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사의문문, 질문 모양에 숨은 강한 긍정과 부정

영어 수사의문문, 질문 모양에 숨은 강한 긍정과 부정

선물 상자는 겉모양만 봐서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리본과 포장지가 같아도 속은 책일 수도, 양말일 수도 있죠. 영어에도 겉은 질문인데 속은 전혀 다른 물건이 든 문장이 있습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영어 수사의문문입니다. 답을 구하려는 질문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강하게 말하려고 질문의 모양을 빌린 문장이죠. 속뜻을 거꾸로 읽는 원리만 알면 독해와 영작이 한결 쉬워집니다.

답을 기다리지 않는 질문 앞에서 막힐 때

영어 글을 읽다 보면 물음표로 끝나는데 답이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문장을 만납니다. 이 문장을 진짜 질문으로 해석하면 글쓴이가 말하려는 바와 정반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엇나가는 문장Who cares what other people think?

Can anyone really say that this rule is fair?

첫 문장을 진짜 질문으로 읽으면 ‘신경 쓰는 사람의 이름’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글쓴이가 원하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선언이죠.

두 번째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공정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는 뜻입니다.

영어 수사의문문, 긍정은 강한 부정으로 부정은 강한 긍정으로

수사의문문(rhetorical question)은 형태로는 의문문이지만 뜻으로는 평서문처럼 쓰이는 표현입니다. 이때 규칙은 하나뿐이죠. 극성이 뒤집힌다는 점입니다.

긍정 형태의 질문은 강한 부정의 선언이 되고, 부정 형태의 질문은 강한 긍정의 선언이 됩니다. 어순은 보통의 의문문 그대로 의문사가 앞에 오고 조동사와 주어가 도치됩니다.

긍정 형태, 강한 부정의 뜻How can I forget that day? (= I can never forget that day.)

What is the use of crying over spilled milk? (= There is no use crying over spilled milk.)

부정 형태, 강한 긍정의 뜻Isn’t it obvious that she is the best candidate? (= It is obvious that she is the best candidate.)

Haven’t I told you a hundred times? (= I have told you many times.)

“내가 그날을 어떻게 잊겠어. (잊을 수 있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선언이죠. 이렇게 풀면 Haven’t I told you a hundred times?도 ‘말했느냐’는 확인이 아니라 ‘수없이 말했다’는 불만이라는 점이 보입니다.

왜 굳이 질문의 모양을 빌릴까요? 말하는 사람이 답을 정해 두고 묻는 척하면, 듣는 사람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해 동의하게 됩니다. 그래서 단정하는 평서문보다 말에 힘이 실린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맥락과 어조로 진짜 의도를 가려내는 단서

영어 수사의문문인지 진짜 질문인지는 형태만으로 가를 수 없어서 단서를 모아 판단해야 합니다. 첫째 단서는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지입니다. 둘째는 질문 뒤에 대답을 기다리는 장면이 있는지, 곧바로 말이 이어지는지입니다.

진짜 질문과 수사의문문Do you know where the station is? (대답을 기다림)

Do I look like I’m made of money? I can’t lend you any more. (곧바로 말이 이어짐)

“내가 돈으로 만들어진 사람처럼 보여? (그렇게 보이느냐는 질문인가요?) 아닙니다.”

더는 빌려줄 돈이 없다는 거절이죠. 첫 문장은 정보를 구하지만, 두 번째 문장은 상대가 대답할 틈 없이 자기 입장을 밝힙니다.

셋째 단서는 의도를 드러내는 말입니다. 구어에서는 억양과 표정이, 글에서는 on earth나 in their right mind 같은 강조 표현이 힌트가 되죠. 에세이에서는 물음표 바로 뒤의 문장이 그 질문의 속뜻을 풀어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조 표현이 붙은 경우Who in their right mind would walk home in this storm?

Is it fair to blame the students? Of course not. They only followed the rules.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경우

첫째, 영어 수사의문문이라고 해서 어순을 평서문처럼 쓰는 경우입니다. 뜻이 평서문에 가까워도 문장은 의문문이라서 의문사 뒤에 조동사와 주어가 도치되어야 하죠.

어순 오류How I can forget that day? (틀림)

How can I forget that day?

Who cares it? (틀림)

Who cares about it?

둘째, 부정 형태의 질문을 전부 수사의문문으로 읽는 경우입니다. 같은 부정 의문문이라도 상대의 의향을 묻거나 놀라움을 나타내는 진짜 질문일 수 있어서, 앞서 본 단서로 다시 가려야 합니다.

부정형이지만 진짜 질문Don’t you want some tea? (권유)

Aren’t you coming with us? (예상과 달라서 묻는 말)

셋째, 학술 영작에서 수사의문문을 남발하는 경우입니다. 연설문이나 에세이에서는 독자의 관심을 끄는 장치로 흔히 쓰이지만, 논문처럼 격식 있는 글은 평서문으로 주장을 밝히는 쪽이 일반적이죠.

진짜 질문과 수사의문문 비교 표

구분진짜 질문긍정형 수사의문문부정형 수사의문문
말하는 목적정보를 구함강한 부정을 전함강한 긍정을 전함
대답기다림기다리지 않음기다리지 않음
예문Where did you park the car?How can I forget that day?Isn’t it obvious?
속뜻차를 둔 장소절대 잊을 수 없다분명하다
판단 단서답이 열려 있음답이 뻔하고 not이나 never의 뜻을 품음답이 뻔하고 확인보다 주장에 가까움

핵심 정리

영어 수사의문문은 의문문의 모양에 평서문의 뜻을 담은 표현이며, 긍정형은 강한 부정으로, 부정형은 강한 긍정으로 극성이 뒤집힙니다. 진짜 질문인지는 답이 뻔한지, 뒤에 대답이 이어지는지, 강조 표현이 있는지로 가려냅니다.

선물 포장지를 뜯어 속을 확인하듯, 물음표 문장을 만나면 ‘답을 구하는가, 마음을 전하는가’를 먼저 따져 보세요. 글쓴이의 입장이 한눈에 보입니다.

예상 문제

문제. 다음 글의 마지막 문장에 담긴 필자의 의도로 가장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고1 독해)I spent three weeks on this project. Who doesn’t want their effort to be recognized?
① 아무도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② 누구나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③ 노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④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을 알려 달라.

[해설] 부정 형태의 수사의문문은 강한 긍정의 뜻이 됩니다. Who doesn’t want ~?는 Everyone wants ~.와 같은 의미이므로 ‘누구나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②가 알맞습니다.

[정답]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