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weight 원칙, 길고 무거운 요소를 뒤로 보내는 이유

End-weight 원칙, 길고 무거운 요소를 뒤로 보내는 이유

이삿짐 트럭은 운전석에 짐을 싣지 않습니다. 운전석이 가벼워야 방향을 잡고 출발할 수 있고, 냉장고나 장롱 같은 무거운 짐은 뒤쪽 짐칸에 싣죠. 앞이 가벼워야 차가 제대로 움직입니다.

영어 문장도 앞부분인 주어와 동사는 가볍게 두고, 길고 무게 있는 요소는 뒤로 싣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향을 End-weight 원칙, 우리말로는 문미 비중의 원칙이라고 부르죠. 오늘은 이 원칙이 가주어 말고도 어떤 구문에서 작동하는지 정보 구조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머리가 무거운 문장

아래 문장들은 문법 규칙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숨이 차고, 문장의 뼈대가 어디서 끝나는지 찾기 어렵죠.

무게가 앞에 쏠린 문장That she quit her job without telling anyone surprised us. (어색함)
I explained the reason why I had to leave the meeting so early to my manager. (어색함)

첫 문장은 동사 surprised가 나오기까지 여덟 단어짜리 명사절을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운전석에 장롱을 실은 셈이죠.

두 번째 문장은 긴 목적어 뒤에 to my manager가 짧게 매달려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 긴 목적어를 기억에 붙든 채 ‘누구에게’를 기다려야 하고, 정작 가벼운 정보가 맨 끝에서 문장을 마무리하죠.

End-weight 원칙과 정보의 흐름

End-weight 원칙은 길고 복잡한 요소를 문장 뒤쪽에 두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짝을 이루는 개념이 End-focus, 곧 새롭고 중요한 정보를 문장 끝에 두는 경향이죠. 긴 요소일수록 새 정보를 담고 있을 때가 많아서 두 경향은 대개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배치하면 듣는 사람은 가벼운 주어와 동사로 문장의 뼈대를 먼저 잡고, 무거운 내용은 그 뒤에서 여유 있게 처리합니다. 앞에서 짧게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를 정하고 뒤에서 자세히 풀어 주는 순서가 기억의 부담을 줄인다고 설명할 수 있죠.

무게를 뒤로 보낸 문장It surprised us that she quit her job without telling anyone.

I explained to my manager the reason why I had to leave the meeting so early.

“그게 우리를 놀라게 했어. (뭐가?) 그녀가 아무에게도 말없이 일을 그만둔 것 말이야.” 가주어 It이 주어 자리를 지키고, 진짜 내용은 뒤에서 풀려 나오죠. 이처럼 긴 요소를 뒤로 옮기고 빈자리를 it으로 채우는 것을 외치(extraposition)라고 합니다.

“나는 매니저에게 설명했어. (무엇을?) 회의에서 그렇게 일찍 나가야 했던 이유를.” 두 번째 문장은 짧은 to my manager를 앞으로 당기고 긴 목적어를 끝으로 보냈습니다. 목적어는 보통 동사 바로 뒤에 붙지만, 충분히 무거울 때는 뒤로 밀려나는데 이를 무거운 명사구 이동(heavy NP shift)이라고 부르죠.

4형식, 구동사, 동격절의 무게 배치

같은 원리는 가주어 구문 밖에서도 어순을 정합니다. 문법적으로 두 가지 어순이 모두 가능한 자리에서, 어느 쪽이 자연스러운지를 무게가 결정하죠.

4형식과 3형식의 선택

give, send, show처럼 목적어 두 개를 받는 동사는 4형식과 3형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이 him처럼 가벼우면 4형식으로 앞에 두고, 관계절이 붙어 무거우면 to를 써서 3형식으로 뒤로 보내죠.

무게에 따른 선택She gave him a book she had bought in Paris.

She gave the book to a student who had just transferred from Busan.

She gave a student who had just transferred from Busan the book.도 문법상 가능하지만, 짧은 the book이 끝에 매달려 어색하게 들립니다. 무거운 짐을 운전석 쪽에 싣고 가벼운 상자를 짐칸 끝에 둔 꼴이죠.

구동사의 목적어

turn off, pick up 같은 구동사는 명사 목적어를 부사 앞에 둘 수도, 뒤에 둘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목적어가 대명사면 반드시 가운데에 두고, 목적어가 길면 뒤에 두는 편이 자연스럽죠.

구동사의 목적어 위치Please turn it off.

Please turn off all the lights in the classroom.

대명사 it은 이미 아는 대상을 가리키는 가장 가벼운 정보라서 문장 끝의 초점 자리에 둘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all the lights in the classroom은 길고 새로운 정보라서 맨 뒤가 제자리죠.

명사와 떨어진 동격절

주어 명사에 긴 동격절이나 수식어가 붙으면, 그 꼬리만 떼어 동사 뒤로 보내기도 합니다. 주어와 동사가 붙어 있어야 뼈대가 먼저 보이기 때문이죠.

꼬리를 뒤로 보낸 문장A rumor spread that the school would close next year.

The time has come for us to make a decision.

A rumor that the school would close next year spread.라고 쓰면 짧은 동사 spread가 문장 끝에 홀로 남습니다. “소문이 퍼졌어. (무슨 소문?) 학교가 내년에 문을 닫는다는 소문.” 이렇게 뼈대를 먼저 세우고 내용을 뒤에서 채우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죠.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경우

End-weight 원칙을 ‘길면 무조건 뒤로’로만 기억하면 반대 방향의 실수가 생깁니다. 가벼운 대명사를 뒤로 보내거나, 무겁지 않은 요소까지 옮겨 오히려 어색해지는 경우죠.

틀린 문장I dropped my pen, so I picked up it. (틀림)
I put on the table the book. (틀림)

고친 문장I dropped my pen, so I picked it up.

I put the book on the table.

대명사 목적어는 구동사의 부사 뒤로 갈 수 없어 picked up it은 틀린 형태입니다. 다만 look for, look after처럼 동사와 전치사가 묶인 표현은 look for it이 맞으니, 뒤의 말이 부사인지 전치사인지 구별해야 하죠.

the book처럼 짧은 목적어를 동사에서 떼어 뒤로 보내면 균형이 깨져 원어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문장이 됩니다. 목적어를 뒤로 미는 것은 그 목적어가 앞의 요소보다 확실히 무거울 때만 자연스럽죠.

틀린 문장Please explain me the rule. (틀림)

고친 문장Please explain the rule to me.

Please explain to me the rule you mentioned in class yesterday.

explain은 4형식을 만들 수 없는 동사라서 explain me the rule은 틀린 문장입니다. 목적어가 짧으면 explain the rule to me로, 길면 to me를 앞으로 당겨 긴 목적어를 끝에 두면 되죠.

무게 배치 비교 표

구분무게가 어긋난 문장무게를 맞춘 문장
명사절 주어That she quit her job … surprised us.It surprised us that she quit her job …
긴 목적어explained the reason why … to my managerexplained to my manager the reason why …
4형식과 3형식gave a student who … the bookgave the book to a student who …
구동사 대명사picked up itpicked it up
동격절A rumor that … spread.A rumor spread that …
짧은 목적어put on the table the bookput the book on the table

핵심 정리

End-weight 원칙은 가볍고 이미 아는 정보를 앞에, 길고 새로운 정보를 뒤에 두는 영어의 정보 구조입니다. 가주어와 외치, 무거운 목적어의 이동, 4형식과 3형식의 선택, 구동사의 목적어 위치가 모두 이 원리로 설명되죠.

트럭의 운전석을 비워 두듯 주어와 동사 자리는 가볍게 유지하고, 무거운 짐은 짐칸인 문장 끝에 실어 보세요. 다만 대명사처럼 가벼운 요소는 끝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반대 방향의 규칙도 함께 기억해야 어순 문제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예상 문제

문제. 다음 중 어법상 틀린 문장을 고르시오. (고1 어법)① It is surprising that he passed the test.
② Please turn it off before you leave.
③ She gave the tickets to all the students who had signed up.
④ I found my old diary and picked up it.
⑤ There is a rumor that the shop will close soon.

[해설] 구동사 pick up의 목적어가 대명사이면 동사와 부사 사이에 두어야 하므로, ④는 picked it up으로 고쳐야 합니다. ①은 가주어 It으로 긴 that절을 뒤로 보냈고, ③은 무거운 받는 사람을 to와 함께 문장 끝에 두었습니다.

[정답] 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