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 인 패키지, AiP가 밀리미터파 시대에 필요한 이유
식당에서 주방과 홀이 멀면 음식이 식고, 나르는 도중에 흘릴 위험도 커집니다. 그래서 요리가 가장 바쁜 식당은 주방 바로 옆에 서빙 창구를 두고, 나온 접시를 곧바로 손님 쪽으로 넘기죠.
무선 칩에서는 이 서빙 거리가 신호가 지나는 선로의 길이에 해당합니다. 안테나 인 패키지는 신호를 만드는 RF 칩 바로 옆, 같은 패키지 안에 안테나를 두어 그 거리를 최소로 줄이는 방식입니다.
비유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음식은 멀리 가도 접시 위에 남아 있지만, 고주파 신호는 선로를 지나는 동안 에너지가 열로 사라지고 선로의 모양이 맞지 않으면 일부가 되돌아옵니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이 손실이 크게 늘어납니다.
안테나 인 패키지가 필요한 이유, 짧은 파장과 큰 선로 손실
5G 이동통신의 고주파 대역과 60 GHz 근거리 무선, 차량용 레이더 같은 응용은 수십 GHz 이상의 밀리미터파를 씁니다. 이 대역에서는 신호가 공기 중에서 빨리 약해지고 벽 같은 장애물에 쉽게 가로막힙니다.
이를 보완하려고 작은 안테나 소자를 여러 개 모아 신호 방향을 전자적으로 조절하는 위상 배열 안테나를 씁니다. 소자 수가 많아지면 각 소자마다 증폭기와 위상 조절 회로가 필요하고, 칩에서 안테나까지의 연결도 소자 수만큼 늘어납니다.
그런데 기판 위의 긴 배선과 커넥터는 이 주파수에서 손실이 큽니다. 칩이 어렵게 만든 신호가 안테나에 닿기도 전에 상당 부분을 잃으면 출력과 수신 감도를 모두 해칩니다. 이 문제를 안테나를 칩 곁으로 옮겨 푸는 것이 밀리미터파 시대에 AiP가 쓰이는 이유입니다.
파장을 계산해 보면 보이는 안테나의 크기
안테나의 크기는 파장에 비례하고, 파장은 빛의 속도를 주파수로 나눈 값입니다. 자유 공간 기준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자유 공간 파장 계산 예시, 파장 = 빛의 속도 ÷ 주파수 (빛의 속도는 약 3억 m/s)
- 2.4 GHz: 3억 ÷ 24억 = 0.125 m, 즉 125 mm. 절반 파장은 약 62.5 mm
- 28 GHz: 3억 ÷ 280억 ≈ 0.0107 m, 즉 약 10.7 mm. 절반 파장은 약 5.4 mm
안테나 소자는 보통 절반 파장 안팎의 간격으로 배열하므로, 2.4 GHz에서는 소자 하나의 간격이 수 cm인 반면 28 GHz에서는 5 mm 남짓입니다. 같은 안테나 소자 16개를 4 × 4로 놓아도 28 GHz에서는 한 변이 대략 2 cm 안팎에 들어옵니다.
이 크기는 패키지 한 개의 안에 안테나 배열을 넣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파장이 짧아져 안테나가 작아졌기 때문에 안테나를 패키지 속으로 가져오는 일이 현실이 됩니다. 실제 패키지 기판 안에서는 절연 소재 때문에 파장이 더 짧아지므로, 설계에서는 소재의 유전율까지 반영합니다.
AiP의 구조, 안테나와 RF 칩을 한 몸에 담기
안테나 인 패키지(AiP, Antenna in Package)는 안테나를 패키지 기판의 위쪽 층이나 패키지 표면에 만들고, 같은 패키지 안에 RF 칩을 함께 담은 구조입니다. 안테나는 보통 얇은 금속 패치 형태이고, 그 아래의 접지면과 급전 비아를 거쳐 칩과 연결됩니다.
RF 칩은 대개 빔을 조절하는 빔포머 기능과 증폭기를 담은 RFIC(Radio Frequency Integrated Circuit, 고주파 집적회로)입니다. 칩은 안테나의 반대쪽 면에 플립칩으로 붙고, 패키지 아래의 솔더 볼은 베이스밴드와 전원 같은 저주파 신호를 메인 기판으로 내보냅니다.
구조의 핵심은 고주파 신호가 지나는 거리를 짧게, 그리고 일정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칩 연결을 와이어 대신 플립칩으로 하는 이유도 와이어의 인덕턴스가 고주파에서 신호를 흐트러뜨리기 때문입니다.
신호가 칩에서 공중으로 나가는 경로
송신 신호가 AiP를 지나 공중으로 나가는 일반적인 경로
- 베이스밴드 칩에서 나온 낮은 주파수의 신호가 RFIC로 들어옵니다.
- 믹서가 신호를 밀리미터파 대역의 높은 주파수로 올립니다.
- 빔포머가 안테나 소자마다 위상을 달리 조절해 빔의 방향을 정합니다.
- 전력 증폭기가 신호를 소자별로 키웁니다.
- 패키지 안의 짧은 급전선과 비아가 신호를 안테나 패치로 전달합니다.
- 안테나 패치가 신호를 공중으로 방사합니다.
수신 때는 이 경로를 거꾸로 따라갑니다. 안테나가 받은 아주 약한 신호가 가장 먼저 만나는 증폭기의 잡음이 전체 감도를 좌우하므로, 안테나와 증폭기 사이가 짧을수록 유리합니다.
RF 패키징의 과제, 손실과 격리와 열
RF 패키징은 기능 면에서 일반 패키징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소재입니다. 신호가 지나는 절연층은 고주파에서 에너지를 덜 잃는, 유전율과 손실이 낮고 안정적인 소재여야 합니다.
둘째는 격리입니다. 한 패키지 안에서 송신과 수신, 서로 다른 안테나 소자와 회로가 가까이 놓이므로 신호가 의도하지 않게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접지 구조와 차폐로 분리합니다. 패키지 바깥으로의 전자기 간섭을 줄이려고 표면에 금속 막을 입히는 차폐도 쓰입니다.
셋째는 열입니다. 전력 증폭기와 빔포머는 열을 내고, 안테나 쪽으로 열을 보내면 안 되기 때문에 칩 아래쪽으로 방열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RF 패키징의 어려움입니다.
구현 방식, 기판형과 팬아웃형
안테나 인 패키지의 가장 흔한 구현은 유기 소재 기판에 여러 층을 쌓아 안테나와 접지면, 급전 구조를 모두 기판 안에 만드는 방식입니다. 기판 제조 기술이 성숙해 설계 자유도가 높지만, 층이 쌓일수록 두께와 비용이 늘어납니다.
또 하나는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지에 재배선층으로 안테나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재배선층은 몰딩 위나 아래에 아주 얇고 정밀하게 만들 수 있어 얇은 두께와 짧은 연결이 장점이고, 안테나 소재와 층 구조의 선택이 제한된다는 점은 설계에서 감안합니다.
커넥터가 없는 안테나를 시험하는 방법
보드 위 안테나는 케이블을 연결해 측정할 수 있지만, AiP는 안테나가 패키지 안에 있어 연결할 단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테나가 실제로 방사하는 전파를 공중으로 측정하는 OTA(Over-The-Air) 시험을 합니다.
전파가 반사되지 않게 벽을 전파 흡수체로 덮은 무반향 챔버에서 안테나의 방사 패턴과 이득, 빔 방향을 확인합니다. 일반 칩의 전기 시험보다 장비와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패키지 단계에서 어디까지 시험할지는 비용과 직결됩니다.
AiP를 둘러싼 흔한 오해
AiP는 안테나를 칩 안에 만든 것이다라는 이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AiP의 안테나는 반도체 다이가 아니라 패키지 기판이나 재배선층에 만들고, 칩 안에 안테나를 만드는 방식은 온칩 안테나(AoC)라고 따로 부릅니다.
또 하나는 안테나가 작아졌으니 아무 데나 놓아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금속 하우징이나 배터리, 사용자의 손이 가까이 있으면 방사 패턴이 달라지므로, 기기 안에서 안테나 주변을 비워 두거나 위치를 여러 곳에 두어 보완합니다.
보드 안테나와 AiP와 온칩 안테나 비교 표
| 구분 | 보드 위 안테나 | AiP | 온칩 안테나 |
|---|---|---|---|
| 안테나 위치 | 메인 기판 위 | 패키지 기판이나 재배선층 | 반도체 다이 위 |
| 칩과의 거리 | 김, 선로 손실이 큼 | 매우 짧음 | 가장 짧음 |
| 적합한 주파수 | 낮은 주파수 | 밀리미터파 대역 | 더 높은 주파수 대역에서 검토 |
| 설계 자유도 | 높음 | 기판 소재와 층 구조에 좌우 | 실리콘의 손실이 커 효율에 제약 |
| 시험 방식 | 케이블로 측정 가능 | 공중 측정(OTA)이 필요 | 공중 측정이 필요 |
핵심 정리
안테나 인 패키지는 밀리미터파에서 커지는 선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안테나를 RF 칩과 같은 패키지에 넣는 방식입니다. 파장이 짧아져 안테나가 작아진 덕분에 가능해졌고, 저손실 소재와 격리, 방열, 공중 측정까지 함께 풀어야 합니다.
식당의 서빙 창구가 주방 옆에 있어야 접시가 식지 않듯, 주파수가 높을수록 신호는 칩과 안테나 사이의 짧은 거리를 요구합니다. 밀리미터파 제품을 볼 때는 안테나가 어디에 있고 칩과 얼마나 가까운지부터 확인해 보면 구조가 읽힙니다.
면접 대비 질문
면접 대비 질문밀리미터파 통신 칩에서 안테나를 패키지 안에 넣는 AiP가 쓰이는 이유와, 설계와 시험에서 어려운 점을 설명해 보세요.
[답변 포인트] 주파수가 높을수록 선로와 커넥터의 손실이 커지는데, 파장이 짧아져 안테나가 작아졌기 때문에 패키지 안에 배열을 넣어 칩과 안테나 사이의 거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으로 시작합니다. 설계에서는 저손실 절연 소재, 안테나와 회로 사이의 격리와 차폐, 열을 칩 쪽으로 빼는 경로를 함께 챙겨야 한다고 대비합니다. 시험은 단자가 없어 OTA로 해야 해서 장비와 시간 부담이 크다는 점, 기판형과 팬아웃형 중 요구에 맞게 고른다는 점까지 덧붙이면 좋습니다.









