄이려면 바탕이 평평하고 치수가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유기 코어로는 이 요구를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유리 코어 기판의 구조와 TGV 공정

유리 코어의 위아래 배선을 잇는 통로가 유리 관통 전극(TGV, Through Glass Via)입니다. 실리콘을 뚫는 TSV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유리는 단단하고 잘 깨지는 소재라 구멍을 내는 방법이 다르죠. 대표적인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리 코어 기판을 만드는 대표적인 흐름

  1. 얇은 유리 패널을 준비하고 표면을 세정한다.
  2. 레이저로 구멍을 낼 자리의 유리 성질을 국부적으로 바꾼다.
  3. 습식 식각으로 성질이 바뀐 부분을 녹여 관통 구멍을 만든다.
  4. 구멍 벽과 표면에 금속이 잘 붙도록 얇은 시드층을 형성한다.
  5. 구리 도금으로 구멍을 채우거나 벽을 덮어 위아래를 전기적으로 잇는다.
  6. 양면에 절연 필름과 구리 배선을 번갈아 쌓아 기판을 완성한다.

레이저로 바로 구멍을 뚫는 방식도 있지만, 레이저 개질 뒤 식각하는 방식은 구멍 주변에 잔금이 덜 생기고 작은 구멍을 촘촘하게 배치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기 코어는 보통 기계 드릴이나 레이저로 구멍을 뚫는데, 유리는 더 작은 구멍을 더 좁은 간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죠.

구멍을 뚫은 뒤가 더 까다롭습니다. 유리는 매끈해서 금속이 잘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밀착력을 높이는 처리가 필요하고, 구리를 구멍 안에 빈틈없이 채우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TGV는 유리 코어 기판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공정으로 여겨집니다.

유리 기판의 장점과 넘어야 할 과제

유리가 가진 장점

첫째는 평탄도입니다. 유리는 표면이 매우 매끈하고 단단해서 그 위에 미세 배선을 그리기 좋고, 큰 크기에서도 덜 휘죠. 노광 공정에서 초점이 맞는 깊이가 얕아질수록 바탕이 평평한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둘째는 열팽창계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리는 조성을 바꿔 CTE를 실리콘에 가깝게 맞추거나 메인보드 쪽에 가깝게 맞출 수 있어, 칩과 기판이 함께 늘고 줄도록 설계하는 폭이 넓어지죠. 공정 중 열과 습기에 따른 치수 변화도 작아 층간 정렬이 안정적입니다.

셋째는 전기적 특성입니다. 유리는 고주파에서 신호 손실이 적은 편이라 고속 신호를 다루는 기판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평평한 바탕, 안정된 치수, 촘촘한 관통 전극이 합쳐지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배선을 넣을 수 있죠.

아직 남은 과제

가장 큰 숙제는 잘 깨진다는 점입니다. 도마 비유처럼 유리는 단단하지만 충격과 국부 응력에 약해, 이송 중이나 절단할 때, 혹은 온도 변화가 반복될 때 미세한 금이 퍼질 수 있죠. 특히 구리의 CTE는 약 17 ppm/°C로 유리보다 크기 때문에, 구리로 채운 TGV 주변에는 온도가 바뀔 때마다 응력이 몰립니다.

공정과 공급망도 과제입니다. 기존 기판 라인은 유기 소재에 맞춰져 있어, 큰 유리 패널을 깨뜨리지 않고 옮기고 검사하는 장비와 노하우를 새로 쌓아야 하죠.

유리는 실리콘보다 열을 훨씬 못 전한다는 점도 열 설계에서 함께 따져야 합니다. 신뢰성 평가 기준과 소재 공급처가 충분히 성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산업에서 유리 기판이 갖는 의미

패키징은 칩 하나의 성능을 넘어 여러 칩을 얼마나 크고 촘촘하게 묶느냐의 경쟁이 되었습니다. 칩렛 구조가 늘수록 기판은 더 커지고 배선은 더 미세해져야 하는데, 유리 기판 반도체 기술은 이 두 요구를 함께 풀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되죠. 기판이 단순한 받침대가 아니라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이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여러 소재 기업과 기판 제조사, 칩 회사가 연구와 시험 생산을 이어 가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본격적인 양산 시점과 규모는 기업마다 발표가 다르고 계속 바뀝니다. 그래서 유리가 유기 기판을 곧바로 대체한다기보다, 모든 기판이 유리로 바뀐다는 기대보다는 크고 고성능인 패키지부터 선택지가 하나 늘어나는 흐름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유기 기판과 유리 기판 비교 표

구분유기 코어 기판유리 코어 기판
코어 소재유리섬유 천 + 에폭시 계열 수지얇은 유리판
평탄도·표면섬유 결에 따른 미세 굴곡매끈하고 평평함
열팽창 조절실리콘과 차이가 큼조성으로 CTE 조절 가능
치수 안정성열과 습기에 따라 변화변화가 작음
관통 구멍기계 드릴·레이저, 상대적으로 큼TGV, 작고 촘촘하게 가능
주요 약점대형화 시 휨, 미세 배선 한계깨짐, 금속 밀착, 취급 장비
성숙도오랜 양산 경험과 공급망공정·신뢰성 기준 정립 중

핵심 정리

유리 기판 반도체 패키징은 기판의 코어를 유기 소재에서 유리로 바꿔, 평탄도와 치수 안정성, 조절 가능한 열팽창계수, 촘촘한 TGV라는 장점을 얻으려는 기술입니다. 대형 패키지에서 커지는 휨과 미세 배선의 한계를 풀 후보로 주목받죠. 반면 깨짐, 금속 밀착, 구리와 유리의 열팽창 차이, 새로운 취급 장비와 공급망은 아직 풀어 가는 과제입니다.

나무 도마와 유리 도마 가운데 무엇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듯, 기판 소재도 용도에 따라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유리 기판 소식을 볼 때 평평함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깨짐이라는 대가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함께 보면 흐름이 훨씬 잘 읽힙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유리 코어 기판이 유기 코어 기판보다 대형 고성능 패키지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이유와, 양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를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유리는 표면이 평평하고 강성이 높아 대형 기판에서도 휨이 작고, 조성으로 열팽창계수를 실리콘에 가깝게 맞출 수 있으며, 공정 중 치수 변화가 작아 미세 배선과 층간 정렬에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TGV로 작은 관통 전극을 촘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덧붙입니다. 과제로는 깨지기 쉬운 성질에 따른 취급·절단 문제, 유리 표면의 금속 밀착력, 구리로 채운 TGV 주변의 열팽창 차이 응력, 새 장비와 신뢰성 기준, 공급망 성숙도를 들고, 대체보다는 고성능 제품부터 선택지가 늘어나는 흐름이라고 정리하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